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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모음/누런돼지 관리자

“막막할 때 기회 줬어요”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6192119225&code=940100

ㆍ이혼 후 아이 키우며 미용실 연 박혜진씨
ㆍ여성가장 지원 ‘희망가게’ 100호점 돌파
 
“이제는 꿈을 꿀 수 있게 됐어요. 아이들에게도 밝고 건강한 엄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박혜진씨(39)는 4년 전 남편이 빚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광주에서 8년간 운영해오던 미용실을 잃었다. 가정 불화가 이어졌고 결국 이혼했다. 그때 박씨의 배 속에는 둘째 딸이 자라고 있었다. 울지 않고 잠드는 날이 없었다.

1년 반 전 박씨에게 남은 것은 원룸 보증금 300만원뿐이었다. 미용실에서 일했지만 월급이 적어 아이 둘과 함께 살기 힘들었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상공회의소를 찾았다. 대출 조건이 안된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돌아서는 그에게 직원이 아름다운재단의 ‘희망가게’를 알려줬다.

곧바로 광주 북구의 아름다운재단을 찾아갔다. 재단에서는 아무 조건 없이 4000만원까지 빌려준다고 했다. 가슴이 떨렸다. 사기당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였다. 사흘 만에 서류 10장을 들고 다시 재단을 찾았다. “고맙다”는 말이 자꾸 나왔다. 그는 “얼마나 절실했는지 모른다. 희망가게는 내 인생에 찾아온 첫 번째 기회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렇게 자신의 미용실을 다시 찾았다.
 
아름다운재단은 “가난을 되물림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2004년 한부모 여성 가장의 창업을 지원하는 희망가게 사업을 시작했다. 맏자녀가 19세 이하면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최대 400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희망가게 창업주들은 아무 담보 없이 빌린 창업자금을 5년 동안 분할 상환한다. 임차보증금은 7년 동안 무상으로 지원한다. 이자는 나눔을 실천한다는 의미의 2%가 전부다. 희망가게는 최근 100호점을 열었다.
 
‘희망가게’의 생명은 사후관리다. 창업자금을 지원하면 그만인 대부분의 정부 사업과 달리 심리·정서적 지원, 법률상담 지원 등을 연계해 사업 안정화를 돕는다. 폭력남편으로부터의 신변 보호, 자녀와의 갈등 상담 등 가족문제에 대한 체계적 지원도 병행한다. 박씨도 희망가게 간사들과 월 1회 이상 만나 경영 추이를 상담하는 등 사후관리를 받았다.
 
박씨의 삶은 많이 달라졌다. 지난 1월에는 76㎡(23평) 규모의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 이사했다. 석 달에 하루씩은 그날 매출 전액을 기부한다. 그는 “나처럼 어려운 엄마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어 시작한 일”이라며 “아름다운재단은 저에게 친정 같은 존재다. 무엇이든지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름다운재단을 의미하는 ‘나비 로고’를 단 매장을 늘려가는 꿈을 꾸고 있다. 올해 중학생이 된 큰딸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선생님 질문에 “엄마처럼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뭉클했다. 그는 “엄마로서 자신감이 커졌다. 감사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재단은 2004년부터 2011년 5월 현재까지 여성 102명에게 약 36억원을 지원했다. 그동안 창업한 희망가게에 빌려준 돈이 다시 되돌아와 ‘아름다운세상 기금’으로 재적립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