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8102120135&code=100203
ㆍ박 방통심의위원, ‘성기 사진’ 경고 후 첫 입장 표명
“국가기관이 무엇을 못 보게 막고 있는지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건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성기 사진’의 음란성 여부를 따지자는 게 아니라 이걸 모든 국민이 볼 수 없도록 만드는 게 옳은지 토론을 해보자는 뜻이었습니다.”
자신의 블로그에 ‘남성 성기 사진’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40·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방통심의위의 여당 추천 위원들이 경고 성명을 채택한 데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은 한 누리꾼의 블로그에 실린 성기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옮겼다가 심의대상이 되자 지난달 27일 스스로 그림을 내렸다. 그는 10일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박 위원은 “(여당 추천 위원들의 성명에 대해) 생각이 다른 위원들의 견해인 것으로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업무상 비밀 위반’이라고 말한 성명 내용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방통심의위 회의는 방청도 할 수 있고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정보를 다 주도록 되어 있다”며 “공개된 내용을 가지고 토론을 하는 건 위원의 직무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정보를) 공개해놨으면서도 토론하지 못하게 하는 건 ‘비밀 검열’을 하겠다는 거냐”고 물었다.
박 위원은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게시물을 차단·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서도 인터넷에 글을 올린 사람에게 심의 참여 기회를 주지 않고 차단하는 게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통심의위는 국민의 정신생활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당사자가 심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에 알려주고 토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성기 사진을 올린 블로그에 대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자는 입장이었다.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면 성인 인증을 표시해 성인들만 볼 수 있게 되지만, 음란물로 판정하면 모든 국민이 볼 수 없게 된다. 그는 “국민의 정신생활을 행정기관이 통제하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정상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표현에 대해 사회적으로 건전할 것이라는 의무를 부과하면 그건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며 “사회적으로 건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무엇이 건전한 사회인가’라는 질문에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진정한 사회적 건전성”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그는 “자유주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문제로 봐 달라”고 했다.
박 위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검열자 일기’를 올리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심의위원으로서 검열자 일기를 쓰면서 토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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