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연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는구나 싶었습니다. ‘인권 후퇴’ 비판받는 현병철 인권위장 연임
제가 사회부에서 일하던 2010~2011년 인권위를 담당했었습니다.
2010년 8월 인권위에 대해 공부해가던 시절 당시 퇴임을 앞둔 최경숙 상임위원을 인터뷰했을 때입니다.
최 위원의 표현은 단호했습니다. "인권위는 결코 가서는 안 될 길을 걸었다"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가면 안 될 길 걸어"
표현자유 후퇴 '식물 인권위' 전락 비판에 "수긍한다"
최 위원은 용산 참사와 관련해 법원에 의견을 낼지 말지 결정하는 전원위원회에서
현 위원장이 "독재라도 할 수 없습니다"라며 의사봉을 두드려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위는'인권전담 독립 국가기관'으로 '합의체 기관'입니다.
11명의 위원이 토론을 해 의견을 내는 기관이지요.
한 마디로 위원장 독단으로 '독재'를 말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는 점점 조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요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인권위 전원위 두달째 '개점휴업'
11월에는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 조국 비상임위원이 '식물 인권위'가 되어버린 인권위를 사임했습니다.
전문위원, 자문위원 등도 사임했지요.
예전 인권위원들도 "인권위가 이대로는 안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2011년 2월에는 재계약이 당연시되던 조사관들이 계약 해지를 당했습니다.
동료 직원들이 1인 시위를 했죠. 노조 간부였던 조사관을 해고한 것에 대해 '사회적 신분 등에 의한 차별행위'라며 인권위 노조가 인권위에 진정을 내기도 했습니다. 진정인의 진정을 받아 조사하고 권고하는 기관인 인권위가 스스로 진정인이 되는 '모순'이 벌어진 것입니다.
인권위를 취재하면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국민의 인권'이 아니라 '국가의 권리'를 보호하는 위원회라는 욕을 먹으면서
힘없는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는커녕 정권의 논리에 충실한 '독립기구'...
이 정부의 인권의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우울했습니다.
그래도 현 위원장이 교체되면 나아질 거라고 믿었었나봐요.
'연임' 소식은 너무 충격적입니다.
경향신문 DB
오늘 인권위 공동행동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인권위 공동행동은 인권위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의 모임입니다. 친절하게도 '현병철 위원장이 연임되면 안 되는 40가지 이유'를 정리해서 보내줬더군요. 하나하나 예전 일이 기억나서 한 번 옮겨와 봅니다.
1. 현병철이 인권위원장 연임되면 안 되는 40가지 이유
■ 인권현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면죄부를 줌
* 정부나 대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 진정및 정책 권고 부결
1) PD 수첩 명예훼손에 대한 검찰 수사 의견표명
2)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법원 의견표명
3)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 의견제출
4)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 관련 의견제출
5) 두리반 단전조치로 인한 긴급구제 (8/6, 8/11 두 번 요청)
6) 공직선거법 93조 1호의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의견제출
7) 국무총리실의 0000 간부 사찰에 대한 직권조사 개시결정
8) 정보기관의 민간인사찰(정치인 포함)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등
9) 철도공사의 노조원 불법 사찰
10) 국무총리실의 김종익 씨 사찰 건
11) 한진중공업 김진숙씨 긴급구제
12)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자 등의 인권보호에 대한 의견표명
13) 코레일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조치에 대한 정책 권고
* 민감한 현안에 대한 조사 및 입장 표명 하지 않음
14) FTA 집회와 반값등록금 집회의 경찰폭력 침묵
■ 사회적 약자의 인권 관련 정책 및 조사 부재
15) 1년 6개월 동안 노동분야 정책권고 없었음
16) 일제고사 진정 등 청소년 인권 침묵
17) 성소수자관련 사업계획 부재: 인권위 앞 성소수자혐오 시위 방치
■ 인권감수성 없음
19) “깜둥이” 인종차별 발언,“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차별 존재하느냐?” 몰성적인 발언
20) 장애인권활동가들의 출입막는다며 엘리베이터 정지 등 장애인이동권 침해
■ 비민주적 인권위 조직 운영
18)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 등의 비민주적, 반인권적 언행
19) 인권위원장 권한을 강화하고 상임위원 권한 축소하는 운영규칙개정 시도
20) 비민주적 운영으로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과 조국 비상임 인권위원 사퇴
21) 비공개 안건 증가 등 조직운영의 불투명성 확대
■ 인권정책 대신 국제행사나 조직운영에 치중
22) 국제심포지엄 등 국제행사, 전화시스템 구축 등 인권개선과는 직접적 연관성 없는 예산 증가, 장애부분 예산 삭감
■ 인권위 직원 줄세우기와 관료화
23) 인권위를 비판한 노조 간부 강 조사관 재계약 거부
24)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1인 시위했다고 내부직원 11명 징계
■ 북한인권위원화
25) 사실 확인 없이 “임진강 논평” 발표
26) “북한주민의 자유로운 정보접근권”라 이름으로 대북방송 권고
26) 북한관련 국제행사를 개최(국내에서 하는 것만이 아니라 유럽에 가서도 함)
27) 북한인권법 제정 권고
: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한반도 평화에 위협이 될 것임
28) 인권상을 3년 연속 북한인권단체나 반북단체에게 수여
29) 북한에 대한 조사권한도 없는데 북한인권침해센터를 설치
(사실상 실적도 없음)
■ 인권위의 역사적 성과를 뒤로 돌림
30) 국가보안법 존치 발언 및 NAP 폐지 권고 삭제
31) 1인 시위나 비정규직 인권 권고에 반하는 직원 징계
32) 인권위가 결정한 2006년 북한인권가이드라인 역행
■ 시민사회의 지지와 소통 결여
33) 임명 당시부터 무자격자이므로 사퇴 촉구
34) 70여명 전문 자문 상담 위원 사퇴
35) 인권위가 주는 인권상를 수상자들이 거부
36) 전국적인 현병철 위원장 사퇴 운동(621개 전국 시민단체 사퇴 촉구)
37) 경찰의 인권위 농성자 처벌에 협조, 장애인권활동가들이 농성하자 경찰동원
■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인권위 위상 하락
38) 인권 경력이 없어 ICC 상임의장 자격 부족으로 출마 포기
39) 국제사회의 권고 : 인권위 독립성 및 인선절차 마련 권고 수차례 반복
40) 국제인권기구의 관례를 깨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상임위원 면담 방해
제가 사회부에서 사건 기자로 일할 때 썼던 글입니다.
인권위원장의 되풀이되는 거짓말 http://redpen.khan.kr/10
인권위를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단지 현병철 위원장만의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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