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황경상 기자

함께하는 육아-아이처럼 부모도 성장합니다 ​ 당신이 남편이라서 늘 다행이라고 생각해​ 임아영 가끔은 결혼을 후회한다. 딱히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도 #가부장제를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어렸을 때 누나인 나보다 남동생을 훨씬 환영하는 외가 분위기를 느꼈을 때처럼 위축되고 내 존재가 조금쯤 보잘것 없어 보일 때. “요즘에는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구박하진 않잖아”라는 농담들을 들을 때 목소리를 높여 “시대가 달라졌는데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모욕적으로 느껴지는지 아느냐”고 따지고 싶어질 때. 그럴 때 나는 생각한다. ‘왜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선택을 했을까. 한국 사회의 결혼과 맞지 않는 인간이었을지도 모르는데.’ ​ 스물아홉에 연애를 시작해 서른에 결혼했다. 여름 끝에 연애를 시작해 겨울을 지나 봄에 결혼을 결심했으니 9개월 만이었다. .. 더보기
아빠의 육아휴직이 끝났다 [부부 육아 일기] 13화 남편이 복직했다, 할아버지 육아가 시작됐다 임아영 9월 1일 일요일 밤 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다음날은 월요일이기도 했지만 남편의 복직일, 첫째의 2학기 #개학일, 할아버지 육아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자기 직전까지 남편과 아이의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첫째의 2학기 #방과후수업 시간, #돌봄교실 시간, #피아노학원 시간을 표로 정리했고 중간에 둘째 어린이집 하원 시간까지 정리했다. 할아버지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할아버지의 동선을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아이들의 활동과 휴식 시간도 고려하다 보니 머리가 아팠다.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 묘하게 불안했다. ​ 월요일 오전 7시 남편은 아이들과 일어나 아침을 먹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또 나는 아이들 옷을 갈아입히고 준비물을 점검했다. 돌봄교실에 가져.. 더보기
부모는 어떤 '헌신'을 해야 하는가 ​ 아이가 스스로의 삶을 사랑할 수 있도록 사랑하고 싶다 임아영 토요일 수영 강습에 가는 날이었다. 8세 첫째가 수영을 시작하고 두번째 강습을 가는 날. 원래도 겁이 많은 녀석이라 겨우겨우 설득을 해서 수업을 받기로 했는데 아이를 데리고 나갔던 남편이 금방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를 데리고서였다. “왜 다시 왔어? 수영 안 갔어?” 그 말을 듣자마자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수영장 앞에 도착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했다. 겁에 질린 아이를 우선 안고서 울음을 그치게 했다. “괜찮아, 수영 오늘 안 가도 돼.” 그러나 속에서는 ‘왜 이렇게 작은 일에 겁을 내는 거야’ 답답했다. 표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아이를 다독였다. 5분쯤 지났을까. 다시 아이를 데리고 수영장에 갔다. “친구가 와 있을테니 한번 다시 가.. 더보기
왜 남성에게 생계부양, 여성에게 돌봄노동을 강요할까요? 남성들이 여성의 영역에 들어오지 않으면 계속 ‘평행선’ 임아영 남녀는 평등하다고 배웠는데 사회가 여전히 여자인 나를 ‘아이 돌보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걸 몸으로 실감한 건 10년 전 취업 때였다. 졸업반이던 시절 원서를 많이도 썼다. 50번까지 세고 더 세지 않았던 때 나는 스물네 살이었다. 청년들의 취업이 힘들다는데 민간 기업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으니 서류 합격도 어려운 게 당연하다고 합리화했다. 불합격 문자를, 불합격 메일을 받으면서 어떻게 살아야하나 두려웠다. 밥 사주겠다는 동기를 학교 앞 식당에서 만나 앉아있었던 날이었다. 양복을 입고 나타난 남자 동기의 모습이 달라 보였다. 그가 명함을 주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울컥해서였다. 앞이 캄캄한 ‘두려움’보다 나를 괴롭혔던 것.. 더보기
[둘이 함께 ‘반반 육아’](5) 아동 스스로의 권리 임아영 황경상 기자의 폭풍육아 시즌2 ▲ 아이들이 불평하지 않는다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힘을 잘 줘야지, 이렇게.” 첫째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어른 젓가락’을 쥐여주고 힘을 주는 연습을 열심히 하게 했다. 학교 급식을 먹을 때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성인용 수저를 쓴다고 해서다. 아직 어른 젓가락을 쥐기에는 작은 첫째의 손을 만져보며 조금 안쓰러웠지만 ‘학교가 그렇다면 네가 적응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며칠 전 우연히 오마이뉴스에 실린 오문봉 선생님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됐다. 그는 초등학교 급식에서의 성인용 수저 제공에 문제가 있다며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아… 잘못된 건데 나는 아이 보고 적응하라 했구나.’ 씁쓸한 기분이 스쳤다. 초등학교 급식에서 성인용 .. 더보기
육아가 괴롭고 힘들기만 한 건 아녜요 아이들을 돌보며 웃고 울었던 시간과 바꾸고 싶지 않다 임아영 오늘은 유난히 피곤한 하루였다. 회사 생활이라는 게 어디나 그렇듯 가끔은 굉장히 지치고 고단하다. 날씨마저 푹푹 쪄서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 순간이동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아이들이 나를 맞았다. 그리고 첫째가 내게 묻는다. “엄마 기분이 안 좋아?” 좀 놀랐다. 어떻게 알았을까. “엄마 기분 안 좋은 거 어떻게 알았어?” 어려운 질문인지 대답은 안했다. 그럼에도 엄마의 기분을 헤아릴 수 있게 된 아들이라니, 그저 감동할 뿐이다. ​ 끝이 아니다. 씻고나서 소파에 기대서 좀 쉬고 있는데 아이가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끄적거린다. “뭐해?”라고 물으니 “편지 써”라는 답이 돌아왔다. 5분쯤 지났을까. 아이가 .. 더보기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까요? 결국 집중할 것은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 임아영 “그래도 해야지. 안 할거야?” 저녁마다 실랑이가 벌어진다. 첫째 수학 문제집 때문이다. 8세 첫째는 몸을 베베 꼰다. 하기 싫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그냥 둘 순 없다. 수업 시간에 다하지 못한 숙제를 들고오는데다 담임선생님이 집에서 문제를 매일 풀게 해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기싸움이 시작된다. “할 거야, 안 할 거야?”라는 딱딱한 말에 “할 거야”라는 하기 싫은 목소리가 돌아온다. 힘겹게 2~3쪽을 푸는 동안 수 번을 한숨을 참고 나면 아이가 다 푼다. ‘아이 속도에 맞춰 기다려주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구나.’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풀었다니 정말 잘했다! 우리 아들 최고!” 칭찬을 퍼부어주고 끝난다. ​ 학교를 보내기 직전 나는 아이가 .. 더보기
[둘이 함께 반반육아]‘할마할빠’ 육아는 당연한 게 아닙니다 ▲일을 쉬는 건 답이 아니라고? 아이들과 함께한 1년은 소중하다 첫아이를 낳고 복직한 2014년부터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셨다. 딸과 사위가 회사에 가면 손주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후 3~4시쯤 데려와 저녁밥을 먹이고 딸과 사위가 퇴근할 때까지 돌봐주는 것은 친정엄마였다. 만 6년 반 아이를 기르는 동안 사회는 나를 ‘주양육자’라 불렀지만 아이의 ‘진짜 양육자’는 외할머니였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양육자가 되고 싶어 했지만 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배제됐다. 그는 저녁 약속을 잡지 않고 부랴부랴 집에 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아빠가 될 수 있었지만 훌륭한 아빠 뒤에서 고생하는 건 ‘내 엄마’였다. 아이들을 낳고 1년씩 육아휴직할 수 있는 고마운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들을 키웠지만 정작 내가 키운 기간은 겨우.. 더보기
아빠의 육아휴직으로 드디어 동지가 됐다 남편이 육아휴직한 뒤 진짜 동지가 됐다 임아영 아이를 낳고서는 주말에도 쉴 수 없다. 늘상 수면 부족이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내게는 아이를 돌보는 의무가 주어져 있다. 남편과 나는 늘 지친 표정으로 “쉬고 싶다”고 외친다. 물론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내게 웃음을 준다. “엄마, 여기는 도깨비 집이야.” 그림책을 본 뒤 둘째가 스케치북에 알 수 없는 형상(?)을 그려놓고 말했다. “엄마는 무서워”라며 과장되게 말하면 아이는 활짝 웃으며 말한다. “엄마,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아이를 낳고 느꼈던 평온함과 환희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이다. 물론 아무리 예뻐도 나도 사람이니 주말에는 쉬고 싶지만. ‘예쁘지만, 기쁘지만 엄마도 쉬고 싶어.’ 어떤 무한루프 같은 것일까. #.. 더보기
육아를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일들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을 풍경들 임아영 결혼 전 경북 구미에 사시는 시부모님께 처음 인사드리러 갔다 돌아오던 길이었다. 6월 초였는데 꽤 더운 날씨였고 기차의 에어컨은 고장나 있었다. 남편과 나는 결혼 준비 과정의 첫 행사를 무사히 치렀다는데 안도했고 편히 쉬고 싶었다. 그때 한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세 살이나 네 살 정도 됐을까. 아마 그 아이도 더워서 그 괴로움을 울음으로 표현했던 것일 테다. 그러나 나는 화가 났다. 조그맣게 남편에게 말도 했다. “아니, 도대체 왜 아이 울음을 못 그치게 하는 거야.” 단호하고 냉정했던 말투가 기억난다. 연애 중이던 남편은 그 아이의 괴로움보다 내가 더워하는 것을 더 신경쓰던 때였다. 남편도 내 말에 호응하며 우리는 그 아이 부모를 원망했다. 서울역에 .. 더보기
[둘이 함께 '반반육아'] 부모의 '불안' 다독이기 ▲덧셈 뺄셈 늦는다고…다그친 엄마, 아이가 어려움 겪을 것이 두려웠다 초등학생이 된 첫째는 얼마 전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여덟 살이 되고 학교 가면서 힘든 일이 많아졌어.” 아이가 가끔 이렇게 툭 말을 던지면 마음이 싸해진다. “왜? 뭐가 힘들어?” “글씨 쓰는 것도 힘들고 교과서 하는 것도 힘들어.” 수업시간이 힘들다는 얘기였다. 아직 10분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가 40분 동안 앉아 있으려면 힘들겠지. 뭐 하나라도 허투루 하지 않는 아빠를 닮아 글씨도 꾹꾹 눌러쓰는 첫째를 보면서 이렇게 공들여 하면 힘들 텐데 속으로 생각한 적이 많았던 터라 더 마음이 싸해졌다. 아이가 며칠 동안 수학익힘책을 나머지 공부로 들고 왔다. 유치원을 다니며 ‘엄마표 선행학습’을 전혀 하지 .. 더보기
좋은 부모, 그냥 부모 그냥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 임아영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 어젯밤 세 돌이 지난 이준이를 업고 를 불러줬다. 여덟살 두진이가 돌 전 아기였을 때 정말 많이 불러줬던 노래였는데. 이준이가 가사를 따라 불렀다. 내 목소리와 이준이의 목소리가 겹쳐지자 문득 두 아이를 업어줬던 날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울컥 눈물이 났다. 엄마가 울자 등에 업혀 있던 이준이가 말했다. “엄마 울어? 왜그래?” 그러게. 엄마는 왜 울까. “이준이가 크는 게 아까워서.” 이준이가 짐짓 어른스럽게(?) 작은 손으로 내 어깨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엄마.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을 몇 번 해줬던가. 아이의 위로에 이상하게도 더.. 더보기
눈에 보이지 않는 가사노동을 한다는 것 요리하는 아빠, 설거지하는 엄마 임아영 설거지를 좋아한다. 싱크대 앞에 서서 고무장갑을 끼고 개수통 물에 불린 그릇을 수세미로 문지를 때 음식 찌꺼기가 없어지는 게 좋다. 그 다음에는 비누거품이 묻어있는 그릇을 물에 헹궈낼 때 그릇이 다시 빛을 내는 것을 보는 것이 좋다. 또 그릇을 말린 뒤에 정리할 때 가지런해지는 게 좋다. 설거지는 내가 집안일 중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 이렇게 말하면 #가사노동 을 무척 즐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남편이고, 아이 밥을 주로 먹이는 사람도 남편이고, 아이 목욕을 주로 시키는 사람도 남편이다. 참을성을 요하는 일에 나는 치명적이다. 뭐든지 빨리 해내는 것을 즐기는 성격인데다 어떤 일을 해도 들이는 노력 대비 효용을 .. 더보기
[둘이 함께 ‘반반 육아’] 아이들이 아빠를 엄마보다 더 찾을 때 임아영 황경상 기자의 폭풍육아 시즌2 ▲뿌듯함과 서운함 교차하지만…더 많은 시간 함께 부대낄 수 있기를 요가 동작을 흉내내며 놀고 있는 아이들. 육아휴직에 들어간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면 아빠를 더 신뢰하고 따르게 되리라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는다. 어릴 적 아빠를 좋아했다. 아빠와 등산했던 봄날, 아빠와 계곡으로 휴가 갔던 여름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어느 여름날 아빠는 계곡에 친 텐트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남동생과 나는 계속 고추잠자리를 잡아서 텐트 속에 수집(?)하고 있었다. 속으로 ‘잠자리가 아빠 코나 눈두덩이를 물면 어떡하지’ 생각했던 기억도 또렷하다. 그러나 평소 내 곁에 있어준 사람은 엄마였다. 아빠는 늘 내가 잠들어야 퇴근했다. 열 살 때 수영장에서 넘어져 이를 .. 더보기
부모로 성장한다고 느낄 때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은 엄마 임아영 두진이를 낳고 #초보엄마 였을 때였다. 엄마 몸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잠을 깨 울어버리는 아기를 두고 집 밖을 나오는 상상을 한 번씩 했다. 그 상상 뒤에는 늘 죄책감이 따라왔지만. 아이를 낳고 알게 됐다. 아이들은 엄마 몸에 의지해 산다는 것을. 너무 피곤해서 눕고만 싶은데 아이들이 매달릴 때, 주말이면 나도 조금쯤은 쉬고 싶은데 아이들이 매달릴 때면 “제발 혼자 좀 있자”고 소리치게 된다. ​ 어느 일요일, 아이들이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내게 다가와 찰싹 달라붙었다. “엄마, 나도 책 읽어줘요.” 첫째는 왼쪽 어깨에 기대고 둘째는 등 뒤에 매달렸다. 24kg이 넘은 여덟살 첫째와 14kg이 넘은 만 35개월의 둘째가 내 몸에 달라붙으면 아이들의 살이 .. 더보기
[둘이 함께 '반반 육아'] 남편과 아내 역할 바꾸기 임아영 황경상 기자의 폭풍육아 시즌2 임아영·황경상 기자는 11년차 입사 동기입니다. 두 아들을 낳으면서 부모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양육은 엄마가 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왜 ‘반반 육아’가 중요한지 말하려 합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자…아이에게도, 내게도 ‘엄마’가 생겼다 남편이 육아휴직한 지 한 달이 지났다. 2주쯤 지났을 때 어느 퇴근길 집 근처에 와서 남편에게 전화했다. “남편, 나 맥주 한잔만 하고 갈게.” 대뜸 무뚝뚝한 답이 돌아왔다. “왜.” 얼른 저녁 시간대 육아를 분담하기 위해 집에 돌아오라는 뜻이다. 이미 집 앞이던 나는 더 신나서 말했다. “아니, 맥주 한잔하면서 잠깐만 친구랑 이야기만 하고 갈게.” 갑자기 남편의 목소리가 커졌다. 따다다다다. 우리 남편이 이렇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