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누런돼지 관리자’입니다.
1인시위를 하는 사람을 보신 적이 있으시죠?
요즘 추운 날씨에도 거리를 걷다보면 쉽게 1인시위를 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지요.
6일 점심 때 1인시위하는 분을 만나러 갔었습니다.
바로 하승수 변호사입니다.
이날 점심을 먹기로 했던 하 변호사님은 오전에 제게 전화를 하셔서
“점심을 한시에 먹을 수 있을까요? 제가 12시부터 1시까지 1인시위를 해서요”라고 하셨습니다.
그제서야 페이스북에서 “1인시위를 하겠다”고 한 글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어제 신규핵발전소 부지 선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청와대 앞에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후쿠시마 1주년이 되는 내년 3월 11일로부터 100일 전인 날입니다. 신규 핵발전소가 더 들어서면 우리는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지금 건설중에 있는 것들도 전부 건설중단을 시키고 다 짓더라도 가동을 안 시켜야 합니다.
첫째, 앞으로 100일동안 1인시위 등의 방법으로 신규핵발전소 반대 - 탈핵을 주장하는 행동을 하겠습니다.
둘째, 오늘 밤에 첫 방송을 시작하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방사능과 핵발전의 문제점에 대해 알려나갈 것입니다. http://www.ustream.tv/channel/?nonukestv
모두들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그리고 자기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오늘 첫날 1인 시위를 하는데, 지나가는 시민들이 유심히 보시더라구요. 핵발전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는 우리 현실에서 뭐든지 해 봐야 할 것같았습니다.^^
직접 광화문광장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하승수 변호사는 광화문광장 끝 횡단보도 바로 앞에 서 계시더군요.
<3월 11일 후쿠시마 D-96 더이상 신규원전은 지으면 안됩니다! 녹색당(준)>
이라는 글을 적은 하드보드지를 들고 계시더군요.
“이순신 동상 앞에 서 계신다더니 왜 이곳에 계세요?”라고 물으니
특유의 사람좋은 웃음으로 하 변호사님 “여기가 사람들이 많이 보더라고요”라면서 웃습니다.
팻말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3월 11일 후쿠시마 D-96”이라는 문구를 보고 벌써 1년이 됐구나 싶어 한편 놀랐습니다.
1년여전 일본 대지진으로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 위기감을 벌써 잊어버렸구나를 새삼 깨달았죠.
사고 때는 원전을 더이상 지으면 안 된다, 있는 원전도 가동을 서서히 멈춰야한다, ‘탈핵’도 가능하다 등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또 ‘사건으로 사건을 덮는’ 우리는 이런 목소리들을 잊어버렸네요.
원전 부지가 들어오면 안 되는 이유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더이상 신규 원전은 지으면 안 됩니다!”라는 문구였습니다.
신규 원전??
어라?? 정부가 신규 원전을 또 짓나?
잘 모르던 내용이었습니다.
다들 알고 계셨나요? 신규 원전 부지가 올해가 가기 전에 발표된다고 합니다.
정부는 지난 11월 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여기에 신규 원전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신규 부지를 2~3개소 더 확보하겠다는 내용이고요.
현재 동해안의 삼척, 울진, 영덕이 후보지입니다. 이 지역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미리 신청을 받았던 지역들인데 사고 이후에도 (별다른 반성 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네요.
정부가 2008년에 수립한 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12개를 추가 건설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때 이미 20개가 가동 중이었습니다. 하 변호사님은 이번에 선정될 부지에서 최소 6개 이상은 지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전이 거의 40개 가까이로 늘어난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원전이 40여개가 된다...?
매장된 우라늄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최소 20년에서 최대 50년이라고 합니다.
50년이라고 해도 정말 짧지 않나요?
그런데 원전을 40여개 운용하는 게 맞는 걸까요?
정부는 우라늄이 고갈되면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재처리하면 된다고 설명한답니다.
그러나 하 변호사님 설명에 따르면 그런 경우 재처리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경제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겁니다.
‘원전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
남편과 얘기를 했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탈핵’이 불가능해보여도 300년 후를 생각해보자.
그때를 생각하면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뭘까. 현재 꼭 시작해야 하는 일은 뭘까.
세계의 500여개 핵발전소들 중 6개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보듯 핵발전소 사고는 한번만 일어나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대재앙입니다.
원전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인간이 과연 100% 막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만 생각해봐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탈핵’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승수 변호사는 “핵발전소 신규 건설을 중단하고 설계수명이 종료되는대로 핵발전소들을 폐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핵발전소 폐쇄에 따라 모자라는 전력량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에너지 수요 증가를 억제하는 정책이 따라야겠죠.
재생에너지로 그것이 가능할까? 하 변호사는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재생에너지 기술은 점차 개선되고 있고 지금 연간 2500억원 정도 원자력 연구·개발에 지출하는 비용을 재생에너지 연구·개발 비용으로 투입하면 핵발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다음 자료는 하승수 변호사가 보내준 것입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4월 만든 자료인데요.
이 자료를 보면 2021년에는 원전 사후처리 충당부채가 12조7000억을 넘어섭니다. 정부가 잡은 통계이니 소극적 수치일텐에 향후 얼마나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걸까요.
그러니 재생에너지 기술을 발전시키는 비용이 나중에 핵발전소를 해체하고 핵폐기물을 10만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 비용에 비하면 감수할 만한 비용이라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도 핵발전소를 마무리할 제대로 된 기술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하 변호사는 그렇다면 이 엄청난 비용이 지금의 청소년, 청년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탈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하승수 변호사는 저한테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모두들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그리고 자기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그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큰 변화가 오지 않을까요”
하 변호사는 1월 녹색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시민사회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한계를 ‘현실 정치’ 안에서 풀어보겠다는 뜻이겠죠. 부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지난 8월 경향신문 인터뷰 기사를 한번 읽어보세요.
“야권 연대에 참여 ‘녹색 정치’ 퍼뜨릴 것”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8042126075&code=910402
오세훈이 1인시위 전당을 만들다?
이날 또 신기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광화문광장이 ‘1인시위의 전당’이 되어 있었는데요.
점심 시간에만 3~4팀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본 것도 4팀이었는데요.
한분은 “MB, 사랑해요”라고 적힌 피켓(?)을 매고 있어서 신기하게 봤더니 역시나...
뒷면에는 “이거 다~ 거짓말이란 거 잘 아시죠?”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ㅎㅎ 재밌었습니다.
그밖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는 분과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는 분이 나란히 서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풍경이었습니다.
“왜 같이 서 계시나요”라고 질문했더니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민주주의 사회니까요”라고 대답하시더라고요.
아 그런데 왜 다들 광화문광장일까요?
하승수 변호사가 답을 주셨습니다.
“광화문광장은 유동인구가 많다.
또 신호대기가 잦아서 차들이 신호가 바뀌기 기다리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 그래서 횡단보도 바로 앞에 서 계셨던 거였습니다. ㅎ
1인시위하는 사람의 느낌은 어떨까요?
사람들이 무관심한 표정으로 지나가면 속상하지 않으냐고 질문하니
하 변호사님은 웃으며 “뭐 괜찮아요”라고 대답하십니다.
그외 하 변호사님은 “점심을 먹기 전과 먹은 후의 표정이 달라진다”는 점을 알려주셨습니다.
점심 먹기 전에는 눈길도 안 주던 사람들이 12시30분쯤 지나면 점심을 먹고나서인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본다는 겁니다. 역시 배가 고프면 ‘밥’ 생각만 나기 마련이겠죠. ㅎㅎ
하승수 변호사는 내년 3월 11일 후쿠시마 사고 1년째 되는 날까지 매일 1인시위를 하겠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겠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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