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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촛불’ 최대 인파… 학생·시민 “반값” 한목청

임아영·정희완·주영재·김형규 기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6102151265&code=940401

ㆍ청계광장 곳곳 공연·자유발언… 1만여명 밤늦게 거리행진
ㆍ“먹고 힘내라” 떡·음료 등 밀물… 부산·대구서도 집회 열려


“등록금은 생존의 문제다.”

6·10 민주항쟁 24주년을 맞아 10일 ‘6·10 국민 촛불대회’가 열린 서울 청계광장에선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집회에는 지난달 29일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인 2만여명(경찰 추산 50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대회에선 민주당 손학규, 민주노동당 이정희,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우희종 상임의장, 각 대학 학생들이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가수 박혜경씨, 일단은준석이들·좋아서하는밴드 등 밴드와 노래패의 공연도 이어졌다.

대치 ‘6·10 국민 촛불대회’에 참가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10일 밤 대회가 끝난 뒤 서울 남대문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사회를 맡은 조우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기말고사 기간인데도 30여개 대학에서 동맹휴업을 하고 이 자리에 나왔다”며 “공부해서 장학금 받는 것보다 반값 등록금 실현하는 게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4년 성적을 보면 업무수행 평가가 30% 정도, 국정운영 지지율이 24%인데 이 정도면 상대평가에 따라 F가 유력하다”며 “대통령을 제적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4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부자 되세요’라고 했는데 여러분 부자 됐느냐”며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투쟁을 하고 있는데 이걸 바꾸지 않으면 대학생들이 ‘알바’ 두세 개 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그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말대로, 행복해지는 걸 두려워 말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6·10 국민 촛불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반값 등록금 원한다’고 적힌 촛불 모양의 종이 모자를 쓴 채 연단을 바라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민교협 우희종 상임의장은 “지금 여러분의 싸움과 분노, 열정은 여러분 자신은 물론 여러분 동생과 자녀, 국민들을 위한 싸움이다. 우리 교수들도 함께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부는 사태 파악을 못하고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오늘보다 열배 스무배 더 큰 촛불로 모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학부모 모임’은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의미에서 사과 반쪽 500개를 나눠주는 ‘사랑의 사과 반쪽 나누기’ 캠페인을 벌였다. 반쪽 사과에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반값 등록금 쟁취하자”라는 뜻을 담았다. 최헌국 ‘학부모 모임’ 공동대표는 “재스민혁명처럼 애플혁명, 사과혁명을 통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자는 뜻으로 사과 열 상자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Angry!’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나온 조형태씨(20·한성대 1학년)는 “정치인들은 표를 받기 위한 겉치레를 그만하고 진심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라”며 “화가 나고 참을 수 없어서 나왔다”고 밝혔다. 대학생 손자·손녀를 둔 김모씨(62)는 “손자가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고 손녀가 햄버거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너무 힘들어 보인다”며 “비싼 대학 등록금 때문에 온 가족이 힘들다”고 했다. 고3 이모양(18)은 “곧 대학생이 될 텐데 집이 유복한 편이 아니라 걱정된다. 이 문제는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여성연맹 조합원 100여명은 주먹밥 1000인분을 만들어 시민들과 대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인터넷 카페 ‘소울드레서’ 회원들은 햄버거 300개, 콜라 300개, 빵 500개 등을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도 가래떡 160㎏(두 가마)을 나눠줬다.

게임 캐릭터 ‘춘리’ 등으로 분장한 공연단 6명은 랩퍼 ‘시원한 형’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름 대신 자신의 별명을 ‘이나카키사카’라고 밝힌 한 학생은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이 죽어가는데, 이것은 내 문제이고 후배들 문제다”라고 말했다.

오후 10시30분쯤 집회를 마친 대학생과 시민들은 종로 방향으로 행진했다. 일부 대학생들은 학교·모임별로 깃발을 든 채 이동하며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성공회대 학생들이 행진하면서 “등록금을 인하하라”고 외치자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모전교 인근에서는 10여명의 ‘시민악대’가 기타, 하모니카, 탬버린, 멜로디언 등의 악기를 연주하며 ‘아침이슬’을 불렀다. 시민악대 회원 신정웅씨(37·회사원)는 “학생들이 등록금을 결정한 것도 아닌데, 고통받는 걸 보며 안타까웠다.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촛불과 악기를 챙겨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 이후 행진에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행진하던 학생 가운데 일부는 을지로1가 쪽에서 가두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대치했다. 시청광장을 돌아서 명동으로 행진한 학생들은 오후 11시45분쯤 광교 사거리에서 또다시 경찰들과 대치했다. 트위터에는 “지하철 광화문역이 경찰에 의해 봉쇄됐다. 귀가하려던 학생들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이며 이에 항의한 덕성여대 사과대 총학생회장 등 선봉 학생회장들이 연행되고 있다”는 글이 퍼졌다. 경찰은 그러나 “청운동주민센터 앞 대학생 72명을 연행한 것 외에 확인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촛불집회에 앞서 이날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여성민우회·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6개 여성단체는 ‘지금 당장’ 반값 등록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맞서 기독교사회책임,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라이트코리아,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이날 광화문 곳곳에서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는 부산과 대구 등 지방에서도 열렸다. 이날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는 시민과 학생 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6·10 항쟁 24주년 기념 부산시민대회가 개최됐다. 참가한 이들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과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최저임금 현실화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했다. 경북대·영남대·대구대·대구교대 등 대구·경북지역 대학생 200여명도 대구 공평동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