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육아를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일들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을 풍경들 임아영 결혼 전 경북 구미에 사시는 시부모님께 처음 인사드리러 갔다 돌아오던 길이었다. 6월 초였는데 꽤 더운 날씨였고 기차의 에어컨은 고장나 있었다. 남편과 나는 결혼 준비 과정의 첫 행사를 무사히 치렀다는데 안도했고 편히 쉬고 싶었다. 그때 한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세 살이나 네 살 정도 됐을까. 아마 그 아이도 더워서 그 괴로움을 울음으로 표현했던 것일 테다. 그러나 나는 화가 났다. 조그맣게 남편에게 말도 했다. “아니, 도대체 왜 아이 울음을 못 그치게 하는 거야.” 단호하고 냉정했던 말투가 기억난다. 연애 중이던 남편은 그 아이의 괴로움보다 내가 더워하는 것을 더 신경쓰던 때였다. 남편도 내 말에 호응하며 우리는 그 아이 부모를 원망했다. 서울역에 .. 더보기
[둘이 함께 '반반육아'] 부모의 '불안' 다독이기 ▲덧셈 뺄셈 늦는다고…다그친 엄마, 아이가 어려움 겪을 것이 두려웠다 초등학생이 된 첫째는 얼마 전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여덟 살이 되고 학교 가면서 힘든 일이 많아졌어.” 아이가 가끔 이렇게 툭 말을 던지면 마음이 싸해진다. “왜? 뭐가 힘들어?” “글씨 쓰는 것도 힘들고 교과서 하는 것도 힘들어.” 수업시간이 힘들다는 얘기였다. 아직 10분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가 40분 동안 앉아 있으려면 힘들겠지. 뭐 하나라도 허투루 하지 않는 아빠를 닮아 글씨도 꾹꾹 눌러쓰는 첫째를 보면서 이렇게 공들여 하면 힘들 텐데 속으로 생각한 적이 많았던 터라 더 마음이 싸해졌다. 아이가 며칠 동안 수학익힘책을 나머지 공부로 들고 왔다. 유치원을 다니며 ‘엄마표 선행학습’을 전혀 하지 .. 더보기
좋은 부모, 그냥 부모 그냥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 임아영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 어젯밤 세 돌이 지난 이준이를 업고 를 불러줬다. 여덟살 두진이가 돌 전 아기였을 때 정말 많이 불러줬던 노래였는데. 이준이가 가사를 따라 불렀다. 내 목소리와 이준이의 목소리가 겹쳐지자 문득 두 아이를 업어줬던 날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울컥 눈물이 났다. 엄마가 울자 등에 업혀 있던 이준이가 말했다. “엄마 울어? 왜그래?” 그러게. 엄마는 왜 울까. “이준이가 크는 게 아까워서.” 이준이가 짐짓 어른스럽게(?) 작은 손으로 내 어깨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엄마.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을 몇 번 해줬던가. 아이의 위로에 이상하게도 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