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함께하는 육아-아이처럼 부모도 성장합니다 ​ 당신이 남편이라서 늘 다행이라고 생각해​ 임아영 가끔은 결혼을 후회한다. 딱히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도 #가부장제를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어렸을 때 누나인 나보다 남동생을 훨씬 환영하는 외가 분위기를 느꼈을 때처럼 위축되고 내 존재가 조금쯤 보잘것 없어 보일 때. “요즘에는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구박하진 않잖아”라는 농담들을 들을 때 목소리를 높여 “시대가 달라졌는데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모욕적으로 느껴지는지 아느냐”고 따지고 싶어질 때. 그럴 때 나는 생각한다. ‘왜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선택을 했을까. 한국 사회의 결혼과 맞지 않는 인간이었을지도 모르는데.’ ​ 스물아홉에 연애를 시작해 서른에 결혼했다. 여름 끝에 연애를 시작해 겨울을 지나 봄에 결혼을 결심했으니 9개월 만이었다. .. 더보기
부모는 어떤 '헌신'을 해야 하는가 ​ 아이가 스스로의 삶을 사랑할 수 있도록 사랑하고 싶다 임아영 토요일 수영 강습에 가는 날이었다. 8세 첫째가 수영을 시작하고 두번째 강습을 가는 날. 원래도 겁이 많은 녀석이라 겨우겨우 설득을 해서 수업을 받기로 했는데 아이를 데리고 나갔던 남편이 금방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를 데리고서였다. “왜 다시 왔어? 수영 안 갔어?” 그 말을 듣자마자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수영장 앞에 도착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했다. 겁에 질린 아이를 우선 안고서 울음을 그치게 했다. “괜찮아, 수영 오늘 안 가도 돼.” 그러나 속에서는 ‘왜 이렇게 작은 일에 겁을 내는 거야’ 답답했다. 표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아이를 다독였다. 5분쯤 지났을까. 다시 아이를 데리고 수영장에 갔다. “친구가 와 있을테니 한번 다시 가.. 더보기
육아가 괴롭고 힘들기만 한 건 아녜요 아이들을 돌보며 웃고 울었던 시간과 바꾸고 싶지 않다 임아영 오늘은 유난히 피곤한 하루였다. 회사 생활이라는 게 어디나 그렇듯 가끔은 굉장히 지치고 고단하다. 날씨마저 푹푹 쪄서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 순간이동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아이들이 나를 맞았다. 그리고 첫째가 내게 묻는다. “엄마 기분이 안 좋아?” 좀 놀랐다. 어떻게 알았을까. “엄마 기분 안 좋은 거 어떻게 알았어?” 어려운 질문인지 대답은 안했다. 그럼에도 엄마의 기분을 헤아릴 수 있게 된 아들이라니, 그저 감동할 뿐이다. ​ 끝이 아니다. 씻고나서 소파에 기대서 좀 쉬고 있는데 아이가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끄적거린다. “뭐해?”라고 물으니 “편지 써”라는 답이 돌아왔다. 5분쯤 지났을까. 아이가 .. 더보기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까요? 결국 집중할 것은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 임아영 “그래도 해야지. 안 할거야?” 저녁마다 실랑이가 벌어진다. 첫째 수학 문제집 때문이다. 8세 첫째는 몸을 베베 꼰다. 하기 싫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그냥 둘 순 없다. 수업 시간에 다하지 못한 숙제를 들고오는데다 담임선생님이 집에서 문제를 매일 풀게 해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기싸움이 시작된다. “할 거야, 안 할 거야?”라는 딱딱한 말에 “할 거야”라는 하기 싫은 목소리가 돌아온다. 힘겹게 2~3쪽을 푸는 동안 수 번을 한숨을 참고 나면 아이가 다 푼다. ‘아이 속도에 맞춰 기다려주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구나.’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풀었다니 정말 잘했다! 우리 아들 최고!” 칭찬을 퍼부어주고 끝난다. ​ 학교를 보내기 직전 나는 아이가 .. 더보기
아빠의 육아휴직으로 드디어 동지가 됐다 남편이 육아휴직한 뒤 진짜 동지가 됐다 임아영 아이를 낳고서는 주말에도 쉴 수 없다. 늘상 수면 부족이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내게는 아이를 돌보는 의무가 주어져 있다. 남편과 나는 늘 지친 표정으로 “쉬고 싶다”고 외친다. 물론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내게 웃음을 준다. “엄마, 여기는 도깨비 집이야.” 그림책을 본 뒤 둘째가 스케치북에 알 수 없는 형상(?)을 그려놓고 말했다. “엄마는 무서워”라며 과장되게 말하면 아이는 활짝 웃으며 말한다. “엄마,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아이를 낳고 느꼈던 평온함과 환희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이다. 물론 아무리 예뻐도 나도 사람이니 주말에는 쉬고 싶지만. ‘예쁘지만, 기쁘지만 엄마도 쉬고 싶어.’ 어떤 무한루프 같은 것일까. #.. 더보기
육아를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일들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을 풍경들 임아영 결혼 전 경북 구미에 사시는 시부모님께 처음 인사드리러 갔다 돌아오던 길이었다. 6월 초였는데 꽤 더운 날씨였고 기차의 에어컨은 고장나 있었다. 남편과 나는 결혼 준비 과정의 첫 행사를 무사히 치렀다는데 안도했고 편히 쉬고 싶었다. 그때 한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세 살이나 네 살 정도 됐을까. 아마 그 아이도 더워서 그 괴로움을 울음으로 표현했던 것일 테다. 그러나 나는 화가 났다. 조그맣게 남편에게 말도 했다. “아니, 도대체 왜 아이 울음을 못 그치게 하는 거야.” 단호하고 냉정했던 말투가 기억난다. 연애 중이던 남편은 그 아이의 괴로움보다 내가 더워하는 것을 더 신경쓰던 때였다. 남편도 내 말에 호응하며 우리는 그 아이 부모를 원망했다. 서울역에 .. 더보기
좋은 부모, 그냥 부모 그냥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 임아영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 어젯밤 세 돌이 지난 이준이를 업고 를 불러줬다. 여덟살 두진이가 돌 전 아기였을 때 정말 많이 불러줬던 노래였는데. 이준이가 가사를 따라 불렀다. 내 목소리와 이준이의 목소리가 겹쳐지자 문득 두 아이를 업어줬던 날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울컥 눈물이 났다. 엄마가 울자 등에 업혀 있던 이준이가 말했다. “엄마 울어? 왜그래?” 그러게. 엄마는 왜 울까. “이준이가 크는 게 아까워서.” 이준이가 짐짓 어른스럽게(?) 작은 손으로 내 어깨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엄마.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을 몇 번 해줬던가. 아이의 위로에 이상하게도 더.. 더보기
눈에 보이지 않는 가사노동을 한다는 것 요리하는 아빠, 설거지하는 엄마 임아영 설거지를 좋아한다. 싱크대 앞에 서서 고무장갑을 끼고 개수통 물에 불린 그릇을 수세미로 문지를 때 음식 찌꺼기가 없어지는 게 좋다. 그 다음에는 비누거품이 묻어있는 그릇을 물에 헹궈낼 때 그릇이 다시 빛을 내는 것을 보는 것이 좋다. 또 그릇을 말린 뒤에 정리할 때 가지런해지는 게 좋다. 설거지는 내가 집안일 중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 이렇게 말하면 #가사노동 을 무척 즐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남편이고, 아이 밥을 주로 먹이는 사람도 남편이고, 아이 목욕을 주로 시키는 사람도 남편이다. 참을성을 요하는 일에 나는 치명적이다. 뭐든지 빨리 해내는 것을 즐기는 성격인데다 어떤 일을 해도 들이는 노력 대비 효용을 .. 더보기
부모로 성장한다고 느낄 때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은 엄마 임아영 두진이를 낳고 #초보엄마 였을 때였다. 엄마 몸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잠을 깨 울어버리는 아기를 두고 집 밖을 나오는 상상을 한 번씩 했다. 그 상상 뒤에는 늘 죄책감이 따라왔지만. 아이를 낳고 알게 됐다. 아이들은 엄마 몸에 의지해 산다는 것을. 너무 피곤해서 눕고만 싶은데 아이들이 매달릴 때, 주말이면 나도 조금쯤은 쉬고 싶은데 아이들이 매달릴 때면 “제발 혼자 좀 있자”고 소리치게 된다. ​ 어느 일요일, 아이들이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내게 다가와 찰싹 달라붙었다. “엄마, 나도 책 읽어줘요.” 첫째는 왼쪽 어깨에 기대고 둘째는 등 뒤에 매달렸다. 24kg이 넘은 여덟살 첫째와 14kg이 넘은 만 35개월의 둘째가 내 몸에 달라붙으면 아이들의 살이 .. 더보기
아빠가 간 학부모 상담! 3월 초보 부모 분투기 둘이라서 괜찮아 임아영 첫 아이가 처음 하는 일은 내게도 보통 처음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에 간다면 초등학교 #학부모 는 처음이듯이. 둘째를 낳고서 알게 됐다. 두번째 경험하게 되면 훨씬 유연해지고 편안해진다는 것을. 둘째를 #어린이집 에 처음 보낼 때도 아이에게 미안하고 아이가 안쓰러웠지만 첫째 때만큼은 아니었다.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던 날은 정말 펑펑 울었다. 어떤 연애의 끝보다 슬프게. 둘째 때는 그러지 않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안쓰러움’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기 때문일 것이다. ​ ‘초보’라서 어려운 이유는 그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펼쳐진 일이 감당 가능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혼자 겪어야 하는 일은 그나마 다행이다. 어른이 되었으니까. 아이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