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거의 잠을 못 잤습니다.
기특이는 새벽에 깨서 계속 울었고
혹시 '옆집에서 시끄럽다고 찾아오는 것 아닐까' 불안해 하며 아기를 재우려고 노력했지요.
기특이는 꽤 순한 아기입니다.
'순하다'는 걸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싶지만
우선 혼자 잘 놀고요, 또 많이 예민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비교 대상이 없다는 함정이... ㅎㅎ)
그런데 한 번 화가 나면 무섭습니다.
한 달 전쯤인가 갑자기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약을 먹여야 했습니다.
기특이가 약을 거부하길래 어떻게 먹여야하나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봤건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과자에 묻혀 줘 보기도 하고 몰래 먹여보기도 했으나 실패.
그래서 억지로 입을 벌려 먹게 했죠. ㅠㅠ
그로부터 한 시간 정도 지나고 기특이는 화를 내며 울었습니다.
아직 말이 안 통하니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엄마가 자신의 요구를 잇따라 들어주지 않은 거죠.
약을 억지로 먹인데다 안아달라고 했는데 잘 안아주지 않았다든가 등등.
거의 한 시간을 넘게 울다 그치고 울다 그치는데 정말 미칠 것 같더라고요.
저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초보 엄마'라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
(부모 되기는 참을성 기르기 수업 같아요. 참을성 없기로 소문난 저에게는 벅찹니다 ㅠㅠ)
어제도 똑같았어요.
새벽에 깨서 우는데 정말 아기를 놓고 도망치고 싶더라고요.
아기를 키우다보면 어린이집 교사들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게 됩니다.
내 새끼도 놓고 도망가고 싶을 정도인데 남의 애를 정성껏 돌본다는 것은 얼마나 고될까,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을... (어린이집 교사들 처우가 달라져야 합니다 꽥)
기특이는 지난 1년간 크게 속 썩인 일이 없었어요.
잘 아프지 않았고 한 두 달간의 이유식 거부 기간을 빼고선 밥도 잘 먹었고 잘 놀았고
아기의 기본 자세-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고
잘 해냈습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잘 자기'가 안됐습니다.
저희 친정 엄마가 '정말 잠 없다, 이렇게 안 잘 수가'를 입에 달고 다니실 정도였어요.
100일이 지나기 전에는 정말 눕혀놓으면 바로 깨는 '고통'의 시간이었죠. (다른 아기들도 그렇나요?!)
아 그때 생각하면 훌쩍,입니다.
100일이 지나고는 좀 나아지나 했는데
여전히 이렇게 한 번씩 엄마아빠를 힘들게 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매일 말을 많이 못 하니 글이 길어집니다......ㅠㅠ)
애 기르는 것을 못 보고 자란 요즘 엄마들은 육아를 책이나 카페에서 배우죠.
저는 육아 카페는 너무 의견이 분분해서 잘 들어가지 않았어요. (들어가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오로지 책-에 의지.
전문가의 말을 신뢰하는 편이 낫겠지 그랬습니다.
'국민육아책' <삐뽀삐뽀119>의 소아과 전문의 하** 선생님 말씀을 많이 참고했지요.
(요렇게 생겼습니다... 출처:인터파크)
이 책에서는 '수면 교육'을 강조합니다.
*6주 된 아기는 스스로 잠자 버릇하는 연습을 시켜야
아기들 스스로 잠드는 습관도 길러줘야 합니다. 아기들은 얕은 잠을 자기 때문에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도 쉽게 깨는데, 스스로 잠들어 본 아이라야 밤중에 깨더라도 다시 잠들 수 있습니다. 항상 엄마가 안아서 재우는 습관이 들은 아기들은 밤중에 깨더라도 스스로 잠들지 못하고 엄마를 찾게 됩니다. 때 어린 아기의 경우에는 안아서 재워도 좋습니다. 하지만 4개월 된 아기들은 밤에 깨더라도 스스로 다시 잠들게 하는 것을 연습시켜야 합니다. 아기들 잠자는 것 역시 엄마가 가르치는 습관입니다. (505쪽)
6주, 6주라니!
저희는 100일 때까지 11~12시까지 못 자는 아기를 붙잡고 안아서 재우거나
배에 얹어서 재웠습니다.
ㅠㅠ
(주로 이런 자세입니다. 훌쩍. 조리원에서의 기특. 정말 애기네요.)
저희도 100일이 지나고 '수면 교육'이란 걸 시도했습니다.
수면 의식을 한 후 누워서 재우는 것.
업거나 안아서 재우지 말고! 젖 먹이면서 재우지 말고! 스스로 누워서 자는 게 핵심입니다.
수면 의식이란?
충분히 먹이고 옷을 갈아 입힌 후 잠자리에 눕히고, 이야기를 들려 주거나 노래를 불러주고 책도 읽어주고, 좋아하는 작은 곰인형이 있으면 아이에게 주고 잘 자라고 말하고 뽀뽀도 해주고 불 끄고 재우는 등의 잠들기 전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같이 자면 불 끄고 같이 누워 자고, 따로 자면 불 끄고 자라고 하고 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을 매일 매일 반복해야 합니다.
(네이버에 정리된 하** 선생님의 수면 교육 중 일부. http://health.naver.com/infantCare/detail.nhn?contentCode=infant_0066&upperCategoryCode=1400)
수면 교육에 중요한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생후 4~6주부터 저녁에 재울 때 젖을 물고 잠들거나 안아서 잠들지 않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억하십시오! 첫째, 9시 전에 재우고 둘째, 안아 재우거나 젖을 물려 재우지 말고 등을 대고 눕혀 재우고 셋째, 눕힌 후에 이야기 들려주고 노래 불러주는 등 일정한 행동을 15분 이상 매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처 : http://health.naver.com/infantCare/detail.nhn?contentCode=infant_0066&upperCategoryCode=1400
성공하는 듯 했습니다.
우선 11~12시 사이에 잠들던 기특이는 9시쯤에 잠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울다 잠들었죠.
많이 울었습니다...
보다 못한 엄마아빠가 업어주거나 안아주기 시작했죠.
육아가 6개월, 7개월 지속되니 밤마다 제대로 못 잤던 저는
점점 체력이 달려 가끔 젖 먹이며 재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젖 먹으며 자는 아기로 변신-해 있는 게 아닙니까 ㅠㅠ
결국 수면교육은 대 실패로 끝났습니다.
보다 못한 남편이
<잠들면 천사> (아네테 카스트 찬, 하르트무트 모르겐로트 지음)
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심리학과 의학을 전공은 두 저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합니다.
1일차에은 낮잠 잘 때, 저녁, 밤에 깼을 때 언제든 아이에게 다가가기 전에 기다리는 시간을 '3분'부터 시작한다. 그런 다음 횟수가 거듭될 때마다 조금씩 늘려서 최대 7분까지 늘린다.
2일차에는 기다리는 시간을 '5분'에서 시작해 최대 9분까지 늘린다. 아이가 혼자서 잠들 때까지 이 시간을 유지한다.
3일차에는 '7분'부터 시작해서 최대 10분까지 늘려서 기다린다. 시간표보다 오래 기다리는 것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
단, 아이가 소리 내서 크게 울 때만 아이에게 가본다. 조용히 훌쩍이거나 칭얼대면 아이 스스로 진정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럴 때에는 조금 더 기다려보아도 무방하다. (132쪽)
저희도 이 방법을 써봤습니다.
밤중수유를 끊을 겸 했었는데요.
결과는 대실패.
하루 하고는 다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10개월이 된 기특이는 악을 써대며 울었고 초보 엄마아빠는 '3분'도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아... 이렇게 실패하는 것일까요.
이사 온 후
작은 방에서 기특이를 재우기 시작했습니다.
어른 요를 깔고 아기랑 엄마아빠가 같이 누워 그림책도 보고 장난도 치다가 자는 거였죠.
어느 날부턴가 기특이는 놀다가 스르륵 눕더니 잠들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런 기적이! 해방이!
뭐든지 다 가르쳐야 한다는 책의 말이,
엄마가 아이의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는 말이
거부감이 느껴진 적도 많았습니다.
교육, 필요하겠죠.
아기를 낳아보니
사람은 정말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상태로 태어나
의식주부터, 그러니까 먹고 자는 것, 옷을 입는 것, 배변하는 것까지 다 가르쳐야 하는 동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의 말도 다 맞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는 맞겠지만
내 아이가 그 '일반'의 범주에 안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저희 부부가 '교육'하려는 의지나 양이 적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그러나 아기들의 성장 흐름이 다 다른데
일률적으로 몇 개월에는 수면 교육을 해야 하고
몇 개월에는 잠을 몇 시간 자야하며 몇 개월에는 어떠해야 한다는 말은 답이 아닌 듯 해요.
어른들도 컨디션에 따라 다르잖아요.
푹 잘 자는 날이 있고 잠 못 드는 밤도 있고.
또 사람들마다 다 속도와 방향이 다르잖아요.
하루에 4시간만 자도 되는 사람도 있고 8시간은 자야 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기특이의 속도를, 기특이의 흐름을 믿어주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툰 '교육'을 하며 아들을 다그치는 엄마가 아니라.
그나저나, 오늘은 제발 울지 말고 잘 잤으면.
12개월을 푹 못 자니 정말 하루 8시간만 푹 잤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합니다.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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