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이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았네요. ㅎㅎ
어제는 결혼 전 마지막 주말이라 부모님과 함께 있었습니다.
기자들은 일요일에 일할 때도 많아 입사 이후 주말을 부모님과 보낸 적이 많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일요일 오전부터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이제 결혼하는 실감이 나는 걸까요? ^^
오전에는 엄마와 오랜만에 목욕탕에 같이 가서 때도 밀고(ㅎㅎ) 오후에는 신혼집에 가져갈 책과 옷 등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신혼집으로 가는 길, 친구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아영아 콴타스항공 운항 중지했다던데? 알고 있어? 직장 폐쇄했대.”
오마이갓!! 저희 신혼여행지가 호주거든요.
저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신혼여행을 못 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고나니 아득함과 암울함이 휘몰아쳤습니다.
신혼집에서 선유도공원이 가까워 부모님과 같이 산책하기로 했는데도 산책하는 내내
“엄마, 아빠, 신혼여행 못 가면 어떡하지”라고 하기도 했지요.
부모님이 “잘 해결될 거다”라고 말씀해주셨지만 제 표정은 계속 어둡..;;ㅎㅎ
이렇게까지 겁을 먹은 이유는 제가 예전에도 항공편 문제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어서입니다.
지난해 4월 독일에 출장가기 전날 갑자기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해 항공편이 결항했었거든요.
독일에서 취재 일정을 잡아뒀던 것들이 어그러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가 됐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그때 일기를 보실까요.
2010년 4월 19일
울고싶다 정말.
항공편을 몇 번째 변경하고 있는지
현지 취재 일정을 재조정하고
목요일에 예정된 공청회를 못 갈까봐 전전긍긍
아테네나 이스탄불로 들어가서 기차를 타는 방법은 너무 힘들고
베를린 호텔 취소하고 다시 예약하고
또 베를린에서 뮌헨 가는 루프트한자 국내 항공도 취소하고
코디네이터한테 쩔쩔매며 일정 재조정해달라고 사정하고
항공편 바꾸는 바람에 도하에서 머무는 기간이 너무 길어서
그곳 호텔도 예약해야하고
출장 비용 다시 정산해야 하고
등등등
다녀오면 많은 걸 배울 거라고 생각했던 ‘독일 출장’은 날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ㅎㅎㅎ 그때의 심정이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네요.
세계화를 절감했던 때였습니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이 내 출장에 영향을 미치다니.
결국 예정돼 있던 출국 날짜가 이틀 정도 미뤄지면서
취재 일정도 전부 조정해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11월 6일 하늘에서 바라본 호주 상공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신나 찍었습니다. 파업이 계속됐다면 이 사진도 없겠죠?^^)
그런데 이번에 또 콴타스항공 파업, 그리고 직장 폐쇄 기사를 읽으면서 ‘데자뷰’를 느꼈습니다.
콴타스항공은 호주 국적항공사로 세계 10위 항공사입니다. 노사 분규가 여름부터 심각했다는데요.
사태는 지난 8월 국제선에서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 측이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전체 직원 3만5000여명 중 1000명을 해고하고 아시아 지역 노선을 하청으로 전환하는 등의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것인데요.
노조가 이에 반발해 부분 파업에 돌입하면서 사태가 심각해졌습니다. BBC는 부분 파업이 잇따르면서 콴타스항공이 매주 1500만호주달러(약 177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사측은 전세계 항공사들이 동남아 지역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노조는 임금 인상만 염두에 두고 파업에 나서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 측도 사측이 이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하는 등 고용 안정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결국 사측이 직장 폐쇄를 거론하면서 29일 오후 4시를 기해 항공운항이 전격 중단됐습니다. 전세계에서 7만명 이상의 승객이 발이 묶이는 항공대란이 빚어졌는데요.
그러나 다행히도 31일 오후 2시부터 항공기 운항이 전면 재개됐습니다. 호주공정근로(FWA)가 콴타스항공 노사에 대해 쟁의행위를 즉각 중지하라고 긴급 직권중재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이에 따라 콴타스항공 소속 항공기들은 운항 전면중단 이후 46시간 만에 운항에 나서게 됐다고 하네요.
FWA는 앞으로 90일 동안 쟁의행위를 금지하라고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저로서는 매우 다행인 일이 되었습니다. 운항도 재개됐고 앞으로 90일 동안 쟁의행위가 금지되었으니 제 신혼여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그런데 막상 신혼여행 문제가 해결되자 “콴타스항공의 노사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듭니다. 여러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듯이 노사 갈등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전망이라고 합니다.
비행기를 탈 때 왠지 묘한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수익 악화, 인력 감축, 희망퇴직 혹은 해고 등은 죽 이어지는 낱말처럼 개인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겠죠.
부디 콴타스항공 노사가 양측의 입장을 이해한 후 해결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제 신혼여행도 무사해지겠지요. ㅎㅎ
이제 5일 후면 저희는 호주로 가는 콴타스항공 비행기를 타고 있을 겁니다.
호주에서는 ‘활동’을 좋아하는 저희답게 스노클링, 스카이다이빙, 열대우림마을 탐험, 그레이트배리어리프 관광, 선상유람선 등등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자랑하는 중입니다 ㅎㅎ)
다녀와서 스카이다이빙 소감은 꼭 남길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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