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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 일기/폭풍육아

[둘이 함께 ‘반반 육아’](5) 아동 스스로의 권리 임아영 황경상 기자의 폭풍육아 시즌2 ▲ 아이들이 불평하지 않는다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힘을 잘 줘야지, 이렇게.” 첫째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어른 젓가락’을 쥐여주고 힘을 주는 연습을 열심히 하게 했다. 학교 급식을 먹을 때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성인용 수저를 쓴다고 해서다. 아직 어른 젓가락을 쥐기에는 작은 첫째의 손을 만져보며 조금 안쓰러웠지만 ‘학교가 그렇다면 네가 적응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며칠 전 우연히 오마이뉴스에 실린 오문봉 선생님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됐다. 그는 초등학교 급식에서의 성인용 수저 제공에 문제가 있다며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아… 잘못된 건데 나는 아이 보고 적응하라 했구나.’ 씁쓸한 기분이 스쳤다. 초등학교 급식에서 성인용 .. 더보기
[둘이 함께 반반육아]‘할마할빠’ 육아는 당연한 게 아닙니다 ▲일을 쉬는 건 답이 아니라고? 아이들과 함께한 1년은 소중하다 첫아이를 낳고 복직한 2014년부터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셨다. 딸과 사위가 회사에 가면 손주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후 3~4시쯤 데려와 저녁밥을 먹이고 딸과 사위가 퇴근할 때까지 돌봐주는 것은 친정엄마였다. 만 6년 반 아이를 기르는 동안 사회는 나를 ‘주양육자’라 불렀지만 아이의 ‘진짜 양육자’는 외할머니였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양육자가 되고 싶어 했지만 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배제됐다. 그는 저녁 약속을 잡지 않고 부랴부랴 집에 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아빠가 될 수 있었지만 훌륭한 아빠 뒤에서 고생하는 건 ‘내 엄마’였다. 아이들을 낳고 1년씩 육아휴직할 수 있는 고마운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들을 키웠지만 정작 내가 키운 기간은 겨우.. 더보기
[둘이 함께 '반반육아'] 부모의 '불안' 다독이기 ▲덧셈 뺄셈 늦는다고…다그친 엄마, 아이가 어려움 겪을 것이 두려웠다 초등학생이 된 첫째는 얼마 전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여덟 살이 되고 학교 가면서 힘든 일이 많아졌어.” 아이가 가끔 이렇게 툭 말을 던지면 마음이 싸해진다. “왜? 뭐가 힘들어?” “글씨 쓰는 것도 힘들고 교과서 하는 것도 힘들어.” 수업시간이 힘들다는 얘기였다. 아직 10분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가 40분 동안 앉아 있으려면 힘들겠지. 뭐 하나라도 허투루 하지 않는 아빠를 닮아 글씨도 꾹꾹 눌러쓰는 첫째를 보면서 이렇게 공들여 하면 힘들 텐데 속으로 생각한 적이 많았던 터라 더 마음이 싸해졌다. 아이가 며칠 동안 수학익힘책을 나머지 공부로 들고 왔다. 유치원을 다니며 ‘엄마표 선행학습’을 전혀 하지 .. 더보기
[둘이 함께 ‘반반 육아’] 아이들이 아빠를 엄마보다 더 찾을 때 임아영 황경상 기자의 폭풍육아 시즌2 ▲뿌듯함과 서운함 교차하지만…더 많은 시간 함께 부대낄 수 있기를 요가 동작을 흉내내며 놀고 있는 아이들. 육아휴직에 들어간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면 아빠를 더 신뢰하고 따르게 되리라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는다. 어릴 적 아빠를 좋아했다. 아빠와 등산했던 봄날, 아빠와 계곡으로 휴가 갔던 여름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어느 여름날 아빠는 계곡에 친 텐트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남동생과 나는 계속 고추잠자리를 잡아서 텐트 속에 수집(?)하고 있었다. 속으로 ‘잠자리가 아빠 코나 눈두덩이를 물면 어떡하지’ 생각했던 기억도 또렷하다. 그러나 평소 내 곁에 있어준 사람은 엄마였다. 아빠는 늘 내가 잠들어야 퇴근했다. 열 살 때 수영장에서 넘어져 이를 .. 더보기
[둘이 함께 '반반 육아'] 남편과 아내 역할 바꾸기 임아영 황경상 기자의 폭풍육아 시즌2 임아영·황경상 기자는 11년차 입사 동기입니다. 두 아들을 낳으면서 부모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양육은 엄마가 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왜 ‘반반 육아’가 중요한지 말하려 합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자…아이에게도, 내게도 ‘엄마’가 생겼다 남편이 육아휴직한 지 한 달이 지났다. 2주쯤 지났을 때 어느 퇴근길 집 근처에 와서 남편에게 전화했다. “남편, 나 맥주 한잔만 하고 갈게.” 대뜸 무뚝뚝한 답이 돌아왔다. “왜.” 얼른 저녁 시간대 육아를 분담하기 위해 집에 돌아오라는 뜻이다. 이미 집 앞이던 나는 더 신나서 말했다. “아니, 맥주 한잔하면서 잠깐만 친구랑 이야기만 하고 갈게.” 갑자기 남편의 목소리가 커졌다. 따다다다다. 우리 남편이 이렇게 .. 더보기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 ‘극한직업’ 초등 1학년 학부모…“아, 차라리 내가 학교에 가고 싶다” 3월 벼락같은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다. ‘돌봄 공백이 전면화되는 초등 1학년’, ‘경력단절여성이 가장 많이 생긴다는 초등 1학년’, ‘엄마가 아이보다 더 바쁜 초등 1학년’에 대한 악명 높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이 컸다. ‘실제 그 정도는 아니겠지’ 기대했지만 아이를 초등학교에 며칠 보내보니 결론은 ‘역시 그런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어’였다. 첫째 주 금쪽같은 휴가를 쓰며 두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부터 시작해 매일 준비물과 아이 할 일을 챙겼다. 겨우 3일이 지나자 목이 쉬어버렸다. “아, 내가 초등학교 가는 게 낫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던 일주일이었다. 이제 입학 후 할 일은 대충 끝났을까. 안타깝게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둘째 주부터는 남편이 수행 중이다. 3월이 지나면 좀 나아질까? .. 더보기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 육아휴직하는 남편, 내가 그랬듯 돌봄의 기쁨 누리길 ‘아이를 낳으면 어른 된다’는 말이 싫었다. 인간의 성장이나 성숙이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그렇지만 아이를 낳은 이후 나는 많이 변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각도 자체가 달라진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각도에서는 보수일 수도, 어떤 각도에서는 진보일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에 대한 판단은 미루고 싶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아이를 낳은 후의 나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20대의 나는 자주 손끝이 차가워질 정도로 불안해했다. 아이를 낳은 30대의 나는 그런 20대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아이가 내 불안을 줄여준 것인지, 엄마 노릇을 하기 위해서, 아이에게 불안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달라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아이를 낳고 훨씬 안정됐다. 육아.. 더보기
[임아영기자의 폭풍육아]그들의 불안을 알기에…‘스카이캐슬’ 속 엄마들에 공감할 수밖에 “위 아동은 초·중등교육법 제13조에 의하여 아래 학교에 배정되었사오니, 이 통지서는 취학할 초등학교의 예비소집에 참석할 때 지참하시기 바랍니다.” 야근 후 집에 돌아오니 탁자 위에 ‘취학통지서’가 놓여 있었다. 아, 꼬맹이가 벌써 ‘초딩’이 되다니. 아이를 낳은 게 엊그제 같은데 학부모가 되다니. 태어날 때 신장이 54㎝였던 아기는 이제 2배 이상 자라 120㎝를 넘어섰다. 이제 두 팔로도 안기 힘들어진 첫째가 가끔 31개월 된 둘째처럼 안아달라고 하면 곤란해진다. “두진아 엄마가 안아주고 싶은데….” 못내 미안해져 잠깐 업으면 첫째는 “엄마가 힘들어하니 내려올게”라며 의젓하게 군다. 이렇게 의젓하게 굴 정도로 커버린 내 아이가 이제 ‘학생’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학생’이 된다는 게 너무 짠하다. .. 더보기
[임아영기자의 폭풍육아] 양육의 균형추 잡느라 분투…그래도, 나는 내가 엄마인 게 좋다 억울했던 마음을 기억한다. “누나니까 양보해야지.” 내가 제일 싫어하던 말이었다. 그 말을 듣던 나는 가끔 내 발끝을 보고 있었다. 화가 나서 오므려지는 발을 뚫어져라 보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왜요?”라는 질문은 할 생각을 못했지만 항상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억울했던 작은 마음들.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는 장녀. 형제는 내게 그 애뿐이었고 나는 그 애가 가끔 좋고 자주 미웠다. 잠든 동생의 얼굴을 쓰다듬을 정도로 예뻐했던 기억도 있지만 싸웠던 기억이 더 많다. 부모님 앞에 서면 늘 나보다 어리고 서툰 그애를 도와줘야했고, 도와주는 나는 칭찬받았지만 먼저 뭔가를 하려고 하는 나는 자주 제지받았다. “동생은 아직 잘 못하잖아. 누나가 도와줘야지.” 나는 그 말이 너무 싫었다. 일곱 살이 된 첫째를 보면.. 더보기
땜질만 반복해 온 보육 문제…이젠 어른들이 답을 내놔야 한다 평일 아침은 늘 전쟁터다. 아이들은 부모 출근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느라 시간에 쫓긴다. 가끔 29개월 둘째 입장에서 어린이집에 가는 장면을 상상한다. ‘좀 늦잠을 자도 되는데 엄마가 깨우고 아빠가 밥 안 먹는다고 성화다. 아직 좀 천천히 해도 되는데 엄마 아빠는 항상 서두르라고 재촉한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어린이집에 간다는 뜻이다. 가기 싫은데. 그래도 엄마가 출근하듯 나도 어린이집에 가야한다고 하니까 간다. 어린이집 가는 길에 길가에 떨어진 낙엽도 보고 자동차도 구경하고 싶지만 아빠는 그럴 시간 없다고 나를 안고 뛴다.’ 어린이집·유치원 안 보낼 수 없던 나 대신 좋은 곳 찾으려 애쓰는 게 최선 한국 사회선 좋은 기관 찾는 것도 ‘복’ 아이들은 원해서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는 것이 아니.. 더보기
가족 위한 ‘백업’ ‘그림자 노동’…엄마의 노동엔 이름이 없었다 지난 일요일 ‘집밥’이 먹고 싶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재료를 사와서 만들면 되지만 내가 만들어도, 남편이 만들어도 ‘집밥’ 맛이 안 난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엄마밥’이 먹고 싶었던 것 같다. 옆동에 사시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어디세요? 집에 밥 있어요?”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주신 지도 만 6년. 뻔뻔해진 것도 딱 6년만큼이다. 엄마는 집에 안 계시지만 집에 가 밥을 차려 먹어도 된다고 해서 남편과 나 둘이 가서 호박 된장찌개와 오징어볶음, 고춧잎나물을 와구와구 먹었다. 다 먹고 나니 전기밥솥에 있던 밥과 냉동실에 얼린 밥을 우리 둘이서 다 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결혼 후 집안일하며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반쪽 인간’이었구나 작은 일 하나까.. 더보기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수술방 들어가는 아이..내 인생은 내 것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지난겨울 어느 토요일 저녁. 20개월이던 둘째와 나 단둘이 집에 있었다. 남편이 방학을 맞은 첫째를 경북 구미 시댁에 맡기러 갔을 때였다. 빨래를 널어야 했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데 둘째가 베란다 문 앞에 와서 문을 닫고 바로 잠갔다. ‘찰칵’ 하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 싶었다. 우리집 베란다는 베란다 밖에서 잠글 수 있게 돼 있다. 겨우 20개월이던 둘째는 문이 잠긴 걸 아는지 모르는지 문 앞에 서서 엄마 얼굴을 들여다보겠다며 미소 짓고 있었다. “이준아, 문 열어야지. 잠그면 어떡해!” 내 외마디 비명이 들리는지 마는지 아이는 계속 싱글벙글이었다. 알고보니 며칠 전 형아가 할머니가 빨래를 널고 있을 때 문을 잠그는 걸 본 것이었다. 일곱 살인 형아는 문을 잠그고 여는 게 능숙하니까 할머니를.. 더보기
[임아영기자의 폭풍육아]국가는 출산캠페인 기획할 시간에 '돌봄공백' 메우라 일곱 살 된 두진이는 수요일에 미술학원에 다닌다. 이준이는 3시30분, 두진이는 5시 하원하는데 어린이집과 유치원 거리는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친정엄마가 26개월 된 둘째를 데리고 첫째 유치원에 매일같이 왔다 갔다 하시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술학원을 등록했다. 26개월이 되면 차가 오는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른 손을 뿌리치고 달려나가려 해서 혼비백산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 등·하원은 커피 한잔 들고 유유하게 걸어오는 일이 아니다. 차가 쌩쌩 다니는 서울에서 아이 손을 꽉 잡고 달아나지 않도록 하는 일을 환갑이 된 친정엄마가 도맡는다는 게 늘 미안할 뿐이다. 환갑 된 엄마에게 등하원 맡기기 미안해 보육을 빙자한 ‘학원 뺑뺑이’ 시작됐다 학원 결정의 1순위 조건은 ‘픽업 여부’ 학.. 더보기
[임아영기자의 폭풍육아]‘주말 공동육아’ 1년째 부모인 우리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우리 주말마다 한 집에서 아이들을 보면 어때요?” 시작은 내 제안이었다. 깊이 생각해 본 제안은 아니었다. 지난해 봄 둘째 육아휴직 중이던 나는 복직을 앞두고 있었다. 휴직 기간 첫째 두진이 유치원 하원을 하면서 유치원 엄마들과 친해졌다. 엄마들과 서로의 집에 초대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에피소드, 양육에 대한 고민을 나누게 됐고 내게도 ‘동네 친구’가 생긴 것이다. 엄마가 자주 친구와 놀 수 있게 해주고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자 아이는 더 좋아했다. 엄마들의 안전한 보호 아래 친구들과 놀 수 있었으니까. 물론 놀이를 하다가 싸우기도 하고 모든 것이 ‘내 것’이라 우기는 터에 곤란할 때도 있었지만 그 곤란함 속에서도 아이들은 장난감을 나누는 연습, 차례를 양보하는 연습을 하며 자라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엿.. 더보기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 슈퍼우먼이 되는 건 거부하겠습니다 지난 일요일 아버지가 두진이를 데리고 동네 산에 다녀오시겠다고 했다. 남편은 일이 있어 혼자 두 아이를 보던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두진이는 휴일마다 종종 외할아버지를 따라 산에 다닌다. 산 중턱에서 장기 놀이를 하거나 평평한 트랙에서 킥보드를 타는 정도지만. 이준이가 낮잠을 잘 시간을 훨씬 넘겨 나도 따라나섰다. 유모차에 태워서 재운 뒤에 집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따라나선 나를 보신 아버지가 “산에 같이 가겠느냐”고 하셨다. 머뭇거리다 그러겠다고 했다. ‘운동 좀 해야지’ 싶어서. 회사에 주 6일씩 젊은 날을 내준 아버지 손주들과 놀아주다 잠시 쉬는 뒷모습에 언젠가 이 모습이 몹시 그립겠구나 싶어 “이 나이 되면 젊을 때 운동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에게 차이가 많이 나더라. 우리 때는 주 6일 근.. 더보기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나도 그 수많은 언니들처럼 사라지는 건 아닐까 둘째 아이가 욕실에서 넘어졌다. 뒤로 벌러덩. “이준아, 엄마가 잡으러 간다!” 장난을 치다가 욕실에 발을 내디딘 아이가 미끄러진 건 순식간이었다. 아이가 욕실 안까지 뛰리라고 생각 못하고 뒤따라가던 나와 욕실에서 아이 씻길 준비를 하던 남편은 굳어버렸다. 넘어지는 순간 욕실 타일 바닥에 뒤통수가 ‘딱’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아이는 10분 넘게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안고 있던 내 손은 점점 차가워졌다. “그렇게 장난치면 어떡해!” 나를 원망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쳐갔다. 퇴근 후에도 휴대폰으로 업무를 챙기다 아이에게 집중하자 생각한지 5분 만에 둘째 아이가 욕실 바닥에 미끄러졌다 장난치기 5분 전까지 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퇴근했지만 휴대폰으로도 볼 수 .. 더보기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 유치원 교사 1명이 7세 반 26명 돌봐…‘보육의 질’ 기대할 수 있을까 ■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물려 오면’ 검색어가 많은 이유 두진이는 14개월 때, 이준이는 10개월 때부터 집 앞의 가정어린이집에 보냈다. 육아를 도와주시는 친정엄마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일수록 안고 들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원래 좋지 않은 엄마의 무릎이 아이들의 몸무게를 견뎌내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첫째는 출산휴가(3개월), 육아휴직(1년)을 마칠 때쯤 어린이집에 자리가 나서 보낼 수 있었고 둘째는 10개월 즈음에 보내야 했다. 한 번 순서를 내주면 1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대기 시스템 때문에 10개월에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미안했지만 아이가 잘 적응할 것이라 합리화하면서 죄책감을 희석시켰다. 블로그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다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한 번은 두진이가 22개월일.. 더보기
[맘편한 세상을 위하여]이 폭력적인 세상에서, 아들을 잘 기른다는 것 딸을 낳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막연한 생각이었지만 나보다 진취적인 여성으로 키우고 싶었다. 가끔은 도망치거나 물러섰고 또 가끔은 불안해했고 때로는 눈치를 살폈던 나와는 다른,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성. 그런데 이게 웬걸. 아들이 태어났다. 둘째는 딸을 낳을 수 있겠지. 다시 임신했고 ‘봄봄’이라는 태명을 지으며 딸이길 소망했다. 또 아들이 태어났다. 이제 “아들들도 어릴 땐 예쁘다”며 ‘아들바보 엄마’가 됐다. 아들을 기르는 삶을 상상해보지 않았지만 아들들도 몹시 예쁘다. 내 자식이니까 당연히 예쁘겠지. 딸을 키워본 적이 없으니 딸을 키우는 일이 어떤 것인지 나는 잘 모른다. 다만 늘 상상해왔다. 딸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장면을. “아이야, 너는 있는 그대로 소중해. 너를 사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 더보기
[맘편한 세상을 위하여]‘돌봄’ 시간 안 내주는 사회…독감 걸린 엄마 걱정할 여유도 없네 엄마 독감 걸리자 ‘돌봄의 외주’ 비상 친정아빠까지 동원해 겨우 한숨 돌려 예전엔 몰랐다, 돌봄 업무 이렇게 많은지 ■ 독감 파동 친정엄마가 독감에 걸리셨다. 오 마이 가드. 엄마가 아프시면 모든 게 ‘정지’다. 게다가 지금은 두진이 방학 중인데. 이를 어쩌나. 엄마 상태를 걱정했다가, 바로 아이들 돌보는 일정 조정하는 문제를 걱정했다가, 회사에는 뭐라고 말해야 하지 걱정했다가… 그 모든 걱정이 뒤섞여 지금 엄마 걱정을 하는 건지, 아이들 돌봄을 걱정하는 건지, 일을 걱정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괴감. 엄마가 아프셔도 엄마를 걱정하지 못하는 내 팔자. 엄마 미안해요. 두진이가 시작이었다. 지지난주 토요일부터 두진이가 독감 판정으로 타미플루를 먹기 시작했다. 다행히 독감 예.. 더보기
[맘편한 세상을 위하여]8주간의 방학 ‘막아내기’ 이러니 다들 경단녀가 될 수밖에 ■ 아이의 방학을 막아내는 방법 첫째 두진이가 일곱살이 되었다. 그리고 유치원이 겨울방학을 했다. 자그마치 5주간. 2월 초에 일주일 동안 등원했다가 3주간 다시 봄방학이다. 총 8주의 방학. 두 달이다. 12월 내내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어떻게 8주를 막아낼 것인가. 두진이는 “엄마, 언제 방학해? 얼른 방학했으면 좋겠어”라고 했지만 난 속으로 ‘큰일이다 큰일’을 외쳤다. 이렇게 된 것은 두진이를 종일반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에 종일반 대상이지만 하필 종일반을 신청해야 하는 지난 3월 둘째 육아휴직 중이어서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교롭게도 내 복직은 8월 중순. 아이를 종일반에 다니게 하기 위해 3월에 복직할 수도 없는 애매한 때. 둘째가 돌도 안됐을 때였다. 눈물을 머금고 종일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