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아영·주영재·정희완·박은하 기자 layknt@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7112132405&code=940100
ㆍ끊임없는 비, 바뀐 생활상
김희란씨(26·회사원)는 최근 장화를 한 켤레 샀다. 김씨는 “지하철로 출퇴근하는데 다른 승객들 우산의 빗물이 자꾸 발에 떨어져 불편했다. 장마가 오래 이어져서 아예 장화를 장만했다”고 말했다.
유난히 길고 강수량도 많은 올 장마로 생활이 변하고 있다. 레인부츠를 신고 나오는 여성이 늘어나는가 하면, 놀이터에서 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유치원 종일반에 보내는 부모까지 생겨났다.
장마가 라이프스타일을 바꿨다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은 밖에 나가 놀지 못해 짜증내는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한다. 서울 목동에 사는 황모씨(42)는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아이가 늘 놀이터에 나가 놀았는데, 요즘엔 그걸 못하니 집에서 놀아줘야 해 두 배로 힘들다”고 전했다. 일부 주부들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심심해 못 견디는 아이들을 위해 아예 유치원 종일반을 신청하기도 한다고 그는 귀띔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주부 박모씨(41)는 “집에 아이들을 그냥 놔두면 컴퓨터 게임만 하려 해서 차라리 아이와 함께 아이스크림 만들기, 전 부치기 등을 해본다”고 전했다. 실제 밀가루와 부침가루 품목 판매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24.1%나 늘었다. 롯데마트의 잡화담당 신은정씨는 “장마철에는 사람들이 부침개를 많이 떠올려 관련 품목 매출이 신장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서형석씨(34)는 “비가 올 때 서두르지 않으면 평소보다 출근이 늦어지기 때문에 아침에 20분 정도 일찍 출발한다”고 말했다. 자취를 하는 회사원 임모씨(30)는 실내에서 빨래를 말리기 위해 탈취제를 대량 구입했다. 임씨는 “자취생들에게 장마는 쥐약”이라며 “세탁기로 탈수를 해도 워낙 마르지 않아 집안 곳곳에 탈취제를 두고 있다”고 했다. 하이마트 홍보팀 김동한 대리는 “6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제습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야외 업종은 괴로워
장맛비에 노점은 죽을 맛이다. 11일 오전 11시 서울 인사동 거리에는 노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소식에 노점상들이 아예 장사를 접은 것이다. 인사동 노점상 김근기씨(54)는 전화통화에서 “비가 조금 온다면 장사를 해보겠지만 오늘은 많이 쏟아진다고 해서 나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날 좋을 때는 단속 때문에 장사 못하고, 비가 오면 비 때문에 또 못한다. 요즘은 거의 수입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야외 테마파크도 울상이다. 서울랜드의 경우 휴일인 지난 10일 입장객이 5000명 미만으로 평소의 절반에 그쳤다. 서울랜드 홍보실 관계자는 “기상청이 비가 최고 250㎜ 내린다고 예보하는 바람에 단체예약이 다 취소됐다”며 “주말마다 비가 와서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기상에 대한 관심은 늘어
민간 기상사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주)케이웨더의 홍보담당 홍국제씨는 “6월 중순부터 장마가 이어져 휴가 계획이나 나들이를 위해 날씨를 묻는 전화가 많아졌다. 골프장 등 특정 지역의 날씨를 묻는 상담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웨더아이 최홍석 마케팅팀장도 “단체활동과 관련된 문의가 지난해보다 10~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우산·우비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우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7%, 우의 20.9%, 장화는 12.3% 증가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역시 최근 2주간 우산 및 우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5% 더 팔렸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홍보팀 관계자는 “장마의 영향으로 온라인몰 상품 구매도 지난해 대비 41%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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