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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내부서도 정리해고 근본대책 정답 찾기 고민”


임아영·김형규·이영경 기자 layknt@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8172200505&code=940702

‘희망의 버스’가 묻고 있다. 기업의 정리해고 관행은 올바른가, 한진중공업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고공 농성이 길어지며 진보진영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진보적 지식인과 활동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해법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정리해고자를 위한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리해고 관련법 개정 촉구
 
한진중공업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노사 간 교섭을 통해 정리해고 철회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는 우선 정리해고를 철회한 뒤 해고자 94명과 현재 남아있는 생산직 노동자 678명이 회사 경영 정상화 때까지 함께 순환휴직을 하는 방안을 타협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사측이 ‘정리해고 철회는 절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노사 대화는 일단 중단됐다.

김호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정리해고 문제가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만큼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남용되는 정리해고를 제한할 수 있는 정리해고법 재개정을 위한 입법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어느 사업장에서도 정리해고를 함부로 할 수 없게 하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며 조선업종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차별철폐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진중공업이 세계 조선업 시장 상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 정리해고를 강행했다”며 “그러나 올해부터 시장이 빠르게 살아나고 있어 정리해고 원인 자체가 무효화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숙련노동자, 기술 인력 중심으로 영도조선소를 다시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리해고자 사회안전망 필요
 
하종강 ‘노동과 꿈’ 대표는 “부당한 정리해고는 철회되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쌍용자동차 해직자들이 2년 동안 14명이나 숨졌는데 그들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정리해고자에게는 일정 기간 생계비를 지급하고 재계약 혹은 재취업을 약속받도록 안전망을 만들어줘야 쌍용차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도 “노동유연화가 상당히 진행된 네덜란드·덴마크·스웨덴에서 극단적 노사 갈등이나 사회 갈등을 겪지 않는 이유는 노동자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정리해고 당사자가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정책적 차원에서 직업전환 교육, 실업수당, 고용 문제에 대한 명확한 보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적극 중재 나서야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결자해지’를 주문했다. 박 처장은 “정부도 적극적 압박과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로서는 정리해고 적법성 여부를 따져보는 노동부 직권조사를 고려해야 하고, 국회도 청문회를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까지 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청문회가 한진중공업 사측과 조 회장의 책임있는 조치를 이끌어내는 단호한 청문회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제역할해야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 사회는 민주화 이후 갈등을 해결하는 데 취약했지만, 한진중공업 문제에 여야가 나서면서 정당들이 자기 역할을 회복하고 있다”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에 뒷짐지던 의회가 나선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990년대 중반 기아차·한보사태가 결국 외환위기를 불러일으켰다”며 “한진중공업 문제는 생존생태계·노동생태계에 관련된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그동안 기업, 시장, 효율성 일변도로 일관해온 노동정책에서 탈피해 벼랑 끝에 몰린 정리해고자와 비정규직을 보듬을 수 있는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며 “한진중공업 문제를 여야, 시민사회, 노동 및 경제단체들이 잘 풀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