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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교수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되면 대선까지 전무후무한 시기 될 것”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1252159335&code=910100

ㆍ‘2013년체제 만들기’ 낸 백낙청 교수

“한나라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2013년 체제는 불가능할뿐더러 1987년 체제의 말기현상이 더 심해져 대혼란기로 접어들 겁니다. 관건은 4월 총선입니다. 총선에서 여소야대 형국이 되면 4월부터 12월 대선까지 8개월은 우리 현대사에서 전무후무한 시기가 될 겁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74)는 25일 열린 <2013년체제 만들기>(창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4월 총선에 실패하면 국민 앞에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라며 “책(2013년체제 만들기)도 절판시켜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정권 말기 레임덕 상황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출범한다면 18대 국회가 하지 못했던 국정조사 기능도 작동할 것이고 완전히 딴 세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지난해부터 ‘2013년 체제’와 관련한 강연과 글쓰기를 계속해 왔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새롭게 구성될 2013년은 민주화로 이룩된 1987년 체제의 기본적인 동력을 계승하면서 그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시대의 원년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핵심은 민주주의와 남북문제, 복지의 문제가 서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고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단체제론을 그렇게 떠들어댔지만 나 자신도 남북관계와 민주주의가 긴밀한 관계라는 인식이 부족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큰 스승을 만나서 깨달았죠. 국내 민주주의가 퇴행하더라도 이 대통령이 실용적이고 장사도 해봤으니 북한 가서 큰 장사라도 펼칠 수 있겠다 싶었는데 틀린 기대였습니다. 민주주의 후퇴에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았고, 집권세력은 남북관계 진전을 바라지 않는 수구세력의 지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죠.”

복지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동력이 필요한데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 복지 주장 세력이 동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북한 체제가 존속한 가운데 상설 협의기구를 만드는 남북연합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꿈같은 얘기라 할 수 있지만 10·4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수시 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의 총리급 격상만 돼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백 교수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계승·발전시킨 ‘포용정책 2.0’을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북 교류·협력에 대한 시민참여와 동의를 이끌어내 정권이 바뀌더라도 돌이킬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시대의 개막보다는 이곳 남녘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결국은 관건”이라는 주장이다.

그간 백 교수는 여러 권의 사회비평서를 냈지만 “200쪽도 채 못되는 분량에 내용 대부분이 지난 반 년여 동안 직접 했던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번 책을 ‘색다른 시도’라고 자평한다. 그만큼 올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정치공학적 논의에 매몰되기보다 2013년 이후에 대한 우리의 바람을 크게 세울 때에 올해 선거도 잘 치를 수 있다고 봅니다.”

백 교수는 촛불집회에서 시작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와 안철수 현상 등이 2013년 체제의 ‘징후’이지만 총·대선에서의 야권 승리가 결국 성취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닙니다. 건강한 보수가 힘을 얻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수구세력의 헤게모니가 깨져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재집권하면 지금과 같은 수구 중심의 보수 동맹은 그대로 남습니다. 이게 깨져야 나쁜 남북관계를 이용해 이득을 챙기는 수구세력이 없어지고 합리적인 진보·보수 간 대화가 가능합니다. 이것이 필요조건이라면, 야권의 제대로 된 준비는 충분조건이죠.”

백 교수는 2013년 체제 구성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집권도 부정적이라고 봤다. “훌륭한 점이 많은 분이지만 1987년 체제에서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개발독재의 경제패러다임을 청산하려면 결코 적임자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든 안 하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