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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꼽사리다> 현장 가보니…김미화 “가슴 철렁…눈물 쏟아졌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291037281&code=940100

"지금 CBS 방송국 벽에 대자보가 붙어 있어요. 제 입장에선, 철렁한 거죠. 무슨 대자보가 날 따라다니나. MBC ('퇴출' 논란) 때도 벽에 대자보 붙고 PD들이 복도에서 피켓시위하는 것 보고 마음 아팠는데 CBS까지 와서 내가 대자보를 보는구나.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대자보가) 붙어 있어서 눈물이 찍 쏟아지더라고요." 개그맨 김미화씨는 2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김미화씨, 우석훈 타이거픽쳐스 자문(경제학 박사),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를 만났다. <나는 꼽사리다> 15회를 녹음한 직후였다.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소위원회 회의에서는 이들 세 사람이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심의 규정 공정성 조항 위반 여부를 두고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렸고 다음달 8일 전체 회의에서 이를 결론짓기로 했다.

김미화씨는 "정부 정책에 반하는 얘기를 했다는 게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27일 CBS PD협회, CBS 기자협회, CBS 아나운서협회, CBS 기술인협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통제위원회인가"라며 공동으로 성명을 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세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방통심의위의 '법정 제재'까지 걱정하게 된 걸까. 지난 1월 5일 방영된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의 ‘여러분이 만난 사람' 코너에서는 선대인 대표와 우석훈 박사가 출연해 소값 하락의 원인을 비롯한 정부의 물가 및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방통심의위는 이 방송분에서 우석훈 박사 소값 하락에 대한 정부의 대책 발표에 대해 "축산을 하지 말라는 게 정부 방침인 것 같다"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28일 <나는 꼽사리다>를 녹음하는 스튜디오에서 우석훈 박사, 선대인 대표, 개그맨 김미화씨(왼쪽부터). | 박용하 기자


정부·여당 추천 권혁부 방송심의소위원장은 "정부가 축산 정책을 포기, 소값 하락을 방기했다고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며 ‘경고'를 주문했다. 또 다른 정부·여당 추천 엄광석·박성희 위원은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해 '주의'를 요청했다. 법정 제재인 '경고'와 '주의'는 향후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방통심의위 위원은 현재 정부·여당 추천 6인, 야당 추천 3인으로 구성돼 있어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미화씨는 "방통심의위에서 법정 제재를 가하면 방송사가 나중에 재허가를 받을 때 점수가 깎인다는 얘기거든요. 방송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되는 출연자와 일한다는 게 부담스러운 거죠. 자연스럽게 먹고 사는 밥그릇을 뺏는 방법이죠"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나꼽살>을 진행하는 4명의 출연자가 방통심의위 심의에 걸려 있다. ‘표적 심의'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출연한 SBS 라디오 <김소원의 SBS전망대>도 방통심의위 심의 결과 '주의'라는 법정 제재를 받았다. 정부·여당 추천 방통심의위원들은 "특정 신문의 보도와 사설 인용이 많다", "총선을 앞두고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이유로 공정성 위반이라고 문제 삼았다.

권혁부 부위원장은 "이 방송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논설이 중심"이라며 "우리 사회 신문이 그것밖에 없는 것은 아닌데, 반드시 다른 부분도 소개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법정 제재를 통해 추후 이런 방송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종상 위원은 "총선을 앞두고 라디오 프로그램의 '정치적 객관성', '중립성'에 경종을 울린다는 의미에서 '주의'를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미화씨는 "공정성 심의를 할 수 없는 게 이 두 사람이 나와서 얘기한 이후 서규용 농림수산부장관이 17일 출연했어요. 25분 정도 그분이 나와서 정부 정책에 관한 걸 다 설명하고 혼자서 FTA, 쌀값에 대해 얘기했다고요. 프로그램 안에 이 두 사람 얘기만 담은 것도 아니고 그걸 가지고 하나만 딱 표적으로 삼아서 한다는 게 문제인 거죠"라고 말했다. 선대인 대표는 "말씀대로라면 농림부 장관이 더 편파적인 거 아닌가요. 우리는 그 얘기 1~2분 정도 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우석훈 박사는 "3초 했어요"라며 웃었다.



김미화씨는 방통심의위 잣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정책을 찬성하면 공정한 거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이 비판하면 공정성에 위배된다고 하면 할 말이 없죠. 공정성은 도대체 누가 심사해야 하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선대인 대표는 "외국 방송의 경우 사실 관계를 극도로 왜곡하거나 인종차별적, 모욕적 발언을 하지 않는 한 자기 주관을 가지고 논평하는 걸 심의하는 게 없어요. 이런 심의야말로 언론의 자유를 위배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우석훈 박사는 법정 제재가 확정된다면 헌법소원 등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법에 규정되지 않은 자의적 형태로 규제한 겁니다. 시행령·시행규칙이 있어서 이에 따라 공정성이 위배됐다고 하면 이해할 수도 있는 건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고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주는 게 잘 모르는 이유로 헌법적 권리가 제한되고 있는 것이죠. 헌법재판소에 가지고 가야할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28일 <나는 꼽사리다> 스튜디오에서 우석훈 박사, 김미화씨, 선대인 대표(왼쪽부터)가 나란히 섰다. | 임아영 기자



이들은 <나는 꼽사리다>, <나는 꼼수다> 등의 팟캐스트 방송이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다 보니 심의할 수 없어 이들이 출연한 다른 프로그램들을 '표적 심의'한다는 대중의 의심에 공감을 표했다. 선대인 대표는 "그것 말고 뭐가 있겠느냐 싶다"고 말했다. 김미화씨도 "그거지 뭐"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이날 녹음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들은 <나꼽살> 팟캐스트 방송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김미화씨는 "한 회당 300만~400만 정도는 듣는다고는 하는데 우리도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신중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석훈 박사는 "경제도 복합적인 현상인데 그동안 정부는 사람들에게 한 쪽만 보게 했다"며 "우리도 우리가 전부 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미화씨는 또 "우리는 누가 처음 FTA를 하지고 시작했는지, 도대체 누가 FTA를 저지해야 한다고 할 때 은근슬쩍 넘어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며 "정권은 바뀌어도 경제 관료들은 경제를 움켜쥐고 자기들끼리 몇십년은 순환근무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세금이 엉뚱한 데로, 사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데로 막 쓰이고 있다면 정권 바뀌는 이 시기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우석훈 박사도 "(일반 시민들이) 정치인들은 알지만 경제 관료에 대해서는 모르니까 그냥 당하게 된다"며 "일단 (그들이 누구인지) 알면 견제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날 15회 녹음도 '모피아와 청와대 경제 드림팀 문제'를 다뤘다. 선대인 대표는 "앞으로도 1%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99% '꼽사리'들이 모르는 한국 경제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그를 통해 땅값·집값이 아니라 사람값이 올라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