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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 일기

어린이집 순위 전쟁

요즘 제 가장 큰 고민은 '어린이집'입니다.

 

내년 2월 복직 후 기특이가 다닐 곳을 찾는 중이지요.

친정엄마가 돌봐주시기로 하셨지만 하루종일은 무리겠죠.

그래서 오전에 네 시간 정도만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고나서 살펴본 어린이집 순위.

놀랍습니다.

 

ㅠㅠㅠㅠ

 

 

어린이집 대기 신청은 태어나자마자 해야한다고 해서 서둘렀습니다.

출생신고 직후부터 어린이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한 달쯤 지나 대기 신청을 해 놓은 결과입니다.

(지금 와서는 왜 출생신고 다음날부터 하지 않았나 후회될 정도ㅠㅠ네요)

 

한 8개월쯤 지났는데 아직 순위가 이 정도입니다.

제가 이사가게 될 동네에서 제일 평판이 좋은 어린이집 순위가 현재 653번째.

처음 순위가 900등대였으니까 한 300명 빠졌군요.

그러나...

8개월 동안 300명이 줄었으니 앞으로 600여명 더 줄으려면 16개월이 지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

한숨이 나옵니다.

 

 

 

 

어린이집 사건 사고 소식 많죠.

그런 뉴스를 접하면 두렵고 마음이 아픕니다.

아직 말도 잘 못 하는 아기들이 가서 맞댈 환경이 끔찍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5월에는 세종청사 어린이집에서도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는 보도 때문에 엄마들 사이에서 난리였습니다.

 

만약 기특이가 어린이집 가서 선생님 혹은 친구들 때문에 다치거나 정서적으로 스트레스 받는다면 

아기를 맡기고 회사를 다니는 제가 얼마나 괴로울까요. 기특이에게 얼마나 미안할까요. 

 

압니다. 좋은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많죠.

그러나 좋은 선생님들도 여러 명의 아기를 돌보다 보면 스트레스 받을 겁니다.

자기 애 돌보는 것도 스트레스일 때가 있는데 남의 자식은 오죽할까요.

그러니까 보육교사에게 좋은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어린이집 교사 급여는 월평균 155만원, 유치원 교사 급여는 214만원으로 차이가 납니다.

선생님 한 명이 돌봐야 하는 아기들 수를 줄여주고, 급여도 올려줘야죠.

그래야 스트레스 덜 받고, 스트레스 덜 받아야 아기를 잘 돌보지 않겠어요.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한 무상보육, 박근혜 정부에서는 양육수당도 지급하기 시작했죠.

제게도 한 달 20만원씩 양육수당이 나옵니다.

양육수당은 집에서 아기를 돌보는 가정에 나오는 돈이고요.

어린이집에 보내는 가정의 경우는 어린이집으로 보육료가 지원됩니다.

직접 지원하는 양육수당과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보육수당은 가격 차이가 납니다.

12개월 미만 아가들의 경우 양육수당은 20만원, 보육수당은 39만4000원인데요.

전 이게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20만원이면 20만원, 40만원이면 40만원을 일괄적으로 줘서 직접 키우든, 어린이집에 보내든

부모가 선택할 수 있게 해야죠.

 

어린이집에 지원되는 금액이 크다 보니 탈이 많았죠.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이를 허위로 등록해

국고지원금을 타낸 원장들, 그를 도운 학부모들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무상보육이라면서

어린이집에 하루종일 있는 아기들과 몇 시간 있는 아기들 사이에 금액 차이도 없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어린이집에서는 몇 시간 있는 아기들, 즉 엄마나 할머니 등이 일찍 데려가는 아기들만

받고 싶지 않을까요?

그러다보니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발을 동동 구르게 됐습니다.

 

 

에휴 정책이 엉망입니다.

엄마가 되고 보니, 제 일이 되고 보니 보육 정책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엄마들이 생각하는 보육정책은 간단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시설은 엄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이를 체벌, 학대한 경우, 허위로 국고지원금을 타낸 경우 등은

어린이집을 폐쇄하는 정도의 강경 정책을 써야 같은 일이 일어날 확률이 줄어들 겁니다.

 

양육수당과 보육수당을 일원화하고

어린이집에 바우처로 지급하는 보육료를 부모에게 지급해 부모가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정이 줄어들 겁니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일은

어린이집 시설 확충입니다.

 

정부가 직장마다 어린이집을 지어준다면,  직장마다 짓기 어렵다면

아기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곳곳에 많아서

출근하면서 맡기고 퇴근하면서 데려올 수 있도록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참... 아기 키우기 힘든 사회입니다.

 

 

복직과 함께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준비할 것이 많겠죠.

기특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겁니다.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낮잠 이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기들은 보통 하루에 한두 번 낮잠을 자니까 자기 이불이 필요한 것인데요.

엄마들이 그 이불에 아기 이름을 바느질로 새긴다고 하네요.

그걸 새기면서 얼마나 눈물을 쏟은 엄마들이 많을까요.

내년에 저도 바느질을 하며 얼마나 울게 될지...

 

엄마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사회, 아직도 멀었습니다.

 

보육정책, 어렵지 않은데요.

결국 재원과 정책 의지의 문제겠죠.

재원도 결국 정책 의지의 문제일 겁니다.

결국 답은 정치,인 걸까요.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한 날 기특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언젠가 기특이가 자랐을 때 제 마음을 이해해줬음 하는 마음으로...

 

 

  기특아, 오늘은 엄마 품에 온지 266일이 지난 날이야. 오늘 아침에 기특이는 이유식을 잘 안 먹었지만 엄마 등에 업혀 잘 잠들었고 엄마랑 잠시 같이 낮잠도 잤어. 엄마가 자다가 눈을 떴는데 기특이가 엄마 가슴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어서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어. 그런 마음을 기특이는 언제쯤 알게 될까?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나는 마음.

 

  내년 2월이 되면 엄마는 회사로 돌아가야 해. 그때면 기특이는 돌도 지나고 15개월이 되어 있겠지. 아마 조금씩 말도 할 거고 지금은 소파나 엄마 무릎을 잡고 걷지만 그때는 혼자 아장아장 잘 걸을 거야. 기특이가 쑥쑥 크는 만큼 엄마 품에서 멀어져가는 것 같아 가끔은 쓸쓸할 때도 있어. 하지만 보통은 기특이가 엄마를 찾으며 보채면 엄마도 뻔한 인간인지라 답답하기도 해. 그런데 아직은 엄마 품에서 있고 싶을 때 널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엄마는 눈물부터 난다. 왜 세상은 엄마 품에 있고 싶은 아기를 좀더 품에서 돌보지 못하게 하는 걸까 화도 나. 적어도 세 살까지만 엄마가 돌봐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사회를 원망하거나 변하지 않는 사실 앞에서 화를 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됐는데도 말이야.

 

  기특이가 세상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엄마 품에서 멀어지게 될 거야. 언젠가는 엄마보다 좋아하게 되는 여자친구도 생길 거고 엄마보다 소중해질 아기도, 가족도 생기겠지. 그때 엄마는 기특이가 좋은 어른이 되었다는 걸 기쁘게만 생각할 수 있을까. 아마 외할머니가 외삼촌을 바라보는 것처럼 서운해도 할 것 같아. 내 품에서 엄마만을 의지하던 내 아기가 엄마 품을 떠나는 건 그런 건가봐.

 

  함께 있을 땐 엄마는 혼자 자유롭고 싶은데 기특이와 떨어져야 한다니까 왜 이렇게 슬플까. 우리가 서로 끌어안고 있지 않아도 기특이가 안심할 수 있을 때 멀어져도 좋을 텐데. 그런 날은 멀지 않은 날에 찾아올텐데 말야.

 

  기특아 걱정 많은 엄마가 괜히 우울해하는 거라고 생각해. 기특이는 엄마가 회사를 가도 씩씩하게 잘 지내고 어린이집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거라고 믿어. 엄마가 엄마의 삶 때문에 온전히 기특이의 엄마만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엄마의 삶이 행복해야 기특이도 행복한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거니까 잘 이해해줬음 좋겠다. 기특이가 언젠가 엄마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엄마도 기특이와 떨어지는 걸 이렇게 슬퍼했다는 걸 알게 될까? 기특이만 엄마와 떨어져 슬픈 게 아니라 엄마도 기특이와 떨어지게 되어 이렇게 슬퍼했다고. 그리고 정말 미안해. 이런 사회에 너를 꺼내놓은 것 같아서 엄마는 가끔 너무 슬프고 화가 나.

 

  사랑하는 아들, 씩씩한 우리 기특이는 엄마아빠와 잘 해낼 거라고 믿어. 늘 하는 말이지만, 이런 말밖에 해줄 수 없지만, 기특이가 가장 힘들고 외로울 때 엄마는 항상 기특이 뒤에 서 있을게. 기특이가 손 내밀면 언제든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우리 아들,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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