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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4년을 기억하라” 시사만화로 엮은 ‘MB 4년 현대사’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3230715071&code=940100


어떤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기억하기’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22일 오후 7시30분 서울 홍대에서 개그맨 김미화씨의 사회로 <기억하라>는 제목의 북 콘서트가 열렸다. <기억하라>는 시사만화로 엮은 ‘MB 정권 4년의 현대사’다. 이 책은 지난 이명박 정권 4년간의 역사를 시사만화로 풀어냈다. 국내 최고의 시사만화가 프레시안의 손문상 화백, 한겨레의 장봉군 화백, 경향신문의 김용민 화백, 노컷뉴스의 권범철 화백이 참여했다.


4명의 화백은 이날 <기억하라>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제각기 풀어냈다. 장봉군 화백은 “지금은 MB 4년에 대한 미움만 있는데 이 정권이 어떻게 도래했고 어떤 문제를 낳았는지 정확한 기억들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잘 기억을 해야 이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같은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민 화백도 “이번에 책을 내면서 그림을 정리하다 보니 내가 그린 그림인데도 기억 못하는 것들도 있었다”며 “기억하는데서 머물지 말고 행동했으면 하는 마음에 책을 냈다”고 말했다.

손문상 화백은 과거 모 매체에서 일할 때의 기억을 꺼냈다. 그는 “과거 한 매체에 다닐 때 저소득층을 동정하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는데 편집국장 말이 ‘당신이 그런 궁상스러운 그림을 그리니까 베르사체, 루이뷔통 광고가 안 들어온다’고 하더라”며 “과연 우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표하고 그 이후의 세상에 대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홍대 브이홀에서 북 콘서트를 열고 있는 한겨레신문의 장봉군 화백(왼쪽에서 두번째), 경향신문의 김용민 화백, 프레시안의 손문상 화백, 노컷뉴스의 권범철 화백(순서대로). 개그맨 김미화씨(가장 왼쪽)가 사회를 맡았다. |임아영 기자

 
희망버스 시인 송경동씨, 4대강 르포르타주를 쓴 송기역씨, 용산참사 현장을 시로 기록했던 심보선씨가 ‘기억하라’는 의미로 시낭송을 곁들였다. 송기역 시인은 “4대강으로 인간에게 이익이 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있는 생명들을 죽일 권리가 인간에게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시를 낭송했다.

강은 포클레인이 삼켜버렸네
벌린 입 속 치솟은 이빨 사이
허리 부러진 단양쑥부쟁이
꼬리 잘리고 눈깔 빠진 꾸구리가 있네
재두루미 발자국이 있네
강의 철거민들이 무한궤도 아래 깔려 있네

- 송기역 <눈물을 찾아 우시네> 中


심보선 시인은 <거기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있다면>이라는 시를 쓰게 된 장면을 얘기했다. 그는 “용산 참사 현장에서 작가들과 피케팅을 하고 있었는데 점심 시간에 직장인들이 커피 한 잔씩 들고 지나가면서 우리를 보고 ‘아 여기 TV에서 봤다’라며 지나가더라”며 “사건이 일어난지 채 1년도 안 됐고 용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이 이제 생각났다’는듯이 지나가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남일당 자리를 주차장이 돼 있는데 용산참사 기억을 할 수 있는 나지막한 기념비 하나라도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이 시를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기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있다면 우리는 그 위에 앉아 있기만 하지는 않겠네 우리는 그 위에 일어서서 말하겠네 이제 인간이란 너나 할 것 없이 하나하나 불붙은 망루가 되었다 생존의 가파른 꼭대기에 매달려 쓰레기와 잿더미 사이에 흔들리며 여기 사람이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단 말이다! 절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고

- 심보선 <거기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있다면> 中
 


심보선 시인이 용산참사에 관한 시, <거기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있다면>을 낭송하고 있다. |임아영 기자



송경동 시인은 이날 목발을 짚고 나타났다. 기룡전자에서 떨어져 다친 발이 좋지 않아 다시 재수술했다고 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에 ‘희망광장’이라고
서울광장에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며 8년을 해고자로 살아온 코오롱 노동자들, 5년째 기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콜트콜렉 노동자들, 1600일 넘게 싸우고 있는 재능교육 비정규직 노동자들, 21명 동료들을 묻어야 했던 쌍용차 노동자들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정치권이 민생을 얘기하고 정리해고 비정규직을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지금 오늘 싸우고 있는 그들 곁에는 사람들이 없다”며 “저희들이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3차 희망버스를 준비할 때 쓴 시를 읊었다.

저 문을 열어라
전깃불 하나 없는 깜깜한 쇠기둥 위에서
내려오는 법을 까먹을까봐
날마다 어둠속 되짚으며
계단씩 내려오는 연습을 한다는
저 서러운 철문을 열어라
저 문을 열어라
모두가 열고 싶어하는 저 문을 열어라

- 송경동 <저 문을 열어라> 중에서



 


송경동 시인이 <저 문을 열어라>를 낭송하고 있는 모습. | 임아영 기자



이날 북콘서트는 명진 스님이 초대손님으로 나오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명진 스님은 김미화씨 등을 가리키며 “이 정권에서 쫓겨난 분들이 많다”며 “쫓겨난 분들이 모임을 가져서 ‘MB를 쫓아낼 사람’이라고 바꿀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 끝나고 봉은사 앞에 ‘대검 중수부 검사 봉은사 출입 금하시오’라고 플래카드를 걸었고 5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시오’라고 애드벌룬을 띄웠다”면서 “‘준수하지 마시오’는 욕이지만 ‘준수하시오’가 왜 욕이냐”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을 뽑을 때 인사가 ‘부자되세요’였는데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만하면 되는데 얼마나 더 부자가 되라는 뜻이냐. 좀 나눠갖고 힘든 사람들을 돕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부자되세요, 뉴타운 이런 것들 때문에 ‘MB 괴물’을 탄생시켰다”며 “2012년에는 국민의 피땀흘린 세금을 함부로 안 쓸 사람들을 뽑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