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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유보 검토… 노동계 반발



박홍두·이영경·류인하·임아영 기자 phd@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7130321035&code=940702
ㆍ정부, 대량해고 우려 이유… 노동계 “적용 후 보완을”
 
정부가 내년부터 감시·단속(경비) 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이 적용되도록 한 규정을 고치려 하고 있다. 경비 노동자들은 현재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직종이다. 대량해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부는 최저임금 적용을 늦추거나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지만, 노동계는 일단 적용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12일 ‘내년 시행되는 감시·단속 노동자의 최저임금 전면 적용에 대해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지난 4월 당시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시사항을 담은 내부 공문을 공개했다. 공문 처리 시한은 올해 말까지로 적시됐다.
 
아파트나 학교의 경비원·청원경찰·주차관리원 등으로 대표되는 감시·단속 노동자는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3456원을 적용받고 있다. 1987년부터 시행된 최저임금법 대상이 되지 못했고, 2007년 70%(2436원)가 처음 적용되고 2008년부터는 80%(3016원)를 받고 있다.

‘단계적 적용’이라는 시행령 조항이 올해 말까지 시한이어서 내년부터는 100% 적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실제 정부의 제동 움직임과 달리 최저임금의 마지막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감시·단속 노동자의 현실은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시내 ㄱ대학교에서 8년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씨(69)는 2교대 근무로 한 달에 15일 일하고 123만원을 받는다. 용역업체는 점심·저녁 시간을 1시간씩 쉬고 밤 12시부터 오전 3시까지 3시간을 쉬는 것으로 보아 5시간은 시급을 지불하지 않는다. 용역업체들이 임금을 줄이기 위해 이른바 ‘꺾기’로 불리는 휴게시간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소를 떠날 수 없어 쉬지도 못한다. 쉬는 시간에 일이 터지면 경비원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8시간 3교대하는 식으로 현실적으로 근무 형태를 바꾸지 않는다면 계속 이렇게 휴게시간을 주고 돈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올해로 7년째 아파트 경비원 일을 하고 있는 유모씨(66)의 사정도 비슷했다. 유씨는 “사실상 24시간을 계속 근무하고 있는데도 용역회사는 5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쳐 19시간 근무수당만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개 아파트 단지가 1~2년마다 용역업체를 바꾸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유씨는 “지난 7년간 4번이나 아파트를 바꿨다”고 했다. 최저임금 보장을 기대하기는커녕 매년 직장을 새로 구해야 한다는 위기감만 안고 사는 셈이다.

노동부가 지난해 인천대로부터 받은 연구용역 결과는 이런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 보고서는 전국 440개 아파트 단지 조사 결과 2006년(47.4시간)에 비해 월평균 휴식시간이 2010년 73.2시간으로 54.5% 증가했다고 전했다. 반면 월 급여는 93만5630원에서 112만2438원으로 20여만원(20%)만 올랐다. 고용도 7.7% 줄었다.
 
노동부는 대량해고 가능성을 이유로 들어 최저임금 전면 적용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2008년 80% 적용 시 경비원 해고 사태가 있었던 것처럼 고용업체의 부담이 커져 100% 적용을 할 경우 대량해고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노동부 관계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적용 유보 또는 90% 적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비용역업체들도 “주민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의 움직임에 찬성하고 있다. A용역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경비원 급여를 20% 더 올린다고 하면 가구당 1000~2000원 정도만 더 걷으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금액과 부담은 크다”고 말했다. 휴게시간을 강제 적용하더라도 최저임금은 이대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반면 노동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권리인 최저임금을 예외 없이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진희 전국시설관리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대량 해고가 일어난다는 것은 정부의 주장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라며 “최저임금 적용을 재검토할 게 아니라 일단 보장한 뒤 문제가 생긴다면 그걸 가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에 이런저런 예외를 두면 사각지대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동부 측은 “장관 지시는 사실이지만 현재 적용 유예를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며 “대량해고에 대한 우려 등 문제제기가 있는 만큼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