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어느 새 자라서 18개월이 되었습니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생각하면 새삼 뭉클...하는 엄마 마음이 샘솟습니다.ㅎㅎ
아이가 말하는 과정을 보면 참 신기했는데요.
남자 아기라 아직 단어밖에 말 못하지만...
처음 옹알이하던 순간, 음절을 끊어 소리를 내던 순간, 엄마라는 말을 하던 순간 등
항상 신기하고 경이로웠던 것 같아요.
게으른 탓에 아이의 순간순간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기억나는 걸 몇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① 부따부따~
옹알이를 끝내고 말하기 시작한 아이는 혼자서 알 수 없는 말을 계속합니다.
처음에는 "얼른 엄마 말을 배워야지" 했었는데
어느 순간 아이는 열심히 표현하고 있는데 제가 아이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순간부터 아이의 말에 열심히 호응을 해주기로 했지요. ㅎ
아이는 신이 나면 '부따부따~'를 외쳤습니다.
언어가 분절돼 가는구나 싶어서 한 번 신기했고
'부따부따'가 기분 좋음을 의미하는구나 눈치채서 두 번 신기했습니다.
아이는 기분이 좋을 때마다 '부따부따'를 외쳤습니다.
그럼 저도 같이 '부따부따'를 외쳤죠. "엄마도 너처럼 기분이 좋아!"라는 것처럼.
그럼 아이는 더 신이 나서 '부따부따부따~'라고 말합니다. 아이고 귀여운 것.
② 음마?
역시 제일 먼저 말하는 것은 '엄마'입니다.
그러나 정확하고 또렷하게 '엄.마'라고 분절된 음을 말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아마 가장 가까운 말은 '음~마?'가 아닐지...
그러나 '음마'마저도 '엄마'라고 알아듣고 기쁨의 눈물을.
아이가 처음 저를 불러준 순간, 이었겠죠.
저도... 꽃이 되었습니다. ㅎㅎ
③ 까까, 고군고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1순위가 아닐지.
'까까' 즉 과자입니다.
카시트를 태우기 위해 제공해왔던 과자.
아이의 입에서 '까까'로 태어났습니다.
아이는 '엄마' 다음으로 '까까'를 말했습니다.
'아빠'도 제친 말 '까까' 위력이 느껴집니다. ㅎㅎㅎㅎ
요즘도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탁 앞에서 가서 짧은 팔을 내밀며 '까까'를 외칩니다.
+ 저는 이유식 때부터 고구마를 많이 먹였는데요. 그래서인지 고구마를 무지 좋아합니다.
고구마는 아이를 통해 '고군고군'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아침마다 "까까 고군고군 까까 고군고군"의 반복...ㅎㅎ
④ 쿠쿠, 세탁
저를 놀라게 했던 말 두 가지.
어느 날 전기밥솥이 밥을 다 하고 기계음을 냈습니다.
"잡곡밥이 완성되었습니다. 쿠-쿠-"
그때 바로 반응하는 아기. "쿠쿠" 이럽니다.
참 신기했습니다. 엄마가 하는 말도 아니고 밥솥 기계음을 따라하는 게.
요즘은 출근 시간이 좀 지나면 찾아오는 세탁소 아저씨의 '세~탁'을 따라한다고 하네요.
전 출근 이후라 아직 '세~탁' 하는 걸 못 들었어요. ㅠㅠ
회사 선배 한 분이 아이를 키우는 얘기를 해주면서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아이의 말은 곧 시(詩)다"
아이들은 시를 말한대요.
가령 이런 것들.
-애벌레가 기어가는 걸 보던 아이
"엄마 애벌레가 반지를 잔뜩 끼고 기어가요"
-인중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던 아이
"아빠 코와 입 사이에 길이 있어요"
ㅎㅎ 너무 예쁘지 않나요?
아이들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할 겁니다.
그 신기한 세상을 보며 이렇게 예쁜 상상력이 더해진다는 게 뭉클합니다.
저희 아이도 조금 더 크면 이렇게 시를 말하겠죠.
많이 기대가 됩니다.
오늘은 앞으로 이렇게 시를 기록해두자는 마음으로다가 18개월 이전에 아이가 했던 소소한 말들을 적어봤어요.
사실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건 책 한 권을 보고 나서였는데요.
<아이가 태어난 뒤 모든 게 달라졌다>(앰버 더시크 지음/예담)
그 책의 한 부분을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어느 날 밤, 나는 가뭄에 콩 나듯이 하는 외출을 준비하면서 화장을 하고 있었다. 세 살 배기 첫째 아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길래 입술에 화장을 살짝 해줬다. 그러자 녀석은 엄마처럼 얼굴에도 화장을 해보고 싶다며 떼를 썼다. 마지못해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더니 내 뺨을 어루만졌다. 그땐 정말로 최고 미인이 된 것만 같았다." (81쪽)
정말 아이들의 생각은 예쁘지 않나요?
이 부분을 읽고 나니 나중에 아이가 저한테 어떤 시를 말할지 더욱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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