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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 일기

엄마들은 왜 죄책감을 느낄까

안녕하세요. '누런돼지 관리자' 임아영입니다.

 

 

왜 요즘 엄마들은 죄책감을 느낄까요.

블로그에 달린 댓글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블로그 포스팅 '부모가 된다는 것'(http://ilovepig.khan.kr/193)에 9개월 아들을 둔 엄마가

"복직 전에 자책감을 느끼다 위로가 되는 글을 찾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댓글을 남겨주셨네요.

인터넷상에서 만난 얼굴 모르는 분이지만 왠지 위로를 드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또 하나의 육아일기를 올립니다.

 

"왜 요즘 엄마들은 죄책감을 느낄까요?"

 

 

 

(아기를 낳고 나서는 다이어리도 이렇게 업고 써야 합니다. 훌쩍)

 

 

장면 하나.

 

아기를 낳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출산 후 호르몬 영향인지 매우 우울했었어요.

그러다 페북에서 사진 하나를 봤지요.

아는 선배 부부가 신문과 책을 읽으며 브런치를 먹는 사진이었습니다.

 

그 사진을 보고 왈칵 눈물을 쏟았습니다.

 

선배 부부는 아이를 낳기 않기로 약속한 '딩크족'이었거든요.

아기를 낳기로 선택한 저의 삶과 비교가 된 것이지요.

바로 이 느낌. "이제 내 인생에 저런 브런치는 없겠구나. 자유는 끝이구나."

 

눈물을 줄줄 흘리다(호르몬 영향 때문에 더 감정이 고조된다 합니다...;;)

안고 있는 4킬로그램도 안 되는 아기를 봤습니다.

밀려오는 죄책감...........................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

 

"내가 과연 엄마 노릇을 할 수 있을까"

 

 

 

장면 둘.

기특이는 백일 때까지는 정말 많이 우는 아기였습니다.

조리원에서는 '3대 울보'로 꼽힐 정도였지요.

 

백일 잔치를 하루 앞둔 날

그날따라 컨디션이 안 좋았던지 기특이는 한 시간을 넘게 울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달래고달래다 힘은 빠지고 신경은 있는대로 날카로워졌지요.

결국 "그만 좀 울으라고! 나한테 어떻게 해달라는 말이야!"라며

백일 아기 엉덩이를 두 대 때렸습니다.

 

그리고 밀려오는 죄책감.............................

"난 엄마 자격이 없다"

 

 

 

장면 셋.

지난 9월 기특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복직 후 친정 엄마가 돌봐주시기로 했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맡기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결국 어린이집을 알아보기로 했지요.

 

어린이집을 알아보다가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회사를 꼭 다녀야 할까. 저 어린 것을, 말도 못 하는 저 어린 것을 남의 손에 맡겨야 하나, 엄마 보고싶다고 많이 울텐데...'

 

"미안해 아가야" 라며 자고 있는 기특이를 여러 번 쓰다듬었습니다.

엄마 되고 가장 죄책감을 크게 느낀 날이었을 거예요.

왜 수많은 엄마들이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애가 생기면 이렇게 책도 안고 봐야 합니다.....훌쩍)

 

 

아마 죄책감 때문이었을 겁니다.

 

휴... 엄마들의 죄책감은 어디서 왔을까요?

 

기특이를 돌보다 우울하면 전 EBS <마더쇼크>라는 책을 봤습니다.

 

<마더쇼크> 유명한 다큐 프로그램이죠. EBS 다큐프라임에서 연작으로 방송했었습니다.

전 다큐는 못 보고 나중에 나온 책을 봤는데요.

 

죄책감을 느끼거나 불안할 때 이 책을 봅니다.

 

 

  육아 스트레스, 과도한 책임감에서 벗어나려면 엄마를 도와줄 육아 도우미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연로하신 부모님, 또는 아직도 사회활동을 하시는 부모님께 맡기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 하지만 영아를 24시간 돌봐주는 곳은 찾기 어렵다. 찾았다고 해도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랐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초등학교 입학 후 오후 2시에 하교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보살펴야 할지가 더 난감하다. 학교에서 시행하는 방과후 교실을 이용하는 것도, 학원 순례를 시키는 것도 만만치 않다. 사회적으로 육아를 보조해줄 도우미나 탁아·위탁 시설 등이 확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도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 양육에 관련한 모든 책임이 가정, 특히 엄마에게 몰리고 있다.

  사회적인 여건상 엄마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가는 엄마는 그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점수를 매길 때는 박한 평가를 내린다. 지금이라도 엄마는 자기 자신에게 말해야 한다. 아이 키우기가 힘든 건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다, 슈퍼맘이 아니어도 괜찮다, 나는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라고 말이다.

 

- <마더쇼크> 239~240쪽 "불필요한 죄책감을 벗어던져라" 중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

 

<마더쇼크>에서는 '슈퍼맘 신드롬'이나 '착한 엄마 콤플레스'에 시달리고 말라고 조언합니다.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거지요.

 

아이가 성장하면서 엄마 또한 '보호자→양육자→훈육자→격려자→상담자'로 변해야 하는데

엄마들은 언제나 모든 것을 동시에, 지속적으로 해내야 한다고 여긴다네요.

 

 

 

아이 연령에 따른 엄마 역할의 발달 단계

 

1단계 보호자

  아기가 태어나면 1년까지 보호자, 보육자로서 엄마는 아기를 보호하고 기른다. 아기에게 닥칠 사고나 생명의 위협을 보호해야 하는 존재.

 

2단계 양육자

  만 1~3세까지. 보육이나 보호의 의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 연령에 맞춰 운동, 정서, 두뇌 등을 고루 발달시킬 수 있도록 엄마가 아이에게 적절한 자극을 주거나 지도하는 일까지 포함됨.

 

3단계 훈육자

  만 4~7세. 어린이집 등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기에게 엄마는 옳고 그른 것을 알려주고,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가르친다. 아이를 가르쳐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세상을 접하는 일이 순조로워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

 

4단계 격려자

  만 7~12세. 학령기에 접어들면서 아이는 엄마 이외에 선생님, 친구, 책, TV, 인터넷 등에서 다양한 것을 배운다. 이때 엄마는 아이가 혼자 힘으로 잘 해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맡는다.

 

5단계 상담자

  만 12~20세. 엄마가 청소년인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관여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아이의 생각이나 속내는 아무리 엄마라도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 부모로서 꼭 필요한 역할은 카운슬러, 멘토가 되어주는 일이다.

 

<마더쇼크> 244~247쪽 요약

 

아기를 낳기 전에는 '쿨한 엄마가 되자'고 다짐했었습니다.

아이에 전전긍긍하는 엄마가 되지 말자.

 

그러나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아기가 재채기만 해도 '내가 뭔갈 잘못해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그런 저에게 위의 얘기는 많은 위로가 됐습니다.

 

엄마도 아기와 함께 성장하는 것 아닐까요.

전 아직도 제가 미숙하다고, 어리다고(흠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완벽하겠어요.

그저 지나면서 배우는 것이겠죠.

기특이가 세상에 적응하고 다양한 것을 배울 때

저 또한 기특이를 통해 세상을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니가 괜한 죄책감은 버리자,고 스스로에게 말해봅니다.

나중에 복직을 해서도 육아 때문에 갈등을 느끼는 순간이 많겠죠.

그때도 저의 행복, 그리고 기특이의 행복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엄마가 되었으면,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마더쇼크>가 언급하지 않은 부분!

아이는 엄마 혼자 키우는 게 아니죠.

아이를 사이에 두고 엄마, 아빠가 같이 아이 손을 잡아주고 함께 걷는 것이잖아요.

 

많은 엄마들이 혼자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꿈꿔봅니다.

아빠가 일찍! 퇴근해서 아이랑 놀아주는 사회.

(기특이가 어른이 되면 가...능할까요?ㅠㅠ)

아빠도 양육의 기쁨을 느끼는 사회.

엄마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회! 말입니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