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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속았다… 정부만 살인적 등록금 심각성 몰라”


정유진·임아영 기자 sogun77@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7212138445&code=910402

ㆍ시민단체·학생들 발끈
 
한나라당과 정부가 발표했던 ‘명목 등록금 인하’를 없던 일로 하고, 소득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 지원하는 선에서 ‘반값 등록금’ 정책을 마무리지으려 하자 학생들은 “정부에 또다시 속았다”며 크게 반발했다.

박자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의장은 21일 “지금의 살인적인 등록금은 일부 저소득층에게만 부담이 되는 게 아니라 대다수 가정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아직까지 정부만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이란 구호가 왜 나올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정부의 발표가 대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면서 “당장 2~3주 뒤면 2학기 등록금 고지서가 나올 텐데 고지서를 본 대학생들이 행동으로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목 등록금 인하를 없던 일로 하고 저소득층 위주로 장학금을 차등 지원하겠다는 방안이 결국 정부의 세금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명목 등록금 액수 자체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향후 인상률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지 않으면 결국 정부의 등록금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등록금 재정지원에 앞서 대학 구조조정만 강조하는 정부 태도가 모순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부실대학 리스트를 작성해 퇴출시키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대학의 체질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정부 재정을 투입해 대학의 자구노력을 유도해야 하는데, 소득에 따라 장학금을 좀 더 지원하는 정도로는 대학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한국교육개발원의 등록금 정책포럼에서 김태완 개발원장은 “2014년까지 등록금 부담을 30% 인하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구체적 방안을 신속하게 공표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투입하기로 했던 6조8000억원을 최소 수준으로 간주해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진걸 등록금넷 정책팀장은 “반값 등록금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은 게 첫 번째 사기 사건이고, 후퇴한 등록금 정책안마저 뒤집은 이번 발표가 두 번째 사기 사건”이라며 “정부는 총선에서 심판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