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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아버지, 그리고 ‘못 위의 잠’ 못 위의 잠 -나희덕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더보기
세종은 오로지 백성 사랑뿐이었을까 안녕하세요. 경향신문 문화부 황경상 기자입니다. 신복룡 교수님의 책 를 소개한 기사(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251929495&code=900308)가 메인에 걸리면서 항의 메일과 적잖은 오해의 댓글이 달린 것 같아 몇 글자 적어보려 합니다. 우선 말씀드릴 것은 '세종이 백성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다만 그런 이유 때문에 한글을 창제한 것은 아니다'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량상 교수님의 말씀을 줄이면서 그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인터뷰 당시 선생님 말씀 원문을 전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종에 대해 아무런 비판의 여지도 없이 백성을 사랑해서 한글을 만들었다고 얘기하.. 더보기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가능한 사람/리영희 12월 5일이면 리영희 선생의 1주기라고 합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지난해 타계 소식을 듣고 “아 우리 시대 어른이 또 한 명 사라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벌써 1년 전이라니. 저는 리영희 선생의 책을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리 선생을 잘 안다고 말하기는 매우 부끄럽습니다. 그저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할 때 제 이상형이자 로망이자 꿈은 ‘리영희’였습니다. 입사 직전 (2005)를 읽었는데 ‘읽는 이를 위하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이 긴 시간에 걸친 나의 삶을 이끌어준 근본이념은 ‘자유(自由)’와 ‘책임(責任)’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