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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 일기

순둥이와 떼쟁이는 같은 아이?

'누런돼지 관리자' 임아영입니다.

 

며칠 동안 저도 감기에 걸리고 기특이마저 저한테 감기가 옮아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부터 감기에 걸린 기특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괜찮다고 해서 예정되어 있던 예방접종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열 나면 어떡하지' 부들부들 떨고 있습니다.....ㅎㅎ

여전히 소심소심 안절부절입니다. 언제쯤 대범해질 수 있을지!

 

 

아기를 낳기 전에는 "나라면 잘 훈육할 수 있을거야!" 생각했었죠.

나름(?) 심리전에 능하다고 생각하며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제공하며 아기를 잘 키울 수 있을 거라...

착각을 했더랍니다.

 

 

가장 큰 착각!

'훈육'을 하려면 아기가 36개월은 지나야 한답니다.

그 전엔 그저 '받아주는' 수밖에 없다네요.

아직 인간이라 하기엔...  많이 어리죠. 그저 자신의 1차 욕구(먹고 자고 싸고)가 안 되면 울어버립니다.

당연하죠, 당연한데 그 당연한 사실을 애 낳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허허

 

 

 

요즘 기특이는 예민합니다.

아파서 그런 것 같은데 그보다 근본적으로 돌이 지나면서 '엄마 껌딱지' 증상이 심해지는 것 같아요.

원래 혼자 잘 노는 아이로 주변 칭찬이 자자(?)한데...

어젯밤에는 제가 재우고 나가기만 하면 울어버려 결국 저도 옆에서 계속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나가는 걸 어떻게 아는지....

자다가 일어나서 엄마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여러번입니다.

그리고 엄마 새끼손가락 잡고 자기.

 

 

그러다 본 인터넷 매거진.

 

아이가 부를 때는 고무장갑을 벗어라


이 시기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원목 쌓기를 하다가도 원목을 잘 쌓았다고 생각하면 엄마를 부른다. 그럴 때는 집안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달려가자. 아이는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엄마를 찾았는데 엄마가 "잠깐만 기다려" "놀고 있어" 등의 말로 대신한다면 아이는 거절의 뜻으로 생각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맘&앙팡" 엄마와 아이가 꼭 해야 할 일-변화가 많은 돌 이후 아이에게 해주어야 할 것>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491&contents_id=31760

 

 

아기의 요구에 민감해지는 일, 고무장갑을 벗으라네요.

"잠깐만" 이런 적 많았는데...;; (저도 화장실에 가거나 설거지는 해야니까요 ㅠㅠ)

 

복직이 두 달여 남았는데 왠지 마음이 복잡해져 책을 뒤져보았습니다.

 

오늘은 <엄마 교과서>(박경순 지음, 비룡소)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제가 임신했을 때 읽었는데요.

투박한 표지에 비해 책 내용이 매우 튼실해서 감동했었습니다.

엄마들에게 추천해봅니다.

 

"부모됨이란 성숙하는 과정이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심리학을 기반으로 육아법을 서술합니다.

지금 아이가 왜 그러는지를 알아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건데요.

인간의 오묘한 심리, 특히 성장하는 아기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는 아기에게 민감해야 한다. 말을 할 줄 모르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채울 수 없는 유아에게 엄마는 민감해야 한다.

<엄마 교과서> 35쪽

 

 

아... 뭐야 이런 당연한 말을 하다니.

이런 단정적인 어조는 싫다고... 혼잣말을 하다가 뒷부분을 읽고 머리가 묵직해졌습니다.

 

 

엄마는 아기에게 민감해야 한다. 말을 할 줄 모르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채울 수 없는 유아에게 엄마는 민감해야 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민감하지 못하면, 아이가 엄마에게 민감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배고프다는 사실보다 엄마가 내게 밥을 줄 수 있는 상태인지에 더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남이 원하는 것을 먼저 알게 되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 남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본인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자각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엄마 교과서> 35쪽

 

 

아기에게 민감해지는 일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아기가 말을 아직 못 하니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했고

아기 때문에 밥을 못 먹거나 화장실에도 못 가면 짜증이 나기도 했어요.

그러는 동안 "기특아 잠깐만" "기특아 기다려"라고 했거나 "그러지 말라고!" 화낸 적도 있었을 거예요.

 

저자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가 아이의 욕구에 민감하지 않을 때 아이가 취할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이 있다. '떼쟁이'가 되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생기면 무조건 떼를 쓰고 보는 아이로 자랄 수도 있다. 순둥이와 떼쟁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전혀 다르지만, 갖고 있는 마음의 상처는 똑같다. 바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는 좌절이다. 이 둘은 짝꿍이다. 통하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 이들이 유치원 가고 학교에 가면 가끔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챙겨주는 관계가 되기도 하고,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치근덕거리며 못살게 굴기도 한다. 같은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애관계에서는 순둥이 여인이 나쁜 남자에게 꽂힐 수도 있다. 가끔은 도가 지나쳐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하지만, 누가 누구를 탓할 것은 못된다. 필요하기 때문에 만나는 것이니까. 앞서 언급했듯, '역할분담'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둘은 '좌절'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고, 하나는 착한 아이 신드롬에 갇혀서 표현하지 못했던 화나 울분을 상대방을 통해 해소한다. 그래서 역할분담이다. '순둥이'는 '떼쟁이'를 미워하면서도 카타르시스가 주는 마력이 있기 때문에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순둥이'와 '떼쟁이'론 뭔가 무섭지 않나요?

엄마에게 생떼를 쓰는 아이들이나 너무 순한 아이들 모두 사실 엄마가 민감하지 않았다는 말일텐데요.

저는 순둥이가 되는 것이 떼쟁이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 책을 읽고 어릴때 기억이 많이 났는데요.

저희 부모님은 엄하신 편이었습니다. 칭찬에도 인색하셨고요.

사춘기를 겪던 중학교 때는 남동생이 저보다 더 사랑받는 것 같아(?) 딸이라는 걸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일이었고 저의 오해인 경우가 많았지만

어릴 땐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건 당연할 것이고 또 실제 제 성격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저는 얼마나 기특이에게 민감한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엄마가 되고보니

어릴 적 엄마나 아빠가 제 얘기를 잘 들어주지 않았거나

제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이해가 됩니다.

어떤 엄마, 아빠라도 아이의 요구를 100% 알아채줄 수 없을테니까요.

그게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운명이겠지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없는.

 

그래도 최대한 아이의 마음에 민감한 엄마가 되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아니 그런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것,

그런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부모들은 자녀를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한다. 자존감이란 쇠를 단련하듯 불에 녹이고 두들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보다 백김치 담그듯 곱게 싸서 숙성시키는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알토란 같은 재료들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그대로 담아서 익히는 것, 자꾸 휘젓고 흔들면 속이 다 터져서 안 되는 그런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를 키울 때는 삽을 깊게 파는 것이 좋다. 그래야 뿌리가 상하지 않는다. 마음을 크게 가지라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로서 내 마음이 깊어야 한다.

  마음이 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엄마 교과서> 124~125쪽

 

"마음이 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 말 참 좋지 않나요.

 

꼭 육아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여린 자존감, 약한 자아를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네요.

다음 글도 그렇습니다. 엄마아빠가 아니라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네요.

 

 

 '부부는 정신적 성숙도가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고, 이것이 자녀에게 대물림 된다'

(가족 치료사 보웬)

 

 성숙이란 흔히 '어른스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으로 성숙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그 어른스러움이 미성숙을 방어하기 위한 것일 때도 있다.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무언가를 방어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지나치게 엄격하다든가, 지나치게 금욕주의적이라든가.

  심리학에서 성숙한 사람이란 유연한 사람이다. 어린아이부터 자신의 나이까지 유연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과 프로다운 비즈니스 마인드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아이와 놀 때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천진하게 놀 수 있는 사람이다. 자녀와 터놓고 대화하자고 해놓고, 수세에 몰리면 권위를 내세우는 그런 것이 아니라, 부모라도 잘못한 것이 있으며 자녀에게 정중히 사과할 수 있는 것이 성숙한 마음이다.

<엄마 교과서> 112~114쪽

 

 

저와 누런돼지도 이러한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렇담 기특이에게 짜증을 안 내는 연습도 중요하지만

짜증냈다 하더라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도록 해봐야겠습니다.

 

 

 

(샴푸캡을 싫어하는 기특. 엄마아빠가 편하다고 씌워서 미안해 아들!)

 

 

(책은 요렇게 생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