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뒤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아이는 누가 봐줘?"
저는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친정엄마와 어린이집이요."
다양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이고 고생많네" (이 정도면 고마운 분)
"몇 개월이지?"(이 정도도 고마운 분)
"아이고 엄마가 힘드시겠네" (살짝 찔리는 대답....)
"요즘은 할머니들이 고생이야" (더 찔리는 대답....)
음... 그러다 이런 대답도 들어봤습니다.
"요즘 할머니들은 무슨 죄로 이렇게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어.
손주 맡기고 나왔으면 무조건 엄마한테 잘해야돼!!"
하하. 이런 분에게는 가타부타 말하기도 귀찮습니다....
사실 어떻게 물어보셔도 저는 '친정엄마'한테 애 맡기고 일하러 나온 '미안한' 엄마거든요.
아기한테도 미안하고 친정엄마께도 미안한 복합적 상황을 매일 겪다보니 이제 좀 익숙해졌습니다.
(그래도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정말 밉습니다.... 절대 잊지 말아야지... ㅎㅎ)
<아침마당> 캡처 화면. "누구를 위한 황혼육아인가" 제목이 너무 슬프네요.
엊그제 친정엄마가 제게
"손주를 놀이터에 데리고 나온 할머니들 사이에도 계급(?)이 있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무슨 말이지? 했더니
이런 거였습니다.
오후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할머니하고 놀고 있으면 엄마들이 순서대로 퇴근한다는 겁니다.
엄마들이 퇴근하는 순서대로 할머니들도 아이로부터 자유로운 몸이 되는 거죠.
엄마가 일찍 퇴근하는 아이의 할머니가 높은 계급이 되시는 겁니다.....
친정엄마 말씀에 따르면
1계급은 선생님. 대략 네시 반쯤 놀이터에 나타나신답니다.
2계급은 공무원. 대략 여섯시에서 여섯시 반쯤 나타나시고
3계급은 일반(?) 직장인. 대략 여덟시쯤 나타나는 양호한 직장에 다니는 분들입니다.
4계급은 대기업 다니는 분들. 보통 열시반 넘어서 퇴근하고 아이가 깨어있는 모습을 보기 힘든 분들.....
할머니들끼리도 선호 직종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
다들 선생님, 공무원 딸(며느리)을 둔 할머니를 부러워한다는 겁니다.
참 서글픈 풍경이죠?
전 이 계급에 따르면 3계급 정도입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야근해서 4계급이 되기도;;;;
(SBS 뉴스 캡처)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보육 환경은 그에 못 미치면서
할머니들이 손주를 돌보는 풍경 많이 보셨죠.
'손주병', '황혼육아', '기러기 할머니' 등등 신조어도 나오던데요.
저희 동네 한 할머니도 대구에서 사시는데 손주 봐주시느라 평일엔 서울에 올라오고
다시 주말엔 대구 내려가는 생활을 7년째 하셨답니다.
할머니가 서울에 계시는 동안 할아버지는 혼자 밥 차려드시는 '기러기 할아버지'가 되시는 거죠.
애 키우기가 이렇게 버거운데 "둘째는 누가 낳습니까" 사회에 묻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예요.
동시에 친정 부모님께 몹시도 죄송하죠....
그리고 동시에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낍니다.
어릴 때 선생님, 공무원 하라시던 어른들의 말씀을 왜 안 들었을까요.ㅠㅠ
선생님, 공무원이 쉬운 직업이라는 뜻은 물론 절대 아니고요.
노동 시간이 부럽습니다. 진정.
모두들 9 to 5 가능한 세상, 오긴 올까요.
(기자는 그 세상에서도 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어려울 것 같지만....ㅠㅠ)
사진을 구글에서 검색하다가 부민병원의 그래픽을 발견했습니다.
'손주병' 할머니들의 위험 질환과 도움이 되는 방법입니다.
우리 할머니들에게, 고마운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들에게 전해드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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