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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린 마굴리스·에두아르도 푼셋 엮음·김선희 옮김 | 이루 | 536쪽 | 2만3000원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스스로 속물이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들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반면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는 준엄한 종교인들도 있을 테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대니얼 길버트는 두 대답 모두 ‘틀렸다’고 말한다.
“빈곤층에서 중산층이 될 때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어요. 다만 돈과 행복은 어떤 단계에서 평형이 이뤄집니다. 2004년에 그 지점은 연수입 5만달러 정도입니다. 처음 5만달러를 벌 때 사람들은 많은 행복을 살 수 있지만, 그 후에 번 수백만달러로는 그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대니얼 길버트는 ‘5만달러의 행복’이라는 분석을 확장해 “세상에 10만달러와 두 사람이 존재한다면, 각자에게 5만달러를 주는 편이 9만달러와 1만달러로 나눠 주는 것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정치학과 무관하게 과학으로만 얻은 결론이다.
스탠퍼드대 신경과학 교수인 로버트 새폴스키의 말을 들으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그런 쉬운 방법이 왜 실현되지 못하는지도 추측된다. “인간 사회의 가장 비참한 측면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사실은 우리를 포함한 동물이 스트레스를 낮추는 정말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다른 누군가를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란 것입니다.”
인간 자체에 대한 회의도 이어진다. 영장류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은 “침팬지와 인간이 동일한 공격을 한다고 해도 인간이 더 나쁘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물리적·정신적 폭력을 가할 수 있음을 알고 있을뿐더러, 순간 일어난 일에 반응하는 침팬지와는 달리 누군가를 때리거나 강간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 진화 이론에 큰 영향을 끼친 스티븐 제이 굴드 또한 “우리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잘못이며 역사상 실제로 저질러온 일은 모든 인간이 아주 유사하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류가 작은 유전자 차이를 토대로 우리 집단이 우월하다며 인종차별과 말살 등을 행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우리는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엮은이 린 마굴리스는 “과학만이 뉴스이고, 다른 모든 것은 풍문이며 잡담”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두뇌는 진실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말을 들으면 과학보다는 그것을 이해하는 인간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이해관계에 파묻혀 건져올린 허튼 진리를 통해 굳어진 인간의 독선과 아집을 버려야만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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