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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모음/누런돼지

구글의 불편한 진실… 과거 클릭 기록이 당신의 취향을 결정한다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1262150185&code=930100



“당신은 이전에 클릭했던 것에 의해 다음에 봐야 하는 것이 결정되는 일종의 정보결정주의의 나락에 빠지게 된다. 결국 과거의 웹 사용 이력을 반복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정적이고 편협한 시야에 얽매여서 끝없는 자아 인식의 쳇바퀴를 굴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나온 <생각 조종자들>(엘리 프레이저/알키)은 구글의 위험성에 대해 이렇게 경고한다. 책은 구글이 온라인에서 정보와 아이디어를 맞닥뜨리는 방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며 이를 ‘필터 버블’이라고 명명한다. 인터넷 필터는 우리의 과거 이력을 바탕으로 정보를 걸러 제공한다. 이 때문에 우연히 찾은 정보에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나와 다른 목소리를 가진 이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는 이제 차단된다.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대중들이 흥미로워하는 얘기들은 넘치는 반면, 불편한 진실들은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꼭 알아둬야 할 구글의 배신>(시바 바이디야나단/브레인스토어)은 좀 더 노골적으로 구글의 전략을 꼬집는다. 이 책은 구글 사용자들이 “구글의 고객이 아니라 상품”이라며, “우리가 검색을 위해 구글을 쓰는 동안 구글은 웹 검색 기록을 통해 알아낸 우리의 욕망·집착·편애·선호 등을 광고주에게 팔아넘긴다”고 말한다. ‘모든 것의 구글화’라는 책의 원제는 구글이 지배한 우리의 삶을 의미한다.

구글 분석서는 아니지만 <니치>(제임스 하킨/더숲)의 비유도 의미심장하다. “갑자기 매장 보안요원이 우리 뒤를 바싹 따라다니면서 뭔가를 보거나 얼마인지 확인할 때마다 기록하고 심지어 가게를 빠져나온 뒤에도 모든 것을 지켜본다고 생각해보라. 이런 일이 인터넷에서 일어나고 있다.”

구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야후 부사장 타판 바트가 “웹의 미래는 개별화”라고 말했듯 사용자의 관심을 끌 만한 정보를 골라 보여주려 하는 것은 거대한 트렌드다. 페이스북이나 아마존이 그렇다.

인터넷을 포함한 디지털화 전반의 문제를 지적한 책들은 이로 인해 사고가 굳어버릴 것을 경고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니콜라스 카/청림출판)은 “우리의 관심사를 파고든 구글의 광고시스템은 끊임없이 클릭하게 만들고 집중력을 깨뜨린다”며 “인터넷 서핑은 정보나 의사소통 자체를 단순화·분절화함으로써 깊이 생각하고 사고하고 통찰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만든다”고 말한다. 저자는 스스로가 한 가지 일에 몇 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나의 뇌는 굶주려 있었다. 뇌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라고, 더 많은 정보가 주어질수록 더 허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분석서들은 정보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용자의 주체적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더글러스 러시코프/민음사)는 “프로그래밍하라, 그렇지 않으면 프로그램 당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생각 조정자들>은 “오페라에서 만화로, 아프리카 정치에서 톰 크루즈의 영화로 넘나들면서 스스로 갇힌 정보습관의 울타리를 벗어난다면 개별화 시도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페이스북보다는 간단하고 투명한 몇 가지 규칙에 의해 운영되는 트위터를 사용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며 “필터링 코드를 숨겨놓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의 투명성을 높이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