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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임아영기자의 폭풍육아]그들의 불안을 알기에…‘스카이캐슬’ 속 엄마들에 공감할 수밖에 “위 아동은 초·중등교육법 제13조에 의하여 아래 학교에 배정되었사오니, 이 통지서는 취학할 초등학교의 예비소집에 참석할 때 지참하시기 바랍니다.” 야근 후 집에 돌아오니 탁자 위에 ‘취학통지서’가 놓여 있었다. 아, 꼬맹이가 벌써 ‘초딩’이 되다니. 아이를 낳은 게 엊그제 같은데 학부모가 되다니. 태어날 때 신장이 54㎝였던 아기는 이제 2배 이상 자라 120㎝를 넘어섰다. 이제 두 팔로도 안기 힘들어진 첫째가 가끔 31개월 된 둘째처럼 안아달라고 하면 곤란해진다. “두진아 엄마가 안아주고 싶은데….” 못내 미안해져 잠깐 업으면 첫째는 “엄마가 힘들어하니 내려올게”라며 의젓하게 군다. 이렇게 의젓하게 굴 정도로 커버린 내 아이가 이제 ‘학생’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학생’이 된다는 게 너무 짠하다. .. 더보기
[임아영기자의 폭풍육아] 양육의 균형추 잡느라 분투…그래도, 나는 내가 엄마인 게 좋다 억울했던 마음을 기억한다. “누나니까 양보해야지.” 내가 제일 싫어하던 말이었다. 그 말을 듣던 나는 가끔 내 발끝을 보고 있었다. 화가 나서 오므려지는 발을 뚫어져라 보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왜요?”라는 질문은 할 생각을 못했지만 항상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억울했던 작은 마음들.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는 장녀. 형제는 내게 그 애뿐이었고 나는 그 애가 가끔 좋고 자주 미웠다. 잠든 동생의 얼굴을 쓰다듬을 정도로 예뻐했던 기억도 있지만 싸웠던 기억이 더 많다. 부모님 앞에 서면 늘 나보다 어리고 서툰 그애를 도와줘야했고, 도와주는 나는 칭찬받았지만 먼저 뭔가를 하려고 하는 나는 자주 제지받았다. “동생은 아직 잘 못하잖아. 누나가 도와줘야지.” 나는 그 말이 너무 싫었다. 일곱 살이 된 첫째를 보면.. 더보기
가족 위한 ‘백업’ ‘그림자 노동’…엄마의 노동엔 이름이 없었다 지난 일요일 ‘집밥’이 먹고 싶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재료를 사와서 만들면 되지만 내가 만들어도, 남편이 만들어도 ‘집밥’ 맛이 안 난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엄마밥’이 먹고 싶었던 것 같다. 옆동에 사시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어디세요? 집에 밥 있어요?”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주신 지도 만 6년. 뻔뻔해진 것도 딱 6년만큼이다. 엄마는 집에 안 계시지만 집에 가 밥을 차려 먹어도 된다고 해서 남편과 나 둘이 가서 호박 된장찌개와 오징어볶음, 고춧잎나물을 와구와구 먹었다. 다 먹고 나니 전기밥솥에 있던 밥과 냉동실에 얼린 밥을 우리 둘이서 다 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결혼 후 집안일하며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반쪽 인간’이었구나 작은 일 하나까.. 더보기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수술방 들어가는 아이..내 인생은 내 것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지난겨울 어느 토요일 저녁. 20개월이던 둘째와 나 단둘이 집에 있었다. 남편이 방학을 맞은 첫째를 경북 구미 시댁에 맡기러 갔을 때였다. 빨래를 널어야 했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데 둘째가 베란다 문 앞에 와서 문을 닫고 바로 잠갔다. ‘찰칵’ 하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 싶었다. 우리집 베란다는 베란다 밖에서 잠글 수 있게 돼 있다. 겨우 20개월이던 둘째는 문이 잠긴 걸 아는지 모르는지 문 앞에 서서 엄마 얼굴을 들여다보겠다며 미소 짓고 있었다. “이준아, 문 열어야지. 잠그면 어떡해!” 내 외마디 비명이 들리는지 마는지 아이는 계속 싱글벙글이었다. 알고보니 며칠 전 형아가 할머니가 빨래를 널고 있을 때 문을 잠그는 걸 본 것이었다. 일곱 살인 형아는 문을 잠그고 여는 게 능숙하니까 할머니를.. 더보기
며느리들이 명절을 싫어하는 이유, 엄마의 늦은 귀향 입사 초 여자 선배들이 농반 진반으로 명절 당직을 서고 싶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냥 웃었다. 그때는 결혼하지 않았을 때라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 정확하게 몰랐다. 그냥 시댁에 가기 싫은가보다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내가 결혼을 했고 처음 명절을 보내기 위해 구미인 시댁에 내려갔다. 시댁이 아직 불편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시댁에 가서 시부모님과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도 구경하고 즐겁게 보냈다. 남편의 이모님들이 놀러오셨지만 잘해주셔서 어렵지 않았고 불편하지도 않았다. 결혼을 실감한 건 집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내가 서울로 가려는 시간 동생은 늘 그랬듯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고 사촌동생들을 만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다 내 생각이 났는지 전화.. 더보기
복직 후 한 달 ‘소진증후군’, 그리고 아빠 어느 새 복직 후 한 달이 됐다. 8월 16일에 복직했으니 정말 한 달. 출근하고 하루만에 감기에 걸려 복직을 실감했다. 심한 감기는 아니었는데 코가 막히고 목이 붓기 시작해 바로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왔다. 실감이 났다. '회사로 돌아왔구나.' 그리고 4주가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평일에는 출근하고 퇴근하고 아이들 재우다 뻗었고 주말에는 각종 집안일을 챙기고 아이들과 놀다가 뻗었다. 한 달이 지나고서야 이렇게 끄적일 시간이 난다. 어제도 애들 재우다 뻗었는데 웬일인지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노트북 앞에 앉았다.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체력’이 관건이다. 출근길 열심히 타지를 체크하고 출근하자마자 아침 보고를 하고 하루종일 보고를 하고 기사를 쓰다 보면 퇴근 시간이 넘어간다. 사실 이 일이 퇴근 시.. 더보기
사랑받는 건 오히려 나였다 둘째가 돌이 되었다. 형은 돌잔치를 했는데 동생은 지나칠 수가 없어서 돌상을 차리고 가족들과 식사를 했다. 그것만 해도 할 일이 넘쳐나 너무 바빴다. ‘아... 난 이 집의 집사인가, 매니저인가’ 싶을 때 우울하다. 아이들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으니 뭐든지 엄마 손이 필요하다. 밥을 먹어도, 옷을 입어도, 심지어 화장실을 가는 일도. 기저귀를 차는 둘째는 말할 것도 없고 첫째도. 아 왜 이렇게 인간은 무력한 존재로 태어나는 것인가. 다른 동물들은 태어나 조금 있으면 걸어(?)다니고 혼자 밥 먹고 자립하던데 왜 이렇게 인간은 모든게 오래 걸리는가. 첫째를 낳았을 때 했던 쓸데없는(?) 의문은 여전히 똑같다. 둘째 기저귀를 갈다가 물 달라는 첫째에게 “떠다 먹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참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