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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기 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것 화장실에서 같이 이를 닦는데 두진이가 말했다. “엄마 내가 칫솔을 여기 놓을테니까 엄마는 이쪽에 넣어.” 우리집 칫솔꽂이에는 6개의 칫솔을 꽂을 수 있다. 맨앞 왼쪽에는 자신이 꽂아놓을테니 그 바로 옆에 꽂아넣으라는 뜻이다. “알았어. 근데 왜?” 두진이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엄마랑 사랑에 빠졌으니까.” “풋” 웃었다가 뭉클해졌다. 아이와의 대화는 늘 그렇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것 같지만 훅 들어오는 말들.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받으려면 일찍 자야 산타할아버지가 우리집을 건너뛰지 않으신다고 하니 일찍 자리에 누웠다. 궁금해져서 다시 물었다. “두진아 사랑에 빠진다는 게 뭔지 알아?” “핑크퐁에서 사자랑 사슴이 사랑에 빠져.” 핑크퐁 한글동요에서 사자랑 사슴이 사랑에 빠지는 모양이었.. 더보기
[맘편한 세상을 위하여]어쩌자고 둘을 낳았을까, 나는 사회에 속았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오늘은 누가 나를 붙잡을까. 복직한 지 넉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침 출근 준비할 때마다 걱정한다. “엄마, 오늘 쉬는 금요일 아니야?” 지난 금요일, 여섯 살 첫째는 엄마가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실망했는지 입이 툭 튀어나왔다. 2주에 한 번씩 금요일에 쉬니 이번주 금요일에도 엄마가 쉬리라 본인이 원하는 대로 상상했던 거다. “쉬는 날 맞잖아.…” 우기기 시작하는 첫째. ‘울어버리면 어떡하지. 울면 끝장이다. 지하철에서 회사에 보고해야 할지도 모른다.’ 울음이 터져나오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겠다 싶어서 피에로처럼 장난을 걸고 아이의 기분을 겨우 돌린 이후 현관 밖으로 나왔다. 내가 옷 갈아 입으면 회사 가는 줄 알고 18개월 둘째, 내 무릎서 꿈쩍 안 해 결국 눈물 .. 더보기
아이가 다치면 마음이 무너진다 휴직했을 때 “엄마 회사 낸중에 가면 안돼?” 노래 불렀던 두진이는 요즘 아침마다 출근하는 내게 물어본다. “엄마 오늘 야근이야?” 야근을 하면 11시에 끝나고 집에 가면 12시가 넘는다. 야근은 한 달에 서너번 밖에 안 되는데도 아이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묻는다. 아이들은 10시쯤 잠드니 잠들 때까지 엄마를 볼 수 없다. 같이 못 자는 날이 싫은 큰 아들의 야근 타령. 이제 시작인가. 어떤 선배는 아들 이야기를 해주며 말했다. “처음엔 ‘회사 가지마’ 현관문에서 울더니 시간이 지나고 포기하더라고. 그다음엔 ‘언제 퇴근해?’ 노래를 불러. 그것도 포기하고 나면 ‘이번주엔 주말에 누가 쉬어?’ 그러더라.” 여전히 월요일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 일요일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 아이에게는 엄마가 주말에 언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