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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 일기

팔뚝만한 아이와 무뚝뚝한 남자들 기억하기로, 아버지의 휴대전화 요금은 늘 만 원 정도였다. 기본요금이 저렴하고 초당 요금이 비싼 형태의 요금제를 쓰는 덕분이다.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아버지는 휴대전화가 일반에 보급되는 초기부터 사용하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꼭 필요한 통화 외에는 거의 하시지 않는다.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건 상상을 못했다. 아버지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일이 있으면 늘 어머니에게 부탁하곤 했다. 그것도 연말연시, 설이나 추석 때 지인들로부터 온 의례적인 메시지에 의례적인 답장을 하기 위해서였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서울에 올라온 스무 살 이후, 아버지와 긴 시간 통화를 한 건 재작년 한 해의 마지막 날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인 아버지와 나는 서울에 오기 전에도 그렇게 오랫동안 대화를 하는 편이 아니었.. 더보기
모유수유 분투기 1 2013년 3월 어느새 기특이는 태어난지 100일이 되었다. 하루종일 아기를 안고 어쩔줄 모르던 지난 100일. 밤새 젖 먹이느라 잠도 못 자고 하루종일 아기를 안고 있으니 손목은 시큰거렸다. 예쁜 '내 새끼'를 보면 행복했지만 또 그만큼 괴로웠다. 왜 육아 선배들이 뱃속에 있을 때가 그리울 거라고들 말해줬는지 알 것 같았다. 기특이는 목청 높여 울다가 '꺽꺽' 목넘어가도록 서럽게 우는 아기였다. 물론 지금도 선잠이 깨거나 뭔가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그렇게 운다. 아기가 울면 나도 같이 어쩔줄 몰라 당황했고 아기가 잘못될까봐 노심초사. 출산 후 산후우울증 초기의 감정은 '내가 아기를 잘못되게 하면 어쩌지'라는 감정이라더니 정말 안절부절의 연속이었다. 이제 100일이 지나고 조금씩 기특이와 호흡을 맞춰가고.. 더보기
'기특이'가 우리에게 가끔 이런 상상을 했었습니다. 뱃속에 나 아닌 생명을 품고 있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여린 생명이 꿈틀, 뭉클하면 어떤 기분일까. 누구나 부모가 될 수 있지만 아기와 한 몸으로 열 달을 사는 건 '엄마'뿐이라서 여자로 태어난 게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결혼한 이후에 '자녀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신이 주시는대로"라고 대답했습니다. 막연히 두렵기도 했습니다. 임신이 생각보다 잘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요즘엔 그렇게 난임 불임 부부가 많다던데. 언젠가 박완서 작가의 소설에서 엄마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짐승'처럼 자식을 돌보는 스스로에 대한 생경함. 그럼에도 아기가 자신을 바라보고 웃어줄 때 경험해보지 못했던 기쁨. 저도 언젠가 엄마가 되면 그런 두려움과 기쁨을 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