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요즘 인기 엄청나죠.

저도 '응사' 팬 중 하나입니다.

 

좀 다른 점은

다들 '쓰레기'냐, '칠봉이'냐 한다면...

 

저는 '포블리'!! 라인입니다. ㅎㅎㅎ

 

 

 

 

<응답하라 1994> 홈페이지 캡처

 

삼천포-윤진 라인!

 

'포블리'는 삼천포의 애칭이죠.

삼천'포'와 러'블리'를 합쳐 만든 말.

 

정녕 블리블리 '포블리'입니다.

 

어제도 전 IPTV로 포블리와 윤진이 나오는 장면만 다시 봤습니다. 1회부터 쭉~!

 

왜 전 주인공인 나정-쓰레기-칠봉 라인이 빠지지 않고

포블리 라인에 빠졌을까요?

 

 

 

ㅎㅎㅎ

답은 쉽게 찾았습니다.

 

응사 7회를 보던 날인가요.

남편의 대학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남편의 새내기 시절을 함께 한 친구죠.

 

통화하던 남편이 갑자기 웃음 반, 항의 반으로 외칩니다.

"내가 무슨 삼천포고!"

 

ㅎㅎㅎㅎㅎㅎ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 남편, 삼천포랑 닮았다'

 

 

 

 

 

외모가 닮았다는 게 아니고요. 캐릭터입니다, 캐릭터. (남편 미안...)

아무리 남편이 삼천포가 아니라(캐도) 닮았음.......

 

'누런돼지'는 경북 구미가 고향입니다.

전 결혼하고 처음 구미에 가본 '서울 녀자'고요.

 

남편은 10여년간 서울에 살면서 서울 사람이 다 됐다 하겠지만

구미에 가면 사투리 마구 튀어나옵니다.

덕분에 저도 시댁에 다녀오면 일주일 정도는 구미 사투리를 따라하게 되지요(무의식 중에) ㅎㅎ

요즘엔 삼천포 때문에 사투리를 따라합니다..... 포블리

 

 

 

<응답하라 1994> 홈페이지 캡처

 

 

극 중 삼천포는 '경남 삼천포'가 고향이지요. 그래서 삼천포.

경상도 남자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무심하지만 진득한, 무뚝뚝하지만 정감 있는, 느리게 행동하지만 따뜻한.

 

삼천포도 그렇습니다.

 

어리버리, 무심, 꼼꼼.... 그런데 따뜻하죠.

 

첫 회에서 신촌하숙까지 오기 위해

서울역-신촌역-택시-그리고 하숙집 앞 전화부스.

식은땀 삐질 하던 삼천포를 보며

"남편도 그랬나" 했었죠.

 

아니랍니다. 길 잘 찾았대요. ㅎㅎ

 

 

 

경향신문 입사 동기인 저희 부부는

아마 '사령장'을 받았던 2008년 10월 1일이 처음 만난 날일 거예요.

사령장을 받고 바로 3박4일간 합숙 교육을 받으러 갔었는데요.

 

그 3박4일 동안 저는 남편과 줄곧 같은 조였습니다. 조모 동기랑 셋이요.

그런데 남편과는 별다른 대화를 했던 기억이 없습니다. 워낙 말수가 적어서요.

계속 조모 동기랑 수다수다 했던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남편에 대한 기억은 딱 하나.

"왜 쟨 저렇게 말이 없지?"

 

ㅎㅎㅎ

남편은 새벽 2시부터 말문이 터지는 스타일입니다.

워낙 말을 많이 하는 걸 꺼리는 성격이라 술을 좀 마시고나야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그때는 다들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거나, 자고 싶어할 시간이죠 ㅠㅠ)

 

그래서인지 입사 이후 1년, 남편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남편을 좋게 본 계기가 있었는데요.

바로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심함 뒤의 따뜻함'을 느낀 순간이었죠. ㅍㅎㅎ

 

회사 일에 지치고 힘들었던 퇴근 길이었습니다.

그날 따라 '절친'들이 제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특히 항상 회사 고민을 터놓던 김모 동기, 조모 동기가 제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기에

항상 후순위였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술 마시고 있던 남편은 제 얘기를 듣는둥 마는둥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얼른 전화를 끊었죠.

 

그리고 5분 후 문자가 왔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 고민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거다.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별 대단한 내용의 문자도 아니었지만

그 문자가 남편을 '무심하기만 한 건 아니군'이라고 생각하게 해줬습니다.

 

그러나 그때부터 연애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시간이 좀더 흘러서.... ㅎㅎ

 

 

 

 

삼천포를 보고 있으면 그때의 남편 문자가 생각납니다.

 

무심하지만 따뜻한 남자.

 

 

tvn 캡처

 

 

윤진의 엄마가 서울에 올라와 터미널에서 무작정 딸을 기다리고 있을 때

해태는 전화를 무시하지만

삼천포는 '자전거 여행을 갔어야 했음에도' 터미널에 가죠.

 

그리고 윤진의 엄마가 '말을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윤진이 술자리에서 자신의 비밀(?)을 말할 뻔한 순간에서 입을 막아주죠.

 

아 '포블리'답습니다.

 

아침에 SNS에 '포블리 원츄'라는 글을 남겼더니

한 선배가 삼천포의 성격을 대번에 정리해주셨습니다.

 

"남 앞에선 시비 걸면서 남 몰래 잘해주는 무뚝뚝 귀요미였단 뜻?"

 

ㅎㅎ

 

남편이 남 앞에서 시비 거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하도 티가 안 나 저한테 잘해주는 건지도 몰랐습니다.

 

지금도 가끔 전 불리하면 "남편 너무 무심함"이라고 1차 경고를 보냅니다.

그럼 남편은 '무뚝뚝' 모드에서 '잘해주는' 모드로 바로 변신.

 

경상도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삼천포'가 표현하는 경상도 남자 특유의 분위기, 참 좋네요.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런가봅니다.

연애하던 생각.ㅎㅎ

 

연애는.... 이제 남의 꿈... 이니까요 ㅠㅠ

 

이제 저는 한참 싱크대, 찬장, 젖병소독기 등에서 '엄마 물건 탐험'에 빠진 아드님을 돌봐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블리와 윤진의 키스신~을 마무리로.

 

 

 

 

 tvn 캡처

 

 

 

Posted by 누런돼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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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리포블리 2013.12.13 1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글을 너무 예쁘게 쓰시네요 ㅎㅎ 남편분이랑 평생 알콩달콩 포블리-윤진이 같이 러블리한 사랑하시길 ! ㅎㅎ

  2. 지언 2014.01.09 1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이 좋아요.티격태격 포블리 사랑....일출 키스...

 

 

 

의사는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요?”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최인혁 교수(이성민)는 이민우(이선균)에게 묻는다. 이민우는 의대 졸업 후에도 전문의를 따지 않고 임상강사의 직함으로 편하게 살아왔다. 그는 슈바이처 같은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악다구니 쓰면서 수술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욕심 없이 마음 비우며 살고 싶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의 부탁을 받아 응급실 당직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뜻밖의 응급환자를 만난다. 저녁을 먹다가 숨이 막혔다는 다섯 살 여자아이였다. 경험이 없는 이민우는 간단한 응급처지도 하지 못하고 심폐소생술만 거듭하다 아이를 살릴 시간을 놓치고 만다. 죽은 아이를 들고 최인혁이 있는 큰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최인혁은 이민우에게 일갈한다. “왜 데려온 겁니까? 여기 와서 확인하고 싶은 게 뭡니까? 최선을 다했다고 자위하기 위해서? 그런다고 환자 돌아오지 않아요. 데려가세요. 설마 사망선고 할 줄 몰라서 그거 해달라고 데려온 겁니까? 사망선고조차 다른 사람이 내려줘야 합니까?” 그 길로 이민우는 다시 또 그런 상황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인턴 과정에 들어간다. 그러자 최인혁은 면접에서 이민우에게 묻는다. “의사는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요?” 그리고 말한다. “왜 하필 내 앞에 이런 환자가 나타났는가.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올 텐데 그때는 어쩔 겁니까.”

 

<골든타임>을 보면서 환자를 죽이는 건 의사 뿐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사나 방송사에 제보거리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만들어낸 환자들이다. 추잡한 권력 다툼의 이면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부당한 일을 겪은 탓에 견딜 수 없는 분노를 품고 있는 분들이 많다. 환자가 찾지 않는 병원이 병원이 아닌 것처럼, 아마도 제보자들이 찾지 않는 언론사는 언론사가 아닐 것이다. 그들을 맞이하는 기자들의 자세 또한 의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보자들을 대하는 데도 골든타임이 있다. 재빨리 상황을 파악해서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으면 때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간이 지나면 시의성이 없어져서 더 이상 지면을 잡아 기사를 내보내기 어려워지기도 하고,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점점 취재수첩뿐만 아니라 머릿속에서도 잊혀지기도 한다. 그러면 제보자들은 속이 탄다. 언제쯤 내보낼 수 있는지, 보도 자체가 가능하기는 한지 수차례 기자에게 전화를 한다. ‘좀 기다려보라는 대답은 어느새 기사가 좀 어려울 것 같다는 대답으로 슬며시 바뀌어 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보자들도 포기하고, 어쩌면 좋은 문제제기가 될 뻔 했던 사건은 허공으로 흩어진다. 사고 후 1시간, 응급처지를 해야 하는 그 황금 같은 시간대를 놓쳐서 환자를 죽이는 의사와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언론사로 들어오는 제보의 대부분은 보도 가치가 낮거나 장난인 경우가 많다. 야근을 하다 보면 가끔씩은 들어주기 어려운 수준의 술주정 같은 전화도 걸려온다. 자신이 국가기관의 사찰을 받고 있다고 해서 직접 만나보면 내 귀에 도청장치수준의 공상과학소설을 쓰고 계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제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의 면죄부가 될 순 없다. 돌이켜 보면 나도 후회되는 순간이 너무나도 많다. 찾아보면 한쪽 구석에 먼지를 덮어쓴 채로 남아 있을 자료들을 다시 들춰보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을 것 같다. 요즘 한창 갑을관계가 재조명되고 있지만, 막 기자가 됐을 때 그런 비슷한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의 관계를 제보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기사가 될 수 있을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지, 우물쭈물 따지다 결국 기사를 쓰지 못했다. 자신의 처지가 곤란해질 것을 알면서도 내부 비리 정보를 주신 분도 계셨다. 이것도 변명이겠지만 이런저런 기사 부담으로 너무 바빠서 자료를 제대로 챙길 시간이 부족해, 결국 보도 타이밍을 놓쳐 버린 때도 있었다. 이미 해당 인물이 뉴스의 중심에서 벗어나 버린 것이다. 한 때는 어떤 제보자의 전화를 주기적으로 받을 때도 있었다. 내가 판단하기에 기사화되기는 약간 어렵다고 생각해서 사정을 설명했지만, 자꾸만 전화를 하니 나중에는 좀 짜증스런 목소리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때 전화를 끊고 나서도, 아니 지금까지도 그 물기 섞인 목소리는 뇌리에 남아 있다.

 

그럴 때면 밤에 잠이 오질 않았다. <골든타임>의 다섯 살 여자아이가 이민우를 만나지 않고 최인혁을 만났다면 살 수 있었을 것처럼, 나에게 제보를 하신 분들이 내가 아니라 더 좋은 기자를 만났다면 어떤 식으로든 좀 더 도움이 됐을 텐데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무능력한 기자는 무능력한 의사처럼 아예 없느니만 못한 존재다. 최인혁의 질문이 상대를 바꿔 다시 폐부를 파고든다. “기자는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요?” 그리고 말한다. “왜 하필 내 앞에 이런 제보자가 나타났는가.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올 텐데 그때는 어쩔 겁니까?”

 

삼성 X파일 보도로 유명한 이상호 기자는 기자는 사회적 무당이라고 말한다. 기자 한 명이 사회를 변화시키기는 어렵지만 억울한 사람을 신원해주고, 한을 풀어주고, 나쁜 놈들한테 가서 푸닥거리를 하고, 공동체의 막힌 응어리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제보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처음에는 답답하고 짜증나다가도 곧 동화가 되고 그러다가 공감하고, 그러다 누가 이 사람들을 고통 받게 했는지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결국 보도하다 소송까지 걸리고... 이런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하는 게 고발기자의 일상이고 사회적 무당의 삶이란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그 정도의 기자는 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최소한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했던 그 부끄러움만은 잊지 말아야지, 죽은 뒤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자위하기 위해서 큰 병원으로 뛰어가는 이민우처럼, 다시는 이런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진 말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 예전에 청탁받아 쓴 글을 뒤늦게 올립니다.

http://www.dadoc.or.kr/915 )

Posted by 누런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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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돼지'가 <건축학개론>을 너무 보고 싶다며, '기억의 습작'에 대한 영화라고 신나할 때

저는 별로 내키지 않았습니다.

첫사랑에 대한 서사가 이제 저에겐 어떤 호소력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서른 하나. 어쩌면 '겨우 서른 하나'일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아 어느 새 서른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설렘, 열정 같은 명사에 가 닿아 있는 첫사랑이라는 것에

서른 하나의 나이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구름 위에 둥둥 떠버린 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홍대부터 합정까지 걸었습니다.

바람은 약간 쌀쌀했지만 여름 밤의 달뜬 기분처럼 땅 위를 걷는 것 같지 않더라고요.

<건축학개론>은 '스무살을 기억하는 영화'였습니다.

 

서툴러서 상처를 주고 서툴러서 상처를 받는 스무살.

그 여리고 찬란했던 시절의 장면장면이 떠올라 오랜만에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저는 01학번이라 영화 속 서연(한가인)이나 승민(엄태웅)보다 한 3~4살 어리지만

스무살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딱 한 번만 찾아오는 때라

그 기억은 누구에게나 특별하겠지요.

 

영화 속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이

제게는 토이의 <좋은 사람>,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 또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였고

영화 속 CDP가 제게는 mp3플레이어였지만

콘텐츠와 미디어가 달라진다고 해서

그 '추억'의 의미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어제 저는 오랜만의 '스무살의 노래들'을 하루종일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이 노래들을 들으니 근무 중에는 이어폰을 빼야 했지만 빼기 싫을 정도로 이상한 기분이더군요.

 

영화 속에서 스무살 승민(이제훈)이 스무살 서연(수지)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오갈 때

"아 나도 나도 저랬는데" 했습니다.

고등학생 티를 채 벗지 못하고 캠퍼스를 걷던 시절, 

누군가의 손짓, 표정, 작은 말 한 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그때.

"아 나도 그때는 정말 어렸구나" 싶어서 왠지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스무살의 첫사랑'은 서툴러서 오래 가지 못합니다.

서연과 승민도 엇갈리지요.

영화 속에서는 '오해' 때문인 걸로 그려지지만

서른 하나가 된 저는 이제 알 것도 같습니다.

스무살의 사랑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서투르기 때문'입니다.

 

처음 해보는 모든 경험은 서툴 수밖에 없겠지요.

특히 첫사랑이 서툴 수밖에 없는 것은

자신의 '열등감'과 '욕망'에 대해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욕망과 열등감에 예민해지지 못하면 스스로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도 없고, 그래서 나 아닌 누군가를 온전히 아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무살은 아직 그럴 수 있는 나이가 아니겠지요.

 

'제주도 학원 출신'인 음대생 서연(수지)가 '압서방(압구정동, 서초동, 방배동)'으로 상징되는 '강남'을 욕망할 때

승민(이제훈)은 '정릉'에 산다는 것이 부끄러워 집 대문을 발로 찹니다.

서연을 만나 승민에게는 '열등감'으로부터 비롯된 부끄러움이 생기는 것이죠.

 

 

사랑에는 지나친 열등감도, 지나친 욕망도 해가 됩니다.

열등감에 사로잡히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투영하는 스스로가 너무 못나 보여

그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내미는 손을 눈치채지 못하지요. 승민도 그랬을 겁니다.

또 가질 수 없는 욕망을 원하게 되면 서른다섯이 된 서연처럼

그 욕망이 한낱 신기루였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과연 뭘까요?

같이 있어주는 것? '보고싶다'라는 말 한 마디가 세상을 움직이는 것? 열정? 애정? 신뢰?

서른 하나가 된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진심에 예민해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스스로가 되는 것'

또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 어떤 누구보다 '스스로를 사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언젠가부터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어른스러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건

사랑을 잃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사랑을 잃고 사람을 잃게 되면 스스로의 바닥을 보게 됩니다.

그 바닥을 보게 되면 '내가 얼마나 상대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투른 폭력을 휘둘렀는지' 알게 되지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자존감이 튼튼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할 수 없습니다.

자존감은 열등감이나 비뚤어진 욕망 때문에 어긋나기 쉬운 '정체성'입니다.

자존감이 튼튼해져야 다른 사람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서른 언저리에 그 진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누런돼지'와 집에 걸어오면서 "아 그게 10년이나 걸렸구나"라고 얘기했지요.

물론 아직도 사람을 사랑하는 모든 비밀을 알게 된 건 아닐 겁니다. 당연하게도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평생토록 노력하며 할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스무살은 다른 사람의 진심에 예민해지기 어려운 서툰 때입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자기 자신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도, 다른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첫사랑'이 어긋나 버린 서연과 승민이 안타깝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그리고 참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른 다섯이 된 두 사람은 많이 변해 있습니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의 결론에 대해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게 아마 '첫사랑의 결론'일 겁니다.

(저는 그래서 서른 다섯의 두 사람의 키스신이 몹시도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15년은 두 사람을 성장시켰습니다.

승민(엄태웅)은 혼자 살아가야 하는 엄마를 보고 마음 아파하고

스무살에 발로 차 망가져버린 대문을 원상복귀해보려고 노력합니다.

서연(한가인)도 병든 아버지를 돌보며 새 터전을 가꿉니다.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 단순히 '첫사랑의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가 아니라

'첫사랑으로부터 성장하는 드라마'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첫사랑을 하던 스무살의 저를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왠지 저도 조금쯤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었거든요.

 

 

마흔 하나가 되면 이 영화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새삼 나이드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테니까요.

그때가 기대됩니다.

 

그래서 이제 정말 기쁘게 '안녕, 스무살'

 

 

 

 

Posted by 누런돼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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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입니다. 어떤 밤을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좀전에 퇴근해서 집입니다. 오늘 저녁 약속이 취소돼서 일찍 들어왔습니다.
'누런돼지'도 다른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조금 늦는다고 하네요.

지난주에 약속을 잡을 때만 해도 오늘이 '화이트데이'인지 기억도 못 하고 있었는데
새삼 약속이 취소되고 혼자 집에 돌아오는 길, 그 '데이'를 깨닫고
감기인 아내를 집에 두고 술을 마시는 남편을 살짝 원망했습니다.(코감기에 훌쩍거리고 있거든요;;)
ㅎㅎ

그런데 사람이란 얼마나 간사한지.
남편은 아침 출근 직전에 이미 선물을 줬습니다.
나름 '서프라이즈'라며 식탁에 어색하게 선물을 내려놓더군요.
(저는 사실 식탁에 내놓기 전, 제가 일어나자마자 작은 방 책상에 선물을 펼쳐놓은 걸 봤습니다;;ㅎㅎ
어설픈 누런돼지...그런데 아마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아침에 선물을 주는 '공격'을 펼친 걸지도 모릅니다.
은근 꼼꼼합니다...ㅎㅎ)



꼼꼼한 누런돼지가 얼마나 고심해서 샀을지 예상되는 선물이었습니다.
이 선물을 사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들어가 이것저것 따져봤을 장면이 상상이 됐습니다.
그 장면을 생각하며 마냥 마음이 고마웠어요.

편지를 읽으며 따뜻한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퇴근하는 길, 약속 때문에 늦는 누런돼지에게 서운해 하는 마음은 뭘까요?
저도 원래 약속이 있었고 게다가 저는 발렌타인데이 때 선물은커녕 초콜릿도 주지 않았는데 말이죠.
ㅎㅎㅎ 부끄럽습니다... 너무 간사하네요. ㅡㅡ;;



언젠가부터 저는 연애나 결혼이 '시뮬레이션'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배우는 시뮬레이션.
그게 영화든, TV 드라마든, 연애 소설이든, 웹툰이든 뭐든.
우리가 자연스럽게 행하는 연애의 관습이라는 게
미디어를 통해 배우는 시뮬레이션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요.

사귄지 100일이 되면 이벤트를 하고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를 챙기고, 매달 14일마다 돌아오는 무슨무슨 기념일을 챙기고 서로의 생일도 챙겨줘야 하고 크리스마스 때는 꼭 함께 있어야 하고 등등등.

결혼하기 전에 여자는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받아야 하는 것도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죠.

TV 드라마에서는 (재벌) 남자가 레스토랑을 빌려 (서민) 여자에게 노래를 부르며 "결혼해줄래요"를 외치거나
(업체에서 협찬받았을 게 분명한) 다이아반지를 내밀며 여자에게 끼워주죠.

제가 결혼할 때도 친구들은 제게 물었습니다. "프로포즈는 받았어?"
ㅎㅎㅎ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촌스럽게 프로포즈는 뭐... 내가 하면 되는 거 아냐?"
라고 말했습니다.


머리로는 저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뜸을 들이면서 프로포즈를 하지 않는 '누런돼지'에 대한 원망이 서서히 커져갔죠.

미디어를 통해 주입받은 시뮬레이션이 연애의 진정성과는 크게 상관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그 시뮬레이션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누런돼지'는 결국 결혼식 이틀 전인가에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신혼집에 데려와서 (이미 혼수로 사서 설치해뒀던) TV에 손수 만든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ㅎㅎ 늦었지만 영상을 보며 감동한 후에야 원망이 가라앉았죠.

                   (영상과는 상관없는 사진입니다. /정선 레일바이크를 타며 덜덜 떨던 겨울의 사진.)


머리로는 화이트데이, 발렌타인데이 같은 게 상술이라는 걸 알면서도
연애의 시뮬레이션에 맞추는 게 편한 이 심정은 뭘까요.

이십대 초반 저는 여자친구들끼리 모여서
남자친구가 뭘 해줬다, 무슨 선물을 줬다, 그런데 그래도 뭐가 맘에 들지 않는다, 왜 그럴까 라는 식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안 좋아했습니다.
그때는 막연히 그런 대화란 연애의 진전성을 모르는 거라고 생각했나봐요.

그런데 연애의 진정성이라는 게 뭘까요?
이십대 후반을 거쳐 서른하나가 된 지금은
시간이 오래 지났고 그 시간만큼 쌓인 실패의 경험을 통해 연애의 진정성에 대해 잘 알게 된 걸까요?
또 결혼을 했으니 연애에 대해서는 잘 알게된 걸까요?



갑자기 궁금해져서 '연애'에 대해 검색해봤습니다.
국어사전에서는 '남녀가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사랑함'이라고 되어 있네요.

'애틋하다'는 말이 참 낯서네요.
연애의 시뮬레이션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상대가 아니라 상대가 해주는 일에 대해 집중하게 되겠죠.
상대가 해주는 일에 대해서는 '애틋'해질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연애'라고 부를 수 없는 거겠죠.

상대에 대해 '애틋'해질 수 있는 것.
아끼는 사람이 아프다면 하루종일 신경쓰며 걱정하는 것, 아끼는 사람의 기쁨에 내가 먼저 기뻐하는 것, 아끼는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 그런 것이 '애틋하다'는 것 아닐까요.


결혼을 해도, 사람을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 공부해야 하나봐요.

오늘은 이렇게 다시금 깨달았으니 '누런돼지'가 술을 먹고 들어와도 구박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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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위의 잠    -나희덕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선배가 블로그에 함민복의 <절하고 싶다>를 소개하셨길래 “저도 좋아해요”라고 하니
책을 빌려주셨습니다.

함민복 시인이 ‘시인의 마음으로 시 읽기’라는 부제로 책을 냈네요.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랍니다.

목차를 펴서 좋아하는 시인들을 먼저 찾아보았는데요.
그렇게 찾아진 시가 나희덕의 <못 위의 잠>입니다.

대학 때 친구에게 <어두워진다는 것>을 선물받았을 때부터
이 시인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사실 시를 읽는 건 쉽지 않아서(ㅎㅎ) 진득하게 읽지는 못했는데요.
<어두워진다는 것>을 읽었을 때 시인의 맑은 감성이 느껴져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못 위의 잠>에 대해 시인 함민복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달빛이 그림자 만들어주는 것 보면 가로등도 없는 길인가보다. 골목이 좁아 귀가하며 손잡은 세 식구의 그림자 벽에 접혔었겠다. 길이 좁아 가족들 대열에 설 수 없는, 아니 설 수 있는 길이라도 차마 같이 서지 못하고, 한 걸음 뒤처져서 자식들과 아내 그림자 보며 귀가하는 아비. 그 아비의 마음, 아비의 그림자 쓸쓸하다.

제비들도 사랑방은 아비가 쓰나보다. 침입자에 대한 경계심 끝내 풀지 않았을 사랑방 초소, 못 하나. 새끼들 날 수 있을 때까지 말뚝근무 섰을 제비 한 마리, 서러운 이름 아비.

제비의 삶과 사람의 삶은 닮았구나. 모든 생명체의 삶은 마치 그림자처럼 서로 닮은 것인가.


이 시를 읽고 저는
당연하고 자연스럽게도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결혼한지 불과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부모님과 한 집에 살지 않게 된 것도 한 달밖에 되지 않았네요.
결혼하면 어른이 된다고 새삼 부모님이 제게 해주신 것들을 되새겼던 한 달이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오늘 점심 때는 갑자기 아빠(아버지란 호칭은 아직도 어색합니다ㅋ)가 보고싶어 전화를 걸었습니다. 평소에는 간단히 용건만 말하고 전화를 끊는 사이였던 부녀가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어제 된장찌개를 끓였다고 아빠에게 자랑을 했고 아빠는 그렇게 하나둘씩 할 수 있는 게 늘어날 거라고 응원해주셨습니다.

전화를 끊고 거리를 걷는데 명치 끝이 살짝 울렸습니다.

아홉살 때인가 무주구천동에 여름 휴가를 갔는데 계곡에 첨벙첨벙 놀던 어린 제가 샌들을 계곡의 센 물살에 빠뜨렸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엉엉 우는 저를 보고 아빠는 멀리까지 가 샌들을 구해(?) 오셨습니다. 저 멀리서 아빠가 샌들을 찾았다며 머리 위로 흔들던 모습이 아련하게 기억납니다. 어린 제게 아빠는 ‘슈퍼맨’이었지요.

초등학교 때 살던 이층집은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가족들은 거실 창문을 다 열어 놓고 베란다에서 잠을 잤습니다. 더위를 쫓기 위해 도둑의 위험을 감수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참 신기하기도 한데요. 아빠는 가족들이 처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여름이면 늘 푹 주무시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피곤해하며 출근하던 아빠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결혼식을 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인사를 하니 매우 신이 났었습니다.
살면서 유일하게 주인공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요.ㅎㅎ

신부대기실에 앉아서 신나게 손을 흔들고 들어오는 사람마다 불러 사진을 찍자며 웃었지요.
그래서 친구들이 왜 그렇게 신부가 소리를 크게 내냐며 구박(?)을 하기도 했는데요.

신부 입장하는데도 신이 나서 사진마다 활짝 웃고 있습니다;;
그러다 눈물이 터진 건 케이크 커팅을 하고 나서 아빠와 눈이 마주쳤을 때였습니다.
아빠 표정이 “쟤가 참 많이 컸구나, 시간이 참 많이 흘렀구나, 이제 우리 없이 잘 지내련가” 싶은 수만가지 생각이 스친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 표정을 보면서 이제 ‘슈퍼맨’이었던 아빠와 한 집에 살지 않게 됐다는 걸
‘실체적으로’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입사 이후 직업 특성상 술을 많이 마시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그다지 즐겁지 않은 회식 자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는데 아빠가 주무시지 않길래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빠, 아빠는 어떻게 싫은 술자리를 참았어요?”

아빠는 허허 웃으셨지만
힘든 회식 자리나 회사 일에 지칠 때나 그저 ‘사회적 성숙’을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압박감을 느낄 때
아빠가 자주 생각났습니다.

나희덕 시인의 말처럼 ‘못 위의 잠’이 떠올랐던 걸까요.

이제는 ‘슈퍼맨’ 없이 스스로 일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가끔은 무작정 아이처럼 부모님께 의지하고 싶어집니다.
늘 “못 위에서 잠을 청하며” 돌봐주신 아버지께 새삼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지네요.

이번주 목요일에는 (이제 친정어머니, 친정아버지가 된) 부모님과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습니다.
즐거운 이야기만 하다가 돌아오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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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결혼이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았네요. ㅎㅎ
어제는 결혼 전 마지막 주말이라 부모님과 함께 있었습니다.
기자들은 일요일에 일할 때도 많아 입사 이후 주말을 부모님과 보낸 적이 많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일요일 오전부터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이제 결혼하는 실감이 나는 걸까요? ^^

오전에는 엄마와 오랜만에 목욕탕에 같이 가서 때도 밀고(ㅎㅎ) 오후에는 신혼집에 가져갈 책과 옷 등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신혼집으로 가는 길, 친구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아영아 콴타스항공 운항 중지했다던데? 알고 있어? 직장 폐쇄했대.”

오마이갓!! 저희 신혼여행지가 호주거든요.
저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신혼여행을 못 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고나니 아득함과 암울함이 휘몰아쳤습니다.
신혼집에서 선유도공원이 가까워 부모님과 같이 산책하기로 했는데도 산책하는 내내
“엄마, 아빠, 신혼여행 못 가면 어떡하지”라고 하기도 했지요.
부모님이 “잘 해결될 거다”라고 말씀해주셨지만 제 표정은 계속 어둡..;;ㅎㅎ

이렇게까지 겁을 먹은 이유는 제가 예전에도 항공편 문제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어서입니다.
지난해 4월 독일에 출장가기 전날 갑자기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해 항공편이 결항했었거든요.
독일에서 취재 일정을 잡아뒀던 것들이 어그러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가 됐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그때 일기를 보실까요.


2010년 4월 19일
울고싶다 정말.
 
항공편을 몇 번째 변경하고 있는지
현지 취재 일정을 재조정하고
목요일에 예정된 공청회를 못 갈까봐 전전긍긍
아테네나 이스탄불로 들어가서 기차를 타는 방법은 너무 힘들고
베를린 호텔 취소하고 다시 예약하고
또 베를린에서 뮌헨 가는 루프트한자 국내 항공도 취소하고
코디네이터한테 쩔쩔매며 일정 재조정해달라고 사정하고
항공편 바꾸는 바람에 도하에서 머무는 기간이 너무 길어서
그곳 호텔도 예약해야하고
출장 비용 다시 정산해야 하고
등등등
 
다녀오면 많은 걸 배울 거라고 생각했던 ‘독일 출장’은 날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ㅎㅎㅎ 그때의 심정이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네요.
세계화를 절감했던 때였습니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이 내 출장에 영향을 미치다니.
결국 예정돼 있던 출국 날짜가 이틀 정도 미뤄지면서
취재 일정도 전부 조정해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11월 6일 하늘에서 바라본 호주 상공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신나 찍었습니다. 파업이 계속됐다면 이 사진도 없겠죠?^^)


그런데 이번에 또 콴타스항공 파업, 그리고 직장 폐쇄 기사를 읽으면서 ‘데자뷰’를 느꼈습니다.

콴타스항공은 호주 국적항공사로 세계 10위 항공사입니다. 노사 분규가 여름부터 심각했다는데요.
사태는 지난 8월 국제선에서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 측이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전체 직원 3만5000여명 중 1000명을 해고하고 아시아 지역 노선을 하청으로 전환하는 등의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것인데요.

노조가 이에 반발해 부분 파업에 돌입하면서 사태가 심각해졌습니다. BBC는 부분 파업이 잇따르면서 콴타스항공이 매주 1500만호주달러(약 177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사측은 전세계 항공사들이 동남아 지역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노조는 임금 인상만 염두에 두고 파업에 나서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 측도 사측이 이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하는 등 고용 안정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결국 사측이 직장 폐쇄를 거론하면서 29일 오후 4시를 기해 항공운항이 전격 중단됐습니다. 전세계에서 7만명 이상의 승객이 발이 묶이는 항공대란이 빚어졌는데요.

그러나 다행히도 31일 오후 2시부터 항공기 운항이 전면 재개됐습니다. 호주공정근로(FWA)가 콴타스항공 노사에 대해 쟁의행위를 즉각 중지하라고 긴급 직권중재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이에 따라 콴타스항공 소속 항공기들은 운항 전면중단 이후 46시간 만에 운항에 나서게 됐다고 하네요.

FWA는 앞으로 90일 동안 쟁의행위를 금지하라고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저로서는 매우 다행인 일이 되었습니다. 운항도 재개됐고 앞으로 90일 동안 쟁의행위가 금지되었으니 제 신혼여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그런데 막상 신혼여행 문제가 해결되자 “콴타스항공의 노사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듭니다. 여러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듯이 노사 갈등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전망이라고 합니다.

비행기를 탈 때 왠지 묘한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수익 악화, 인력 감축, 희망퇴직 혹은 해고 등은 죽 이어지는 낱말처럼 개인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겠죠.

부디 콴타스항공 노사가 양측의 입장을 이해한 후 해결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제 신혼여행도 무사해지겠지요. ㅎㅎ

이제 5일 후면 저희는 호주로 가는 콴타스항공 비행기를 타고 있을 겁니다.
호주에서는 ‘활동’을 좋아하는 저희답게 스노클링, 스카이다이빙, 열대우림마을 탐험, 그레이트배리어리프 관광, 선상유람선 등등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자랑하는 중입니다 ㅎㅎ)

다녀와서 스카이다이빙 소감은 꼭 남길게요 ^^

Posted by 누런돼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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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거창(?)하지만 사실 이 글의 목적은 ‘블로그 소개’입니다.ㅎㅎ

안녕하세요? ‘누런돼지 관리자’이자 경향신문 디지털뉴스팀 소속 임아영 기자입니다.

‘누런돼지’를 관리하게 된 사연을 설명하려면
우선 ‘누런돼지’를 소개해야겠군요.ㅎㅎ

누런돼지는 경향신문 문화부 소속 황경상 기자입니다.
이메일 아이디가 yellowpig@kyunghyang.com 이죠.
황 기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붉은 돼지>를 ‘일생의 명작’으로 꼽습니다.
하야오 감독이 중년이 된 자신을 위해 만들었다는 자전적 작품이죠.
1차세계대전에서 공군 조종사로 참전해 동료들을 잃었던 ‘붉은 돼지’, 포르코 로소가 인간에 대한 혐오감으로 스스로 돼지로 변해 군대를 떠난 뒤의 이야기입니다. ‘붉은 돼지’는 황 기자의 로망입니다.
붉은 돼지처럼 살고 싶다는 얘기인지는 ‘붉은 돼지’를 ‘누런 돼지’로 패러디한 황 기자가 대답할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ㅎㅎ

황 기자와 저는 입사 동기입니다. 2008년 10월에 입사했으니 만난지는 3년이 조금 넘었네요.


제가 합격했을 때 대학 후배가 합격자 발표란을 캡처해서 보내준 겁니다.
이걸 보고 감격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나 지났네요. ㅎㅎ 더 신기한 건 그때만 해도 제 이름 뒤에뒤에 있는 이름이 제 ‘남편’이 될지 몰랐다는 사실입니다.
ㅎㅎ


입사 후 2년 동안은 친한 친구처럼, 고민을 공유하는 동기로 잘 지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흔한 연애 스토리들처럼) 동기가 남자친구가 되었고
이제 오늘로써 ‘남편’이 되기 12일 전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전하기에는 아직 너무 부끄럽네요 ㅎㅎ;;; 그건 다음 기회로 남겨둘게용)


회사에서는 십여년만의 사내 커플의 탄생이라고 합니다.
기자 커플은 안 좋다고 일부 선배들은 놀리시기도 하지만
결혼이라는 일이,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일이, 매우 뭉클한 거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일을 빨리 처리하기 좋아하지만 참을성이 없는 저와
시동이 매우 늦게 걸리나 마무리는 확실하고 꼼꼼한 황 기자가
함께 산다면 ‘좋은 상호보완 관계’가 되겠구나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사실 느리고 잘 망설이는 황 기자를 다독다독해서 일을 하게 만드는 일은 힘들기도 했습니다ㅠㅠ
앞으로 정말 잘 ‘관리’해야겠구나 싶어 황 기자에게 “나는 (황 기자의) 엄마가 되기 싫어!”라고 하기도 했죠.
그러나 이제 ‘관리자’의 역할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ㅎㅎㅎㅎㅎㅎ)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
경향신문 부부 기자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느꼈던 사소한 일상(신혼 일기)부터
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저와 황 기자는 산책과 여행, 영화(이야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런 이야기들도 공유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저희의 청첩장 문구를 소개할까 합니다. 부끄럽지만 ㅎㅎ

외롭고 높고 쓸쓸한 길에서도 서로의 더듬이를 부비며 온기를 찾고
묵은 김치 한 조각에 더운 밥 하나, 세상의 가장 소박한 찬에도 즐거워하겠습니다.
며칠째 정신없어 다듬지 못한 손톱을 다정하게 깎아주는 시간을 행복해하고,
서로가 만든 그늘 속에서 즐겁게 쉬며,
무엇을 이뤘느냐 묻기보다, 어떻게 살았느냐를 묻는 그런 부부가 되겠습니다.
오셔서 저희의 앞길을 축복해 주세요.



‘예비 남편’이 쓴 문구입니다. 이 문구를 보고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앞으로 이렇게만 산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은 느낌...(예비 신부의 감성입니다 ㅎㅎㅎ)

끝으로 저희 관계를 상징하는 사진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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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ttalgi21.khan.kr 딸기 2011.10.25 15: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영 넘 이쁘다!!

  2. 레옹 2011.10.25 15: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속았다. 둘이 몰케다니길래 공동기획하는 줄 알았다.
    몰랐다. 두 사람이 그렇게 묵은지를 좋아하는지.
    당혹스럽다. 어디다 부조해야 하나.

    • 누런돼지 관리자 2011.10.25 1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장 처음에는 취재원을 같이 만나다 친해졌으니 기획은 아니더라도 일을 하고는 있었는데요. 사실 성과로 이어졌는지는 반성을...;;;
      묵은지 좋아하니까 ‘한옥집’에서 밥 사주세요. ㅎㅎㅎ
      음... 마지막이 가장 어려운 문제네요. ㅠㅠ 현재 직속 후배의 복지를 생각하심이...ㅎㅎㅎ 결혼식이 끝나면 부 일에 혼을 쏟겠습니다.... ^^;;;

  3. 퍙미 2011.10.26 1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곧 공개될 '방'도 기대해 ㅎㅎㅎㅎㅎㅎㅎㅎ

  4. Favicon of http://leegoeun.khan.kr 이고은 2011.10.27 14: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첩장 문구, 감동적이다. 황기자의 감성이 묻어나는구먼.
    당신들의 관계를 상징하는 사진에서 읽을 수 있듯이, 아영은 아마 '(황기자의) 엄마'가 될 것 같다. 흐흐흐.
    나도 결혼 전, 아영과 100% 똑같은 멘트를 남편에게 했으나, 1년만에 포기하고 그길로 들어섰다우.

    • Favicon of https://ilovepig.khan.kr 누런돼지 관리자 2011.10.27 16: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배 왠지 위로가 돼요. 저만 그런 건 아니었군요 ㅎㅎ 가금 '엄마' 역할에 뭉클해진다면 점점 중증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요즘 그래요ㅠㅠ) 그래도 뭐 살면서 맞춰가는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죠? 팁 많이 주세요~^^

  5. 2011.10.29 1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ilovepig.khan.kr 누런돼지 관리자 2011.10.31 1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그때가 언제인가요. 어떤 시기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ㅎㅎ 축하 감사합니다. 두근두근하기보단 아직 실감이 안 나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ㅎㅎ 블로그 자주 놀러오세요. 축하 다시 한번 고마워요 ^^*

기자가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지, 월급 받는 회사원이냐.”

 가끔 이런 인터넷 댓글이 눈에 띈다. 댓글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이런 얘기를 종종 들었다. 자괴감과 열패감을 피할 수 없다. 나는 기자로서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구석에 던져버렸던 취재수첩과 컴퓨터 메모, 제보 연락처들이 눈에 선하다. 나는 그걸 제대로 들여다봤나. 살피지 못한 곳에 <도가니> 같은 억울함이 숨어있지는 않을까.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느니 다른 어떤 능력 좋은 이가 와서 하는 것이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니 이 사회를 위해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 미친다.

 경향신문 창간 65주년을 맞아 106일자 1면에 실린 이제석씨의 광고 기자윤리강령은 오랜만에 기자가 회사원이냐라는, 그 물음을 상기시켰다. 물론 어떤 것을 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강령이지 기자의 사명감을 말한 문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권력과 금력 등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내외부의 개인 또는 집단의 어떤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도 단호히 배격한다는 말에서는 고리타분한 윤리를 넘어 심장의 고동이 느껴진다.

 이 광고를 실은 신문사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오해가 있을까봐 미리 말해둘 것이 있다. 창간기획팀에서 일했지만 이 광고를 지면에 싣는데 관여한 것은 아니다. 이 광고의 정당성을 강변하거나 홍보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이 광고의 시안을 처음 보면서 든 생각을 나누고 싶다. 회사의 공식입장과 전혀 관계가 없는 그 개인적 생각의 시작은 이렇다. 이제석씨가 이 구닥다리문서를 가위로 오려서 책상 앞에 부착해 주십시오라고 했을 때 과연 누구를 상대로 한 말이었을까.

 1차적으로는 언론인이다. 그 중에서도 경향신문 기자였을 것이다. 이제석씨의 아이디어를 그저 싣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경계하고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다음으로는 모든 언론인이다. 어떤 이들은 불편함도 느꼈을 것이다. 너희가 그런 광고를 실을 자격이 있느냐, 혹은 뭘 한 것이 있다고 너희만 잘난 척 하느냐 하는 질문은 당연히 돌아올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차원을 넘어선 대상을 말하고 싶다. 이제석씨가 굳이 이 광고를 구닥다리라고 지칭한 것에 주목한다. 말 그대로 먼지 켜켜이 먼지 쌓인 창고 구석에서 겨우 찾아낼 수 있는 고문서 같은 강령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문서다. 이 문서가 한국기자협회가 공표한 기자윤리강령이라는 점을 빼놓고 생각해 보면 이런 문서는 우리 주변에 널렸다. 지키지 않는 가훈에서부터 시작해 종종 웃음거리가 되는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공무원이나 변호사의 윤리강령 등은 다 그런 축에 속한다. 넓게 보면 우리나라의 헌법도 그렇다. 어느 나라 헌법보다도 이상적인 조항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국민의 기본권은 심심찮게 무시당한다. 그야말로 구닥다리 문서의 완결판이다.

 그래서, 이것은 기자뿐 아니라 2차적으로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자 조롱이 될 수도 있다. 헌법이 그 조항 그대로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을 때, 원리와 원칙이 외면당하고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했느냐고 되물을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로 돌아가면 기자가 회사원이냐고 묻는 당신은 얼마나 이 사회에 대해, 당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에 대해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언론이 세상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이전에 스스로는 과연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를 먼저 묻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이제석씨의 메시지는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 기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수억 원을 받아 챙겼던 이들이 있고, 이 기자강령에 열광하는 시민들이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그 윤리강령을 지키지 않는 기자는 누가 만들어냈나.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언론, 악의적 왜곡 기사를 쓴 사실을 반성하기보다 그것이 팩트라며 호통치기 바쁜 기자들을 쉽게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않는 당신들이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아예 언론 자체의 콘텐츠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경멸하고 손쉽게 소비하면서 정의롭고 참다운 언론이 저절로 커 가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것을 묻고 싶다. 정치가 국민수준을 반영한다면 언론도 그렇다. 기자는 단순히 회사원이 아닐 지도 모르지만, 그냥 아니라고 말할 수만도 없다. 스스로도 혹은 독자들도.

황경상/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안녕하세요. 블로그에 글을 처음 남기네요.
경향신문 디지털뉴스팀 임아영 기자라고 합니다.

윗 글을 쓴 황경상 기자와 결혼을 보름 정도 앞둔 ‘예비 신부’입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ㅎㅎㅎ)


앞으로 이 블로그는 ‘진짜 신랑’ 황 기자와 제가 함께 꾸릴 계획입니다.

그 첫번째로 황 기자가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을 싣습니다. 이 글은 미디어오늘 10월 19일자에 실렸어요.

<경향신문 부부 기자가 사는 법>이라는 블로그 주제와 잘 어울리지 않나요? ㅎㅎ



사실 이 광고가 1면에 실린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저와 황경상 기자의 반응은
“손발이 오그라든다”였습니다.

우리가 이런 얘기를 1면에 실을 자격이 있을까,부터 시작해서
독자들이 이 광고에 대해 ‘오버한다’라는 반응을 보이면 어떡하지 등등 걱정을 했더랬죠.

그런데 다음날 반응은 매우 좋았습니다.
기자윤리강령을 지키는 언론이 되어달라, 부터 경향신문이 이런 광고를 낸 것이 좋아보인다,
경향이니까 이런 광고를 낼 수 있다,까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라 더 신기해하면서 트위터 글 등을 살펴봤는데 가슴 한쪽이 찔리더군요.

“입사 3년차 나는 얼마나 ‘기자윤리강령’에 충실했는가.”
황경상 기자의 말대로 우리는 얼마나 ‘기자가 회사원이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부끄럽지 않았을까 등등.

2008년 10월 1일 경향신문 입사 이후 3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황경상 기자는 저와 동기입니다 ㅎ)
이 광고가 입사 3년을 찍은 저희 둘에게는 ‘주의’를 환기하는 선언문이 되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이 선언문을 마음 속에 담아 일하느냐가 더 중요하겠지만요.

‘예비 남편’이 미디어오늘이 기고를 한다길래
무슨 글을 쓰나 했더니 이런 내용이었네요.
그 글에 제가 먼저 ‘공감’을 해 이렇게 올려봅니다.

첫 글 치고는 매우 엄숙(?)하네요. 다음에는 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근데 저희 둘다 재밌는 스타일은 아니라...ㅎㅎ;; 여튼 부부 기자의 이야기이니 좀더 재밌는 걸로!

Posted by 누런돼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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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퍙미 2011.10.19 1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는 글 기대할게요 ㅎㅎㅎ

  2. 딸기쨈 2011.10.21 1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퍙미... 누런돼지 관리자... ㅋㅋㅋㅋㅋ

    • 누런돼지 관리자 2011.10.24 15:09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을 잘 지은듯 합니다!ㅋㅋ

  3. Favicon of http://leegoeun.khan.kr 이고은 2011.10.21 1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박 블로그 예감! 아영, 경상... 파이팅 ㅎㅎ

  4. Favicon of http://leegoeun.khan.kr 이고은 2011.10.21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고/사진 1개 이상 올려...

  5. 허완 2011.10.24 2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황경상 기자님께 기고글을 부탁드렸던 미디어오늘 허완 이라고 합니다// 제가 원고 마감 제대로 할 시간도 별로 안드리고 꽤나 (무례하고) 급작스럽게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글을 보내주셔서 감사했어요 +_ +
    일전에 제가 대학생 때 진중권 선생님 재임용 거부와 관련해 제가 쑥스럽게도 비대위원장을 했었는데, 그 때 황 기자님이 몇 마디 물으시며 명함을 건네주셨다지요. 그 때 받은 명함을 가지고 있다가 기고 청탁을.... -_ -)// 그 때가 2008년이니 아마도 갓 입사하셨던 때인 모양이네요. 경향신문 노보에서 두 분 소식도 보았습니다. 축하 드리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블로그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누런돼지 관리자 2011.10.24 2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감사합니다. 그런 인연이었군요^^ 2008년이면 저희들이 수습일 때였을 거예요. 노보까지 보셨다니 ㅋㅋ 왠지 부끄럽네요;;ㅎㅎ 앞으로도 블로그 많이 들러주세요~

  6. 파랑새 2011.10.25 15: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영.. 문패 사진 넘 이쁘다 ^^
    누런 돼지 황금돼지로 잘 관리하길 ..

    • 누런돼지 관리자 2011.10.25 16:39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파랑새’님이 누구신지 왜 모르겠죠ㅠㅠ 혹시 힌트를 주신다면... 금방 알아채겠습니다!

  7. 파랑새 2011.10.27 2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궁금 하겠쥐
    재밌다 ...야근 잘 하구..

  8. 은하 2011.10.29 02: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샤방샤방 블로그!!!! 축하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