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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모음/누런돼지 관리자

경찰 ‘등록금 시위’ 참가자 가족까지 압박했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100259585&code=940202
/2011년 9월 10일 기사




경찰이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참여한 대학생을 참고인으로 불렀다가 학생이 이에 응하지 않자 가족들을 압박해 당사자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이모군(19)은 지난 5월29일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이군은 이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30일, 6월2일, 6월4일 세 차례에 걸쳐 참고인으로 나오라는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경찰은 전화로 계속 출석을 요구했고 이군이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출석을 미루겠다고 하자 문자메시지를 몇 차례 보냈다.

이를 지켜본 친구가 대신 “참고인은 출석 의무가 없으니 인권침해다. 또다시 전화하면 인권위에 진정을 내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경찰은 연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7월 중순 이군의 부모가 사는 경기 화성 집으로 화성경찰서 직원들이 찾아왔다. 경찰은 “아들이 어디 사느냐”고 물어보고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가족들은 아버지 이름과 누나(25)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석해 경찰로부터 무더기 손환장을 받은 대학생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7월 20일 미근동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경찰이 막고 있는 모습. /서성일 기자



지난 1일 경찰은 이군의 누나에게 전화해 “동생이 출석해야 한다. 직장으로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이군은 이 문제로 누나, 아버지와 다툰 뒤 2일 경찰에 출석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경찰은 다시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묵비로 일관할 경우 검찰로 넘기면 벌금이 나온다. 빨리 진술하게 하라”고 말했다. 이군은 “참고인을 이런 식으로 조사하는 데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참고인은 경찰이 소환을 통보하더라도 출석해야 할 의무가 없다. 경찰에 나갔다 해도 수사기관의 물음에 답할 의무는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피의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지만 참고인에 대해선 그럴 수 없다”며 “참고인이 나오지 않는다고 그 가족에게 전화하는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집회 현장에서 채증이 돼 내사 사건으로 출석을 요구했다. 혐의가 입증되면 피의자로 (신분을 변경해) 신문할 수도 있다. 가족들에게는 출석을 안 하게 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내사는 법적 근거가 없고 경찰이 임의로 설정한 개념”이라며 “수사를 하려면 정식으로 입건해 체포사실을 소명한 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등록금넷 관계자는 “경찰이 반값 등록금 문제로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200여명을 무차별 소환하고 있다”며“경찰은 인권침해, 사생활 침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