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재우는 건 만만찮은 일이다.
오죽하면 다소 괴기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이의 목덜미 뒤에 스위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분도 계셨다. 잘 때 되면 껐다가 아침에 다시 켜고 싶다는 거다. 과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격하게 공감하시는 분도 계실 거다.
우리집 애기, 두진이는 잠 안 자기로 세계챔피언에 가깝다.
녀석은 태어나고 아주 쬐그만할 때부터 잘 안 잤다. 1~2시간 간격으로 하도 밤새 수없이 깨서 엄마 젖을 찾았다. 아내가 거의 패닉에 이르러서, 책을 찾아보고 수면교육이란 걸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녀석을 배 위에 얹어서도 재우고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했다.
한 번은 아이가 겨우 잠들었는데 잠들기 전 천기저귀를 종이로 바꾸는 걸 깜박 잊은 적이 있다. 천 기저귀는 금새 축축하게 젖어서 밤새 채울 수는 없는지라, 잠들기 전에는 종이기저귀로 꼭 갈아야 한다. 그걸 잊은 거다.
조심스럽게 녀석의 다리를 들고 천기저귀 제거 작업을 벌였으나, 결국 '쨍' 하고 깨버렸다ㅠ 정말 평생 먹을 지청구를 다 얻어 들었다.
남산 나들이에 나섰다가 버스에서 잠들어 버린 두진... 늘 이렇게 자연스레 잠들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을 끄고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뒤척이기만 하고 잠을 안 잔 적도 많았다. 그러다 갑자기 내지른 발뒤축에, 치켜올린 머리통에, 뻗어치는 손바닥에 얻어맞은 적도 많다.
그깟 아이 손길 이라고 하기에는... 겪어보신 분들만 알 것이다. 눈두덩을 걷어차이고는 진짜 제대로 억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요즘엔 그래도 한 번 자면 대체로 아침까지 잔다. 물론 힘든 건 마찬가지다.하지만 일종의 루틴을 실험중이다.
일단 이 닦고 세수하고 '잠나비책'을 읽으러가자고 한다. 요즘 녀석은 잠나비책에 빠져있다. 책 내용이 안자고 놀려는 아이를 잠나비를 불러 재우는 거다. 잠은 안 잘려는 녀석이 이 책은 또 좋아한다. 그걸 읽어주면서 살살 꼬신다. "잠나비가 전등 스위치에 앉아 있네 불 끄고 와요." 그러면 녀석은 의외로 자기가 끄고 온다. 흐흐
그러고는 녀석은 한 20분쯤 뒤척이다 잠이 든다. 팔을 쭉 뻗어주면 내 팔 위에 머리를 놓고 마치 레일 위 기차처럼 왔다갔다 하다가 겨드랑이 밑에 머리를 끼우고 잠든다.
녀석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깊어졌을 때의 뿌듯함이란... '새근새근'이 지상 최고의 형용사임을 알게 된다.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사람의 몸에 스위치를 달지 않은 조물주의 뜻을 어렴풋이는 알 것 같다. 재운다는 건 아이에게 지상 최고의 선물, 평화를 안겨주는 일이다. 내 손길로 재운 녀석의 평화로운 얼굴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외갓집을 가면 이모들은 나와 사촌동생들을 일찍 재우려고 안간힘을 썼다. 밤늦게까지 장난치면서 베개싸움을 하며 안 자려는 우리를 빗자루를 들고 다니면서 제압했다.
어릴 때는 그렇게 잠을 자기가 싫었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다. 잠자는 시간은 1분1초가 아깝다. 무엇이 차이일까.
보는 것마다 '우와'하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두진이가 보는 세상은 신기한 것으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나와 반대로 깨어 있는 시간이 일분일초가 아쉽고 안타까운 것 투성이일테다. 그러니 자기 싫을밖에... (뭐 나도 해외여행 갔을 때는 자는 게 좀 아깝긴 하더라...)
언제 한 번은 자기싫다는 걸 억지로 재워놓을더니 1시간쯤 자다 벌떡 일어나 엉엉 운다. 먼저 애를 키워 본 선배에게 물어보니 자다가도 그 원통한 일을 꿈으로 꿔서 원통해서 깬단다. 전날 부엌놀이 장난감을 사 줬더니 녀석은 물을 먹기 위해 아침 6시에 눈을 뜨자마자 거기로 달려갔다. 평소 같으면 더 잤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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