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142112045&code=960201
ㆍ언론 전문가들 분석
위르겐 하버마스가 제시한 ‘공론장’(public sphere) 개념은 무엇보다 합리적인 대담과 논의 교환이 바탕이 된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사회 엘리트층이나 우월집단만을 선호하고 지배담론의 ‘합리성’과 거리가 먼 여성이나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공론장 개념의 대안과 보완의 한 형태로 나온 개념이 ‘난장’(wild publics)이다.
이기형 경희대 교수(언론학)는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사회적 역할을 설명하면서 이 ‘난장’의 개념을 빌려 왔다. 지난달 31일 한국언론정보학회 기획연구과제 발표회에서 내놓은 연구 논문을 통해서다.
‘난장’은 정리된 회의장에서 벌어지는 정치하고 논리적인 대담만이 아니라 “떠들썩한 선술집이나 저잣거리에서 발현되는 목청 크고 주관적 체험이 중심이 된 목소리들이 다양하고 분산된 숙의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이 교수는 “<나꼼수>는 정치시사 관련 콘텐츠가 난장의 역할을 견인하는 매우 새롭고 흥미로운 사례”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나꼼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기술 발달과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에 가장 민감한 언론학계가 적극적이다.
이 교수는 언론학 분야 전문가 10명의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나꼼수>를 분석했다. 그는 “‘나꼼수 현상’은 불안하고 불온한 한국사회의 ‘불통’의 시대상을 반영한다”며 “정당제도와 주류언론의 역기능과 무능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분노하고 좌절하는 대중에게 카타르시스와 공감 그리고 문제의식의 전이를 가능하게 해 준다”고 풀이했다.
이 교수가 익명으로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지배층의 부조리를 대중이 쉽게 이해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의 양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나꼼수>를 ‘마당극’에 비유했다. 또 <나꼼수> 청취자들이 “마치 팬이 된 것처럼, 음악 콘서트나 공연을 보러 가는 기분으로, 정치적인 이슈에 접근하고 담론을 소비한다” “<나꼼수>에 쏟아진 열광은 ‘노사모 현상’ 등으로 익숙한 ‘정치의 팬덤화’ 현상과 겹쳐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존 온라인 공동체들이 노무현 탄핵 사태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 표출했던 움직임과 겹치거나 연속선상에 위치하는 요소들이 상당수 발견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나꼼수>에 대한 비판이 ‘경박한 황색저널리즘’이라는 예단된 혹은 의도된 문제제기를 넘어서야 한다고 보면서도 과도한 ‘팬덤의 정치화’ 현상이 부를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고했다. <나꼼수>가 영향력 있는 소통의 양식으로 등극한 만큼 “프로그램의 구성원들이 숙고해야 할 책무감과 자기성찰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열혈지지자들로 인해 성찰적인 문제제기는 무시되고 극단적인 편가르기가 표출되면서 “자칫 내 생각만이 올바르다라는 자기만족 혹은 자기 정당화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도 지난 13일 ‘소셜 커뮤니케이션과 언론문화 그리고 이론화’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규문 페이스북네트웍스 대표는 “<나꼼수> 신드롬의 확산은 결국 우리 사회가 축적한 ‘사회적 자본’이 매우 빈약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무형의 자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기반이 된다.
그는 “정치권력의 편향과 텔레비전, 신문 등 공식 언론들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당하는 환경에서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생겨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대안 매체가 등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꼼수>의 화법과 투쟁방식에 동의하든 안 하든 그들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 자체가 또 다른 권력이 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문화권력이 정치·사회적으로 선순환적인 연결고리를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142112045&code=960201
ㆍ언론 전문가들 분석
위르겐 하버마스가 제시한 ‘공론장’(public sphere) 개념은 무엇보다 합리적인 대담과 논의 교환이 바탕이 된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사회 엘리트층이나 우월집단만을 선호하고 지배담론의 ‘합리성’과 거리가 먼 여성이나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공론장 개념의 대안과 보완의 한 형태로 나온 개념이 ‘난장’(wild publics)이다.
이기형 경희대 교수(언론학)는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사회적 역할을 설명하면서 이 ‘난장’의 개념을 빌려 왔다. 지난달 31일 한국언론정보학회 기획연구과제 발표회에서 내놓은 연구 논문을 통해서다.
‘난장’은 정리된 회의장에서 벌어지는 정치하고 논리적인 대담만이 아니라 “떠들썩한 선술집이나 저잣거리에서 발현되는 목청 크고 주관적 체험이 중심이 된 목소리들이 다양하고 분산된 숙의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이 교수는 “<나꼼수>는 정치시사 관련 콘텐츠가 난장의 역할을 견인하는 매우 새롭고 흥미로운 사례”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 야외공연 모습. “마치 팬이 된 것처럼, 음악 콘서트나 공연을 보러 가는 기분으로, 정치적인 이슈에 접근하고 담론을 소비하는” 모습의 한 단면이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나꼼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기술 발달과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에 가장 민감한 언론학계가 적극적이다.
이 교수는 언론학 분야 전문가 10명의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나꼼수>를 분석했다. 그는 “‘나꼼수 현상’은 불안하고 불온한 한국사회의 ‘불통’의 시대상을 반영한다”며 “정당제도와 주류언론의 역기능과 무능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분노하고 좌절하는 대중에게 카타르시스와 공감 그리고 문제의식의 전이를 가능하게 해 준다”고 풀이했다.
이 교수가 익명으로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지배층의 부조리를 대중이 쉽게 이해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의 양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나꼼수>를 ‘마당극’에 비유했다. 또 <나꼼수> 청취자들이 “마치 팬이 된 것처럼, 음악 콘서트나 공연을 보러 가는 기분으로, 정치적인 이슈에 접근하고 담론을 소비한다” “<나꼼수>에 쏟아진 열광은 ‘노사모 현상’ 등으로 익숙한 ‘정치의 팬덤화’ 현상과 겹쳐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존 온라인 공동체들이 노무현 탄핵 사태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 표출했던 움직임과 겹치거나 연속선상에 위치하는 요소들이 상당수 발견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나꼼수>에 대한 비판이 ‘경박한 황색저널리즘’이라는 예단된 혹은 의도된 문제제기를 넘어서야 한다고 보면서도 과도한 ‘팬덤의 정치화’ 현상이 부를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고했다. <나꼼수>가 영향력 있는 소통의 양식으로 등극한 만큼 “프로그램의 구성원들이 숙고해야 할 책무감과 자기성찰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열혈지지자들로 인해 성찰적인 문제제기는 무시되고 극단적인 편가르기가 표출되면서 “자칫 내 생각만이 올바르다라는 자기만족 혹은 자기 정당화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도 지난 13일 ‘소셜 커뮤니케이션과 언론문화 그리고 이론화’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규문 페이스북네트웍스 대표는 “<나꼼수> 신드롬의 확산은 결국 우리 사회가 축적한 ‘사회적 자본’이 매우 빈약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무형의 자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기반이 된다.
그는 “정치권력의 편향과 텔레비전, 신문 등 공식 언론들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당하는 환경에서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생겨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대안 매체가 등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꼼수>의 화법과 투쟁방식에 동의하든 안 하든 그들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 자체가 또 다른 권력이 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문화권력이 정치·사회적으로 선순환적인 연결고리를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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