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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모든 순간

응답하라1994-'포블리'와 우리 남편

'응답하라 1994' 요즘 인기 엄청나죠.

저도 '응사' 팬 중 하나입니다.

 

좀 다른 점은

다들 '쓰레기'냐, '칠봉이'냐 한다면...

 

저는 '포블리'!! 라인입니다. ㅎㅎㅎ

 

 

 

 

<응답하라 1994> 홈페이지 캡처

 

삼천포-윤진 라인!

 

'포블리'는 삼천포의 애칭이죠.

삼천'포'와 러'블리'를 합쳐 만든 말.

 

정녕 블리블리 '포블리'입니다.

 

어제도 전 IPTV로 포블리와 윤진이 나오는 장면만 다시 봤습니다. 1회부터 쭉~!

 

왜 전 주인공인 나정-쓰레기-칠봉 라인이 빠지지 않고

포블리 라인에 빠졌을까요?

 

 

 

ㅎㅎㅎ

답은 쉽게 찾았습니다.

 

응사 7회를 보던 날인가요.

남편의 대학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남편의 새내기 시절을 함께 한 친구죠.

 

통화하던 남편이 갑자기 웃음 반, 항의 반으로 외칩니다.

"내가 무슨 삼천포고!"

 

ㅎㅎㅎㅎㅎㅎ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 남편, 삼천포랑 닮았다'

 

 

 

 

 

외모가 닮았다는 게 아니고요. 캐릭터입니다, 캐릭터. (남편 미안...)

아무리 남편이 삼천포가 아니라(캐도) 닮았음.......

 

'누런돼지'는 경북 구미가 고향입니다.

전 결혼하고 처음 구미에 가본 '서울 녀자'고요.

 

남편은 10여년간 서울에 살면서 서울 사람이 다 됐다 하겠지만

구미에 가면 사투리 마구 튀어나옵니다.

덕분에 저도 시댁에 다녀오면 일주일 정도는 구미 사투리를 따라하게 되지요(무의식 중에) ㅎㅎ

요즘엔 삼천포 때문에 사투리를 따라합니다..... 포블리

 

 

 

<응답하라 1994> 홈페이지 캡처

 

 

극 중 삼천포는 '경남 삼천포'가 고향이지요. 그래서 삼천포.

경상도 남자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무심하지만 진득한, 무뚝뚝하지만 정감 있는, 느리게 행동하지만 따뜻한.

 

삼천포도 그렇습니다.

 

어리버리, 무심, 꼼꼼.... 그런데 따뜻하죠.

 

첫 회에서 신촌하숙까지 오기 위해

서울역-신촌역-택시-그리고 하숙집 앞 전화부스.

식은땀 삐질 하던 삼천포를 보며

"남편도 그랬나" 했었죠.

 

아니랍니다. 길 잘 찾았대요. ㅎㅎ

 

 

 

경향신문 입사 동기인 저희 부부는

아마 '사령장'을 받았던 2008년 10월 1일이 처음 만난 날일 거예요.

사령장을 받고 바로 3박4일간 합숙 교육을 받으러 갔었는데요.

 

그 3박4일 동안 저는 남편과 줄곧 같은 조였습니다. 조모 동기랑 셋이요.

그런데 남편과는 별다른 대화를 했던 기억이 없습니다. 워낙 말수가 적어서요.

계속 조모 동기랑 수다수다 했던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남편에 대한 기억은 딱 하나.

"왜 쟨 저렇게 말이 없지?"

 

ㅎㅎㅎ

남편은 새벽 2시부터 말문이 터지는 스타일입니다.

워낙 말을 많이 하는 걸 꺼리는 성격이라 술을 좀 마시고나야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그때는 다들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거나, 자고 싶어할 시간이죠 ㅠㅠ)

 

그래서인지 입사 이후 1년, 남편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남편을 좋게 본 계기가 있었는데요.

바로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심함 뒤의 따뜻함'을 느낀 순간이었죠. ㅍㅎㅎ

 

회사 일에 지치고 힘들었던 퇴근 길이었습니다.

그날 따라 '절친'들이 제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특히 항상 회사 고민을 터놓던 김모 동기, 조모 동기가 제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기에

항상 후순위였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술 마시고 있던 남편은 제 얘기를 듣는둥 마는둥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얼른 전화를 끊었죠.

 

그리고 5분 후 문자가 왔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 고민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거다.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별 대단한 내용의 문자도 아니었지만

그 문자가 남편을 '무심하기만 한 건 아니군'이라고 생각하게 해줬습니다.

 

그러나 그때부터 연애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시간이 좀더 흘러서.... ㅎㅎ

 

 

 

 

삼천포를 보고 있으면 그때의 남편 문자가 생각납니다.

 

무심하지만 따뜻한 남자.

 

 

tvn 캡처

 

 

윤진의 엄마가 서울에 올라와 터미널에서 무작정 딸을 기다리고 있을 때

해태는 전화를 무시하지만

삼천포는 '자전거 여행을 갔어야 했음에도' 터미널에 가죠.

 

그리고 윤진의 엄마가 '말을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윤진이 술자리에서 자신의 비밀(?)을 말할 뻔한 순간에서 입을 막아주죠.

 

아 '포블리'답습니다.

 

아침에 SNS에 '포블리 원츄'라는 글을 남겼더니

한 선배가 삼천포의 성격을 대번에 정리해주셨습니다.

 

"남 앞에선 시비 걸면서 남 몰래 잘해주는 무뚝뚝 귀요미였단 뜻?"

 

ㅎㅎ

 

남편이 남 앞에서 시비 거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하도 티가 안 나 저한테 잘해주는 건지도 몰랐습니다.

 

지금도 가끔 전 불리하면 "남편 너무 무심함"이라고 1차 경고를 보냅니다.

그럼 남편은 '무뚝뚝' 모드에서 '잘해주는' 모드로 바로 변신.

 

경상도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삼천포'가 표현하는 경상도 남자 특유의 분위기, 참 좋네요.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런가봅니다.

연애하던 생각.ㅎㅎ

 

연애는.... 이제 남의 꿈... 이니까요 ㅠㅠ

 

이제 저는 한참 싱크대, 찬장, 젖병소독기 등에서 '엄마 물건 탐험'에 빠진 아드님을 돌봐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블리와 윤진의 키스신~을 마무리로.

 

 

 

 

 tvn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