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모음/누런돼지 관리자

“20대여 냉소는 버려라, 희망의 끈 놓지 마라”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7012154145&code=100203
ㆍ3년 만에 공개 강연 ‘난쏘공’ 작가 조세희
 
“여러분이 이 땅의 주인이고 희망이고 미래입니다. 아버지 세대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1일 오후 7시30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인권연대 창립 12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씨(69)는 “비관주의자, 냉소주의자가 되면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비관주의, 냉소주의는 나쁜 정치가, 무식한 정치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이날 강연장에는 청중 800여명이 모였다.

조씨는 “한국의 미래가 답답하다”며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모두 선진국이 된다, 발전한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다 잘 살게 하겠다고 했는데 엉망진창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개발시대의 그늘을 다룬 <난쏘공> 저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으로 이어지면서 <난쏘공>을 하나 써놓고 가만히 있었다”는 조씨는 “아이들이 자라면 달라지겠지 했는데 그 사이에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렸다”며 아쉬워했다.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그는 “나라가 엉망이니 숨 막히고 병이 나기 시작하고 점점 나빠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뚫어야 한다고 했을 때처럼 엉망진창입니다. 박정희, 대기업 재벌들, 그들과 같이 일하는 한국 관리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뭘 생각했는지 우리는 다 알면서도 질질 끌려다닌다”고 한탄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송장세대’라고 표현했다. “분노하라고 하는데 힘이 있어야 분노를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분노할 힘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20대들은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라. 냉소주의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 공동의 일, 공동의 숙제를 해낼 수가 없다. 냉소주의는 우리의 적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라고 젊은이들의 참여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철학자 야스퍼스의 말을 덧붙였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연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잘못된 일과 불의, 특히 그 앞에서 그가 알고 있는 가운데 저지른 범죄행위들을 책임지게 되는 것이다. 악을 저지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그때 나는 그것들에 대한 책임을 나눠 지게 되는 것이다.”
 
조씨는 2008년 11월 <난쏘공> 30주년 출간 기념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선 이후 3년여 만에 공개 석상에 나왔다. 2008년 당시 조씨는 “오늘날 한국에서 행복해하는 자는 다음 두 부류 중 하나다. 하나는 도둑이고, 하나는 바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