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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 일기

[맘편한 세상을 위하여]어쩌자고 둘을 낳았을까, 나는 사회에 속았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오늘은 누가 나를 붙잡을까. 복직한 지 넉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침 출근 준비할 때마다 걱정한다. “엄마, 오늘 쉬는 금요일 아니야?” 지난 금요일, 여섯 살 첫째는 엄마가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실망했는지 입이 툭 튀어나왔다. 2주에 한 번씩 금요일에 쉬니 이번주 금요일에도 엄마가 쉬리라 본인이 원하는 대로 상상했던 거다. “쉬는 날 맞잖아.…” 우기기 시작하는 첫째. ‘울어버리면 어떡하지. 울면 끝장이다. 지하철에서 회사에 보고해야 할지도 모른다.’ 울음이 터져나오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겠다 싶어서 피에로처럼 장난을 걸고 아이의 기분을 겨우 돌린 이후 현관 밖으로 나왔다. 내가 옷 갈아 입으면 회사 가는 줄 알고 18개월 둘째, 내 무릎서 꿈쩍 안 해 결국 눈물 .. 더보기
아이가 다치면 마음이 무너진다 휴직했을 때 “엄마 회사 낸중에 가면 안돼?” 노래 불렀던 두진이는 요즘 아침마다 출근하는 내게 물어본다. “엄마 오늘 야근이야?” 야근을 하면 11시에 끝나고 집에 가면 12시가 넘는다. 야근은 한 달에 서너번 밖에 안 되는데도 아이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묻는다. 아이들은 10시쯤 잠드니 잠들 때까지 엄마를 볼 수 없다. 같이 못 자는 날이 싫은 큰 아들의 야근 타령. 이제 시작인가. 어떤 선배는 아들 이야기를 해주며 말했다. “처음엔 ‘회사 가지마’ 현관문에서 울더니 시간이 지나고 포기하더라고. 그다음엔 ‘언제 퇴근해?’ 노래를 불러. 그것도 포기하고 나면 ‘이번주엔 주말에 누가 쉬어?’ 그러더라.” 여전히 월요일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 일요일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 아이에게는 엄마가 주말에 언제.. 더보기
며느리들이 명절을 싫어하는 이유, 엄마의 늦은 귀향 입사 초 여자 선배들이 농반 진반으로 명절 당직을 서고 싶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냥 웃었다. 그때는 결혼하지 않았을 때라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 정확하게 몰랐다. 그냥 시댁에 가기 싫은가보다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내가 결혼을 했고 처음 명절을 보내기 위해 구미인 시댁에 내려갔다. 시댁이 아직 불편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시댁에 가서 시부모님과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도 구경하고 즐겁게 보냈다. 남편의 이모님들이 놀러오셨지만 잘해주셔서 어렵지 않았고 불편하지도 않았다. 결혼을 실감한 건 집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내가 서울로 가려는 시간 동생은 늘 그랬듯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고 사촌동생들을 만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다 내 생각이 났는지 전화.. 더보기
복직 후 한 달 ‘소진증후군’, 그리고 아빠 어느 새 복직 후 한 달이 됐다. 8월 16일에 복직했으니 정말 한 달. 출근하고 하루만에 감기에 걸려 복직을 실감했다. 심한 감기는 아니었는데 코가 막히고 목이 붓기 시작해 바로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왔다. 실감이 났다. '회사로 돌아왔구나.' 그리고 4주가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평일에는 출근하고 퇴근하고 아이들 재우다 뻗었고 주말에는 각종 집안일을 챙기고 아이들과 놀다가 뻗었다. 한 달이 지나고서야 이렇게 끄적일 시간이 난다. 어제도 애들 재우다 뻗었는데 웬일인지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노트북 앞에 앉았다.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체력’이 관건이다. 출근길 열심히 타지를 체크하고 출근하자마자 아침 보고를 하고 하루종일 보고를 하고 기사를 쓰다 보면 퇴근 시간이 넘어간다. 사실 이 일이 퇴근 시.. 더보기
복직을 하루 앞두고 2014년 2월 21일 금요일 오후 9시45분에도 일기를 썼었다. “두진이를 재우고 일기를 쓴다. 복직 전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일기.” 3년 6개월이 지나고 다시 난 휴직 후 복직을 한다. 2017년 8월 15일 화요일에 쓰는 복직 전 마지막 일기다. 복직이 두 달 남았다, 한 달 남았다, 열흘 남았다 세 왔는데 어느새 내일이 출근. 마음이 계속 싱숭생숭하다. 왜일까. 아이들을 두고 회사에 나가야 해서? 아이들을 친정엄마한테 맡기는 게 미안해서? 회사 일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돼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계속 기분이 안 좋았는데 오늘 집안일을 하다가 본심이 나왔다. 소파 패드가 어질러져 있어서 남편에게 “이런 것 좀 미리미리 정돈해놔”라고 말하니까 남편이 “계속 했는데 안 한 것처럼 왜 말해”라고 .. 더보기
조부모들에게 수당을 주는 대신 부모들에게 시간을 달라 한 국회의원이 저출산 문제를 풀겠다며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시간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수당을 주는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한다.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가정을 위한 것이라는데 정말 육아 문제, 저출산 문제의 핵심을 짚지 못 한데에 대한 한숨이 푹푹 나온다. 그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국가적 재앙수준까지 와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고령사회 노년층의 소득 보장 및 가정양육기능 회복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휴... 노년층 소득 보장이 저출산 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할마할빠에 대한 기사가 쏟아진다. ‘친정과 가까이 살수록 빨리 자녀 출산한다’, ‘친정과의 거리가 첫째아 출산 속도에 영향 끼쳐’, ‘양육수당 조부모에 직접 지원하고 보조인력 .. 더보기
늘 마음의 준비를 못한 건 오히려 나였지만 단유가 끝나간다. 지지난주 금요일부터 안 먹이기 시작해서 젖이 마르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하루에 한 번 밖에 안 먹이다 단유 했으니 쉬울 것이라 생각했지만(많이 먹일수록 젖을 말리는 게 힘들다) 역시나 육아에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말리는 동안 꽤 아프고 힘들었다. 젖 말리는 것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둘째가 보채는 것이 더 걱정됐다. 그러나 생각보다 둘째는 잘 견뎌냈다. 몇 번 울기는 했지만 심하지 않았고 이제는 찾지도 않는듯하다. 그런데... 허전한 건 뭐지? 둘째는 잘 있는 것 같은데 엄마인 난 왜 이렇게 허전할까. 젖 먹일 때 아이의 눈에 엄마가 제일 잘 보인다고 한다. 아이 눈과 엄마의 눈의 거리. 그 눈 맞춤. 그 눈 맞춤을 못한다고 생각하니 새삼 너무 허전하고 울적하다. 내 인생의 마지.. 더보기
사랑받는 건 오히려 나였다 둘째가 돌이 되었다. 형은 돌잔치를 했는데 동생은 지나칠 수가 없어서 돌상을 차리고 가족들과 식사를 했다. 그것만 해도 할 일이 넘쳐나 너무 바빴다. ‘아... 난 이 집의 집사인가, 매니저인가’ 싶을 때 우울하다. 아이들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으니 뭐든지 엄마 손이 필요하다. 밥을 먹어도, 옷을 입어도, 심지어 화장실을 가는 일도. 기저귀를 차는 둘째는 말할 것도 없고 첫째도. 아 왜 이렇게 인간은 무력한 존재로 태어나는 것인가. 다른 동물들은 태어나 조금 있으면 걸어(?)다니고 혼자 밥 먹고 자립하던데 왜 이렇게 인간은 모든게 오래 걸리는가. 첫째를 낳았을 때 했던 쓸데없는(?) 의문은 여전히 똑같다. 둘째 기저귀를 갈다가 물 달라는 첫째에게 “떠다 먹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참고.. 더보기
여전히 엄마한테 독립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나는 ‘워킹맘’이다 아직은. 아이를 둘을 낳고 복직을 3개월여 앞두고 보니 한국 사회에서 워킹맘으로 살 생각이면서 둘을 낳는 무모한(?) 선택을 했구나 싶다. 그래서 ‘아직’이다. 만약 버텨낼 수 없다면 수많은 여자선배들처럼 ‘경단녀’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기감 때문에. 그래도 나는 워킹맘들이 부러워하는 ‘친정엄마가 백업해주는 워킹맘’이다. “아영씨는 친정엄마 있잖아 걱정 없겠네”, “아 친정엄마 있어서 부러워요”와 같은 말에 아무 할 말이 없는 ‘부러운 워킹맘’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다. ‘우리 엄마는 행복할까.’ 첫째를 낳고 복직했던 2014년에는 아이 걱정만 가득했다. 아이가 엄마 없는 긴 하루를 적응할 수 있을까, 어린이집에서 울지는 않을까, 퇴근이 늦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긴 것 .. 더보기
좋은 엄마가 될 줄 알았는데 지지난주 목요일 두진이 유치원 상담을 받고 왔다. 밥을 잘 안 먹으니(두진이는 밥 물고 있기 제왕, 밥먹다 멍때리기 제왕이다) 급식 먹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실까 하고 갔는데 담임선생님은 발달 및 지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셨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 당황스러웠다. 선생님은 아이가 ‘특이하다’고 설명하셨다. ‘특이하다는 게 무슨 뜻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상담카드에 같이 꼽아둔 두진이의 미술 활동물을 보여주셨다. 나비 그림 테두리에 바늘로 구멍을 뚫고 실을 이용해 구멍을 연결하는 활동이었다. 두진이는 테두리대로 연결하지 않고 대각선으로 여러 개를 이어놓았다. “이렇게 할 수도 있어요 어머님. 근데 세 번이나 설명해줬는데 계속 이렇게 하는 거예요. 아이가 설명을 못 알아들은 것 .. 더보기
단설 유치원 더 만들고 보육 바우처도 부모에게 달라 정말 화가 나서 이 글을 쓴다. 지난 가을 첫째 유치원(첫째는 병설유치원에 다닌다)에서는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는 부모, 조부모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서울 동쪽 한 구에 ‘단설유치원’을 만들려고 하는데 사립유치원들의 반대가 심해서 ‘만들어달라는 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한숨과 분노가. 분노가. 육아휴직 1년을 감지덕지하는 나라에서 생후 1년이 된 아이(라고 쓰지만 아기다)들은 민간 어린이집에 간다. 국공립어린이집에 가기 너무 힘들어서. 만3세(우리 나이 5세)가 되면 유치원에 가는데 또 사립유치원에 간다. 국공립유치원 추첨에서 떨어져서. 국공립유치원에 못 보내면 만5세(우리 나라 7세)까지 운영하는 국공립어린이집에라도 보내고 싶지만 못 보낸다. 순위가 한~~~참 밀려있으니까. 왜 아이.. 더보기
왜 여자들이 절반을 차지해야 하는가 “그 선배 애 낳고 변하더라고. 그렇게 열심히 일하더니 애 낳더니 어쩔 수 없나봐.” 결혼을 안 했던 시절 여자 선배들을 저렇게 묘사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애 낳으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애 낳으면 일을 대충 한다”로 이어져 “애 낳은 여자들은 쓰면 안 돼”에서 “애를 낳을 수 있는 여자들은 쓰면 안 돼”까지 연결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땐 '결혼을 하면 안 되겠구나'부터 '다 그런 건 아닐 거야',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에까지 생각이 연결되곤 했다. 애를 낳고 알게 됐다. 가사 노동과 육아를 여성에게 떠넘긴 사회에서 회사 생활을 버틴 것도 대단한 것이라는 걸. 그나마 아이를 대신 맡아줄 가족(친정엄마나 시엄마, 아니면 시터이모님)이 없는 여자 선배들은 이미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것을.. 더보기
왜 가사노동을 폄하하는가 “아영, 집안일과 육아는 절반씩 분배가 안 돼. 나도 둘째 낳고 남편이랑 정말 많이 싸웠는데 결국 해결 방법은 사람을 쓰는 거였어.” 한 선배가 해준 말이었다. 아이 한 명을 낳고 복직한 2014년, 하루하루가 진이 빠질 때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는 아이 친정엄마께 맡기고 출근하고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재워야 하는 세 살 아기가 있었다. 아이는 하루에 옷을 두세 번씩 갈아입어 빨래는 산처럼 쌓이는데 평일에는 빨래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친정엄마가 아이 빨래를 해주셔서 겨우겨우 일상이 유지됐다. 청소, 아이 반찬, 어른 빨래, 분리수거 등등. 무엇 하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남자 선배들의 빳빳한 와이셔츠를 보면 누가 다려줬을까 생각했다. 부부의 역할 분담이 전형적인 남녀의 성역할로 분담되.. 더보기
빡센 육아를 부모에게 허하라 "아들 둘을 키우면 욕을 달고 살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들 둘을 낳게 되자 가끔 이 말이 떠오르는데... 어제 오늘 '샤우팅'의 연속이어서 더 그렇다(아직 '이눔시키' 정도의 욕(?)만 하고 있다는 게 다행인 지점). 설 연휴가 지났고 결국 병이 났다. 오늘 모유수유 중이어도 먹을 수 있는 약, 타이레놀을 먹고 3시간을 자고나니 좀 나았다. 둘째 아이를 낳고 벌써 네번째다. 몸살, 감기, 두통 등. 일할 때는 이렇게 아픈 적이 없었다. 체력 하나는 믿을만 했는데. 왜 아팠는지 생각해보다가 결국 체력 방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휴직 중인 내 하루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기상. 남편과 내가 먹을 야채주스를 급히 갈아 마시고 50개월 아들 아침을 차리고 8개월 아들 이유식을 데운다. (그 사.. 더보기
"엄마, 회사 내년 말고 낸중에 가면 안돼?" "엄마, 회사 내년 말고 낸중에 가면 안돼?" 두진이는 이제 우리 나이로 6세가 되었다. 제법 논리적인 언어 구사를 한다. 오늘은 동생이 물을 쏟아 엄마가 짜증을 내니(;;;;) "엄마 화내면 안되는거야.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라고 말하며 나를 당황시켰다. 그런 두진이가 자주 하는 말. "내년 말고 낸중에." 가끔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두진이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엄마가 지금 잠깐 너희를 돌보려고 회사를 안 가는 거고 1년이 지나면 다시 회사에 가야해." 시간 개념이 정확치 않은 두진이는 1년, 내년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그저 엄마가 회사를 다시 가야 한다는 것이 싫을 뿐. "엄마 내년에는 회사를 가야 해." 그때부터 두진이는 계속 말했다. "엄마, 회사 내년 말고 낸중에 가.. 더보기
아빠와의 추억은 누가 빼앗아갔나 아빠와의 추억은 누가 빼앗아갔나 엊그제 친정아버지에게 농담처럼 건넸다. “아빠, 30대는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이 많아 늘 시간이 부족하고 육아에 집중할 수가 없네요.” 투정부리는 것처럼 느끼시면 어쩌나 했는데 아빠는 급 진지 모드. “너희들 어릴 때는 주6일이라 얼마나 바빴는지. 일주일 내내 일하고 일요일에는 늦잠 좀 자고 싶은데 너희들이 깨워서 정말 괴로웠다.” 그 말을 듣고 “맞다. 왜 애들은 새벽같이 일어나지” 하며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는 두 아들들(6세+7개월)을 떠올렸다가 어린 시절 내가 떠올랐다. 일요일 아침 아빠랑 놀고 싶은데 아빠는 늦잠을 주무시고 나랑 동생은 일요 만화, 일요 드라마(, 이런 거) 보던 생각. 침대도 쓰지 않던 시절 요에 네 가족이 도란도란 티비를 보고 늦잠을 자던.. 더보기
누가 '전업맘' '워킹맘'을 구분하나 5월 육아휴직했을 때 만삭의 몸으로 첫째 유치원이 끝나면 데리러갔다. 아이는 엄마가 데리러온다며 매일 신나했지만 난 늘 우울했다. 유치원 현관 앞에 기다리는 ‘엄마들’ 모습을 보며. 두진이는 병설유치원에 다녀서 오후 1시30분이면 끝난다. 처음 하원할 때 기다리면서 ‘아니, 도대체 이 시간에 어떻게 엄마들이 이렇게 많지. 목동 집값을 버티며 외벌이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다 금수저인가’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엄마들을 하나도 모르니까 이렇게 워킹맘은 소외당하는가 싶은 생각까지 덮쳐 더 울적했다. 여름방학을 하던 날 두진이 같은 반 꼬마친구들이 “두진아 같이 놀자. 우리 집에 초대할게”라고 하자 두진이는 신나서 따라갔는데 내가 그 엄마들과 잘 몰라서 민망해졌던 순간. 엄마들이 초대해주지.. 더보기
두진이를 보며 나를 돌아본다 설 연휴를 보내고 두진이와 나를 기차역까지 차로 바래다주시던 아버지가 문득 좌석 뒤로 돌아보며 말씀하셨다."참, 너 어릴 때 하고 똑같다."사실 두진이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말씀하신다. 장인, 장모께서 보실 때는 아무래도 아이의 모습에서 아내의 어린 시절을 많이 발견하시는 것 같다. 반면 어머니, 아버지가 볼 때는 또 내 모습을 많이 떠올리시는가 보다. 이제 다섯 살배기 아이를 보시며 아버지는 그렇게 내가 아니라 젊은 날의 자신을 떠올리시는지도 모르겠다. 언제 이놈이 커서 또 저만한 애를 낳아 데리고 왔나 하고...하지만 외모를 빼고, 두진이가 하는 행동들만 본다면 아무래도 나를 더 많이 닮았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녀석은 잠을 잘 때 자꾸만 옆에 있는 사람의 몸 밑으로 손을 쑤셔넣는다. 주.. 더보기
'말의 빅뱅'에 접어든 녀석 "디지게 말 안 들어"갑자기 쪼그만 녀석이 이런 말을 하니 너무 웃길 수밖에 없다. 할머니가 한 말을 흉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개 녀석의 말은 모방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맨날 잠 안 자고 더 놀려는 녀석에게 "내일 아침에 놀자"고 하면 녀석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게 말한다. "이제 자고 일어났으니깐, 하루 종일 놀자!"36개월이 막 지난 두진이는 말이 엄청나게 늘었다. 최초 빅뱅 이후 물질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처럼, 녀석의 언어구사 폭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한번은 퇴근하고 집까지 녀석을 데려다주신 장인어른이 다시 댁으로 돌아가시는데 "할아버지한테 안녕히 가세요, 인사해야지" 그랬더니 "수고했어요" 그러는 게 아닌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장인어른이 가시고 난 뒤 "할아버지한테 수고했어요가 뭐.. 더보기
읽기만 하면 애들이 잠드는 책이라고? "읽기만 하면 애들이 잠자는 책이 있다고?"눈에 쏙 들어오는 신문광고였다. 아이를 둔 집이면 다 한 번쯤 아이를 재우는 일에 대해 고민하셨겠지만, 두진이는 유난히도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아이였다.아이를 재우고 싶다는 어른들의 욕망은 물론 '휴식시간'을 얻고자 하는 이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마도 대부분이지만.... 아이가 잘 자지 않으면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또 제때 일찍 자지 않으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잘 되지 않아 성장발육에도 좋지 않다는 사실이 늘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엄마, 아빠가 일하고 들어오면 8~9시가 다 되기 때문에 두진이는 필사적으로 30분이라도 더 엄마, 아빠와 더 놀고 싶어했다. 아침이 되면 또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녀석은 퇴근하는 아빠를 보자마자 '레고로 집 만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