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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빅뱅'에 접어든 녀석 "디지게 말 안 들어"갑자기 쪼그만 녀석이 이런 말을 하니 너무 웃길 수밖에 없다. 할머니가 한 말을 흉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개 녀석의 말은 모방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맨날 잠 안 자고 더 놀려는 녀석에게 "내일 아침에 놀자"고 하면 녀석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게 말한다. "이제 자고 일어났으니깐, 하루 종일 놀자!"36개월이 막 지난 두진이는 말이 엄청나게 늘었다. 최초 빅뱅 이후 물질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처럼, 녀석의 언어구사 폭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한번은 퇴근하고 집까지 녀석을 데려다주신 장인어른이 다시 댁으로 돌아가시는데 "할아버지한테 안녕히 가세요, 인사해야지" 그랬더니 "수고했어요" 그러는 게 아닌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장인어른이 가시고 난 뒤 "할아버지한테 수고했어요가 뭐.. 더보기
읽기만 하면 애들이 잠드는 책이라고? "읽기만 하면 애들이 잠자는 책이 있다고?"눈에 쏙 들어오는 신문광고였다. 아이를 둔 집이면 다 한 번쯤 아이를 재우는 일에 대해 고민하셨겠지만, 두진이는 유난히도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아이였다.아이를 재우고 싶다는 어른들의 욕망은 물론 '휴식시간'을 얻고자 하는 이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마도 대부분이지만.... 아이가 잘 자지 않으면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또 제때 일찍 자지 않으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잘 되지 않아 성장발육에도 좋지 않다는 사실이 늘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엄마, 아빠가 일하고 들어오면 8~9시가 다 되기 때문에 두진이는 필사적으로 30분이라도 더 엄마, 아빠와 더 놀고 싶어했다. 아침이 되면 또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녀석은 퇴근하는 아빠를 보자마자 '레고로 집 만들.. 더보기
네 앞에서, 왜 나는 빨라지는가 두진이를 대하는 내 손길은 늘 무심코 빨라진다.아주 가끔이지만, 늦게 출근하는 날에 어린이집을 데려다 주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간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저것 살펴보고, 참견하고, 수다를 떨어대는 녀석과 상대하다보면 금세 시간이 흘러가기 때문에 목적지를 향하는 내 마음은 늘 조급하다. 꼭 시간을 맞춰 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 언제까지나 손을 잡고 정처없이 길을 걸을 수도 없다.밥을 먹일 때도 그렇다. 먹이다 보면 입에 든 밥을 다 삼키지도, 심지어 씹지도 않은 녀석에게 다음 숟가락을 떠서 입에 갖다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숟가락으로 푸는 밥의 양은 점점 늘어난다. 포크로는 반찬을 2~3개씩 한번에 집는다. 종종 채 입에 다 들어가지 못한 밥과 반찬은 숟가락에서 낙하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