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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성추행 의대생 징계 ‘쉬쉬’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012150245&code=940202

“고려대는 학교 결정에 반대 목소리를 낸 우리가 성추행범들보다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당시 저와 동료에 대한 징계는 빨랐고, 학교 홈페이지에도 즉각 발표됐습니다.”
 
고대생 김지윤씨(27·사회학과 4학년)는 1일 학교 측이 동료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의대생들에 대해 징계 결과조차 공표하지 않는 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2006년 고려대가 병설보건대를 통합하려 하자 본관 점거농성을 벌이다 2주 만에 학우 6명과 함께 출교조치 당했다. 징계 결정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단 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당시 언론을 통해 출교 결정이 상세히 보도됐다. ‘출교’라는 징계가 생소해 언론을 통해 뜻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 등 7명은 학교 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겨 지난해 학교로 돌아왔다.
 
고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지 세 달이 지났지만 고대는 아직도 가해자 징계 결과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고대 관계자는 “징계 건을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징계가 확정됐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고대 의대 관계자도 “비공개 원칙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사건 직후부터 지금까지 성추행 가해자들을 출교 조치하라고 요구해왔다. 이들은 개강 첫날인 지난달 29일부터 ‘출교’ 요구를 위한 학생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1일 현재 2900여명이 서명했다. 5일에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출교를 촉구하는 안건을 올릴 계획이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출교 대신 재입학이 가능한 퇴학 처분을 내린 뒤 징계 결과를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현익 ‘고려대 성추행 의대생 출교 촉구를 위한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고려대가 퇴학 처분을 내린다면 가해자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 돌아와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회원들은 고대 정문 앞에서 “국회의원부터 의대생까지 성희롱이 판치는 나라 이제 그만”이라는 주제로 가해 학생 출교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국회에서 강용석 의원을 제명하지 않은 것과 의대생들이 죄의식도 없이 성추행을 저지른 것은 무관하지 않은 일”이라며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 인식의 수준을 보여준다. 고려대는 하루빨리 가해 학생들을 출교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고대 의대생 3명은 지난 5월 말 동기 여학생 1명을 집단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가해자 중 한 명은 구속 직전 피해자와 관련된 악의적 설문조사를 진행해 2차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