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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촛불 현장]“조건없는 반값등록금” 광장 불밝힌 2만명

임아영·김형규·정희완·주영재 기자 layknt@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6101902441&code=940100

[5신]10일 오후 10시50분

청계광장서 열린 촛불문화제가 오후 10시40분쯤 막을 내렸다. 박지은 한대련 의장은 “이제 이명박 대통령한테 물을 수밖에 없다”며 “6월 임시국회 내내 촛불을 들겠다. 다음주 금요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할 예정이니 모두 나와 달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 행사에는 주최측 추산 연인원 2만여명(경찰추산 3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제를 마친 학생과 시민들은 을지로를 거쳐 명동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앞서 오후 10시40분쯤 청와대 주변에서 기습 촛불집회를 가진 72명의 대학생들은 경찰에 모두 강제 연행됐다. 이들 학생들은 고려대를 비롯해 한양대·경희대·이화여대·동국대 등 서울지역 학생들로 절반 가까이가 여학생들이다. 일부 학생들은 경찰 버스로 연행되는 과정에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라” “시민여러분, 경찰이 학생들을 잡아갑니다” 라고 외치며 저항했다.

경찰은 이들 학생들을 서울 주요 경찰서로 보내 집회 참가 경위 등을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 일부가 연행된 경찰서를 찾은 민주당 이종걸, 안민석 의원 등은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 도움을 요청했다.

[4신]10일 오후 10시30분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청계광장에서 시민·학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박민규 기자


오후 10시쯤 집회 대열은 청계천 모전교까지 들어찼다. 후미로 갈수록 학교별, 모임별로 가지고 온 깃발을 중심으로 둥글게 무리지어 소그룹을 형성한 뒤 각기 노래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등 소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무대 위의 본 집회 상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전체적으로 자유롭고 흥겨운 분위기였다.

일부 학생들은 기타와 북, 장구 등을 치며 즉석 공연을 벌였고, 등록금 주제로 한 랩을 선보이기도 했다. 성공회대 학생들이 깃발을 앞세우고 청계천 따라 동대문 방향으로 “등록금을 인하하라” 외치며 행진하자 길가에 늘어선 시민들 박수로 화답했다.

모전교 근처에서는 기타·하모니카·탬버린·멜로디언 등 악기를 연주하며 ‘아침이슬’을 부르는 ‘시민악대’가 눈에 띄었다. ‘시민악대’는 2008년 촛불 때 우연히 결성된 모임이라고 했다. 촛불집회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나와 연주를 하며 집회의 흥을 돋운다.

다음 카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회원 대부분은 회사원들이다. 이날 10여명이 참석해 ‘아침이슬’ ‘사노라면’ ‘임을 위한 행진곡’ ‘처음처럼’ 등의 노래를 불렀다. ‘시민악대’ 회원 신정웅씨(37·회사원)는 “학생들이 등록금을 결정한 게 아닌데 고통받는 걸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퇴근하자마자 촛불과 악기를 챙겨들고 나왔다”며 “기성세대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큰 부담을 지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오후 10시30분쯤 집회 참가자들은 종로 1가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하지 않고 남은 학생 수십명은 쓰레기를 주워 봉지에 담으며 집회 현장을 정리했다.

[3신]10일 오후 9시30분

10일 저녁 청계 광장에 대학생을 비롯한 시민들이 모여 반값등록금 촛불 문화제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오후 9시가 넘어서면서 촛불집회 참가자는 2만여명(주최측 추산)에 이르렀다. 지난달 29일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이다. 소울드레서 온라인 동아리 등에서는 햄버거 300개 콜라 300개 빵 500개를 준비해와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전국농민회 총연맹(전농) 소속 농민들도 쌀 두가마를 들여 만든 가래떡 160㎏를 들고와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철원에서 온 김용빈씨(47)는 “쌀값이 반값이 됐는데 등록금이 반값이 되고 쌀값은 원래대로 돼야 한다”며 “학생들을 응원하고 싶어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앞서 오후 8시50분쯤에는 대학생 60여명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인근에서 반값 등록금 관련 구호를 외치며 촛불 시위를 벌였다. 이후 학생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시작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됐으며 그 가운데 17명은 연행됐다. 일부 학생들은 도로에 앉아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2신]10일 오후 8시30분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청계광장에서 시민·학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박민규 기자


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6·10 국민 촛불대회’ 참여 인원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주최 측은 오후 8시30분 현재 참여인원이 1만명(경찰 추산 4000여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청계광장 무대 오른쪽에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학부모, 학생들이 자리를 채웠고 동아일보사 옆 기념 조형물 옆과 아래 잔디밭에도 시민들이 모여 앉았다. 여성연맹 조합원 100여명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줬다.

‘춘리’ ‘시원한 형’ 등 6명이 청계광장에서 랩을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나카키사카’(별명)는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 죽어가는데 내 문제고 후배들 문제”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죽어간다, 등록금을 인하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나왔다. 출판사 돌베개는 책 <분노하라>(스테판 에셀) 홍보를 겸해 회사 차원에서 나왔다며 ‘분노하라’라고 쓰인 종이를 흔들었다.

조형태씨(20·한성대 1학년)는 “정치인들은 표를 받기 위해 겉치레를 그만하라”며 “화가 나고 참을 수 없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1보]10일 오후 7시

10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 경찰버스가 시위대를 원천봉쇄 하기 위해 빼곡히 서 있다. /박민구 기자


‘6·10 민주항쟁’ 24주년을 맞은 10일 대학생·야당·시민사회단체는 ‘6·10 국민 촛불대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 야4당 관계자 등 5000여명(주최측 추산·경찰 추산 3000명)이 모여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촉구했다. 경찰은 이날 청계광장에 대해 집회 금지 통고를 한 상태여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보신각 주변에 14개 중대 1200여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한대련·등록금넷 등은 “90% 달하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지지하는 국민적 의지를 모아 다시 한번 요구한다”며 “반값등록금은 당장 실현하라”고 주장했다.이날 집회에서는 야4당의 손학규·이정희·유시민·조승수 대표와 등록금넷, 한대련 등 시민단체 관계자, 대학생들이 자유 발언을 할 예정이다. 가수 박혜경, 일단은준석이들·좋아서하는밴드 등 밴드와 노래패의 공연도 이어진다.

지난 8~9일 서울 4개 대학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며 진행한 동맹휴업 총투표는 일부 대학의 경우 투표 참여율이 낮은데다 동맹휴업을 예고한 10일이 수업이 거의 없는 금요일 오후여서 사실상 무산됐다. 이들 대학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에 학내 집회를 연 뒤 도심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에 앞서 이날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여성민우회·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6개 여성단체는 ‘지금 당장’ 반값등록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오다영씨(20·고려대 사회학과 1학년)는 “입학한 후 몇몇 선배들이 밥 약속을 안 잡아서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후배를 만날 시간이 없는 선배들이었다”며 “등록금을 내면서 불평등이 시작되고 그 이후에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6·10 항쟁 24주기인데 24년이면 성년이 되는 나이인데 아직도 갈 길이 멀어보인다”며 “등록금 문제로 부모와 자식이 같은 고민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갈 길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학생이 직접 만든 촛불을 머리에 쓰고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집회가 열린 오후 7시 동아일보사 앞에서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학부모 모임’에서 사과 반쪽 500개를 나눠주는 ‘사랑의 사과 반쪽 나누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반쪽 사과에는 “사랑한다, 미안하다”, “반값 등록금 쟁취하자”라는 뜻을 담았다. 이와 함께 사과 모양을 한 스티커를 나눠주며 시민들에게 가슴에 부착할 것을 권유했다. 스티커를 받아 가슴 왼쪽에 붙인 이모씨(42·여)는 “우리들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스티커를 보며 공감했다”며 “등록금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대구에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오후 1시에는 청계광장에서 강기갑·권영길 의원, 심상정·노회찬 전 의원이 1인 시위를 했다. 강기갑 의원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나왔다”며 “진보 진영이 정권에 대항해 진면목을 펼쳐 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이현진씨(20)와 장은준군(19)은 1인 시위 도중 물총을 들고 경계하는 모습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씨는 “경찰들이 시위대를 진압할 때 물대포를 사용하는데 우리도 힘은 작지만 물을 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등록금 때문에 휴학한 상황으로 “반값등록금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기독교사회책임,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라이트코리아,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이날 광화문 곳곳에서 반값등록금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