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률·류인하·임아영 기자 mypark@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8042138465&code=920301
최모씨(57·경북 경주시)는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이 최근 들어 부쩍 수척해지고, 무언가에 쫓겨다니듯 불안해하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아무래도 이상해 캐물었더니 아들 최모군은 “2년 전 대부업체에서 400여만원을 빌렸는데 아직 못 갚고 있다”고 실토했다. 최군의 대출 금리는 연 40%로 매달 내야 하는 이자만 14만여원에 달했다. 용돈 30만원에서 이자를 제하고 나면 객지에서 생활하는 최군으로선 쓸 돈이 없는 셈이다. 최씨는 화가 나 해당 대부업체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대학생도 성인인 만큼 합법적인 신용대출”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이렇게 최군처럼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대학생 수가 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빌린 돈은 800억원. 특히 10명 중 4명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부업체를 찾았다.
금융감독원은 6월 말 현재 대학생들의 대부업체 대출건수는 4만8000건으로 이들이 빌린 돈은 794억6000만원이라고 밝혔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 말보다 건수로는 57.2%, 대출잔액은 40.4%가 각각 증가한 것이다. 조사는 총자산 100억원 이상의 대형 대부업체 40개사 중 대학생 대출을 취급하는 28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중소규모 대부업체까지 확대하면 대출 사례는 더 늘어난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최근 공개한 대학생 학자금 신용불량자는 지난 4월 말 현재 3만57명에 이른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6월 말 현재 7.6%이다. 일부 대학생들이 ‘비싼 등록금 → 고리의 대출금 → 취업난 → 신용 불량자 전락’이라는 악순환의 굴레에 놓여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대부업체를 찾는 것은 대출이 쉽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재학·휴학증명서만 있으면 당일 대출금을 받을 수 있다. 케이블 TV와 인터넷 등 대부업체 광고와 대리점의 무분별한 ‘낚시문자’가 홍수를 이룬 것도 원인이다.
대부업체 대출은 빌릴 때는 소액이지만 이를 갚기는 쉽지 않다. 고금리 때문이다.
정모씨(30)는 삼수 끝에 입학한 대학을 아직까지 졸업하지 못했다. 갚아야 할 돈이 있어 학업을 계속할 수가 없다. 5년 가까이 돈을 벌었지만 아직도 수천만원의 빚이 있다. 정씨는 2005년 대부업체에서 1000만원을 빌렸다. 학교 등록금과 명품 가방·화장품을 사느라 쓴 카드값을 갚기 위해서였다. 개인과외로 월 500만원 이상 벌어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정씨는 대출받은 돈을 금세 갚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연 66%에 달하는 이자가 문제였다. 얼마 못 가 원금보다 이자가 더 많아졌다.
대부업체들은 대출을 쉽게 해주는 대신 법정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정한 소득이 없는 대학생에게 주는 신용대출인 만큼 보통 법정 상한선의 금리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소득이 불안정하다보니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6월 말 현재 대학생 대출자의 연체율은 14.9%로 1년 전(11.8%)에 비해 3.1%포인트나 높아졌다. 대부업체 전체 연체율 7.2%의 2배가 넘는다.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이 있지만 이는 등록금으로만 쓸 수 있다.
금감원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부업체들이 부모 등 제3자에게 대위변제를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대부업체에 통보했다. 또 기존 대학생 대출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저금리 학자금대출(든든학자금 대출)로 전환할 것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런 대책에 시민사회단체는 ‘눈 가리고 아웅 하기’라며 반박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정부학자금 대출에 성적과 나이 제한을 둬서 엉망으로 만든 게 현 정부”라며 “정부학자금 대출에 대한 제한을 없애 제 기능을 하도록 하면 대부업체를 찾는 학생들은 크게 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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