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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타이밍

홍동마을 이야기 늘 뒤에 있었음을 고백한다. 고백이라고 해 봤자 들을 사람이 있을까마는...말해야 할 때 '신중'이란 이름의 껍데기를 쓰고 침묵했다. 행동해야 할 때 '아직 이르다'며 가만히 있었다. 남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몸을 일으켜 싸운 댓가에 겨우 한 숟가락을 얹어 퍼먹는 일이 전부였다. 그러면서 불평은 많았다. 가끔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술취한 사람들처럼 버럭버럭 화만 냈다. 이 놈은 빨리 가서, 저 놈은 천천히 가서, 그 놈은 나란히 가서 마음에 안들었다. 운전을 할 때면 끼어들기 하는 놈, 깜박이 안 켜고 들어오는 놈, 쓸데없이 경적을 울려대는 놈들을 향해 차 안에서 고래고래 욕을 했다. 아무도 듣는 사람은 없었다.휴가 중에 를 앞부분만 조금 읽었다. 아주 조금만 읽었을 뿐인데 부끄러웠다. 대한민국 농업 현실.. 더보기
투명인간 성석제 작가가 쓴 . 많은 분들이 호평을 하길래 휴가 중에 읽으려고 전자책으로 구입했다. 한 마디로 흡입력있는 소설이었다. 휴가 중에 전체 분량의 반 이상을 밤새 단숨에 읽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에서 '투명인간'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만수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오래도록 신용불량자였고 그때 은행이나 장사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경제적으로는 투명인간이었다." 공감가는 지점이긴 하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 버림받은 이들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한 번씩은 이 사회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테다. 투명인간을 왕따, 소수자, 취약계층에 대.. 더보기
교황 프란치스코, 누구인가③ 교황 프란치스코, 누구인가② http://ilovepig.khan.kr/224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위터로 무슨 말씀을 남겼을까요. 2014/1/7 우리 식탁에 여분의 자리를 남겨 둡시다. 생필품이 부족한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말입니다. 2014/1/11 우리들의 가정에서 어떤 노인도 '유배자'처럼 되어서는 안 됩니다. 노인들은 우리 사회의 보배입니다. 2014/1/20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말로만이 아니라 우리 행동으로도 신앙을 살아야 합니다. 2014/1/27 사랑하는 젊은이들이여, 미지근한 삶에 만족하지 마십시오. 참되고 아름다운 것, 하느님의 것에 감격하십시오! 2014/3/20 우리가 하느님과 우리 서로에게 .. 더보기
교황 프란치스코, 누구인가② 교황은 트위터를 하죠. 미디어의 변화에도 적응이 능한 파워 트위터리안입니다. ㅎㅎ 교황의 트위터 https://twitter.com/Pontifex 화면에 들어가면 요렇게 생겼습니다. 팔로워가 엄청나군요. 불과 21시간 전에도 말씀을 남기셨군요. 이해인 수녀가 낸 책 는 교황의 트위터 말씀 중 일부를 고른 것입니다. 저는 그중에 와닿는 것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2013/3/19 참된 권력은 섬김입니다. 교황은 모든 사람을, 특히 가난하고 미약하고 상처받은 사람을 섬겨야 합니다. 2013/3/24 폭력과 불의와 죄악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악마가 말할 때, 그 악마를 믿어서는 안 됩니다. 2013년 3월 28일 부활절을 앞둔 성목요일에 교황 프란치스코가 로마 교외에 있는 카살 델.. 더보기
교황 프란치스코 누구인가 ① 8월 14일 교황이 한국에 오죠. 아시아청년대회를 격려하기 위해 오는 교황은 솔뫼성지, 해미읍성 등에서 아시아 청년들을 만나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124위 시복식을 집전할 계획입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세계화와 기아에 대한 비판 등 기존의 교황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전 최근 “일요일엔 일하지 마세요. 교회에 다니든 다니지 않든, 일요일에는 일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보내십시오.” 라고 한 말씀이 참 와닿았습니다. 종교 담당인 전 교황이 방한하기 전까지 그동안 교황의 말씀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추기경 시절 나눴던 랍비 스코르카로 나눴던 대담, 교황 즉위 후 설교와 말씀을 담은 등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세보니 교황 관련 책이 30여권이 나왔더군요. 지금 세계 어떤 리더보.. 더보기
이해인 수녀님의 사인 이게 뭘까요? ㅎㅎ 15일 이해인 수녀님의 신간 (분도출판사) 출간 기자간담회가 있었습니다. 기자들에게 하나씩 나눠준 부산 광안리 앞 조개껍질입니다. 수녀님은 부산 수도원에 계시죠. 기자간담회에서 조개껍질을 받기는 처음이네요. ㅎ 게다가 조개껍질마다 '말씀'이 담겨 있었습니다. 뒤에 종이로 돌돌 말려 있었는데요. 제게 온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 뭔가 제 상황에 적합한 '말씀'이군요. 계속 이 말씀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기자간담회가 끝나고서는 기자들에게 싸인을 해주셨습니다. 어린시절 아버지께 제일 처음 선물받은 책이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이었습니다. 싸인을 받게 되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그런데 싸인을 받으러 기다리는데 갑자기 수녀님이 '스티커'를 찾으시더군요. 무슨 스티커.. 말씀이지? 싶었.. 더보기
세계 최고 아빠의 특별한 고백 육아책 리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문화부로 온지 2개월 출판2진을 맡았고 제게도 많은 책이 오는데 정말 육아책이 많더군요! 아무래도 아기를 키우는 입장이니 육아책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지, 그 정보가 과연 도움이 되는지 등등. 이렇게 키워라 저렇게 키워라 하도 조언이 많아서 한 번 쫙 정리해볼까 합니다. 책의 가치라든가, 책에서 제시하는 메시지에 대한 평가라든가. 아~~주 주관적으로다가요. 형식을 고민해봤는데 블로그니까 자유롭게 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제 나름대로의 평가를 담아야 할 것 같아서 별점을 매겨볼까 하고 있어요. 이것도 아~~주 주관적으로다가요. 첫 책으로 고른 건 이번주 신간 (데이브 잉글도 지음·정용숙 옮김, 더숲) 입니다. 표지부터 심상치 않죠? 부제는 '기발하고.. 더보기
일제시대 강장제 광고는 어땠을까 옥시크린 광고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ㅎㅎ 바로 "빨래 끝~"이라는 외침이죠. 이 광고는 "대한민국 주부들의 30년 외침"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1984년부터 옥시크린 광고를 보여주죠. 주부들이 한결같이 외칩니다. "빨래 끝~" 주인공은 늘 여자입니다. 1984년부터 1988년, 1990년, 1996년, 2002년 모두 주부가 주인공입니다. 1996년에 처음 남자가 등장하지만 주부의 아들로 보이는 남자로 보조 인물이죠. 그렇다면 이 광고에서 처음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때는 언제일까요. 바로 2013년입니다. 1984년부터 2013년까지 남자가 '빨래 끝~'을 외치는 데에는 자그마치 30년 가까이가 걸렸습니다. 광고는 은연중에 말하고 있는 셈이죠. 빨래는 여자의 일이라고. 2012년 한국양성평등.. 더보기
'기업 대학'에 저항하는 법 "안녕하지 못한 대학에서 퇴학당하고 기업 대학에 맞서 싸워야만 했던 평범한 대학생의 미련한 분투기" (후마니타스)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중앙대 노영수씨의 이야기를 노씨가 직접 글로 쓴 겁니다. 그래서 책은 '대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기업대학 탐사 보고서'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그는 기업 대학들 중 가장 노골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중앙대의 이야기를 내놓습니다. 2008년 5월 두산은 중앙대를 인수합니다. 이사장이 된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은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선언하고 총장직 임명제, 계열별 부총장제, 등급별 교수 평가와 차등 연동제, D학점 5% 의무 부과제 등 기업식 경쟁 체제를 대학에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는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학 40개 학과로 .. 더보기
십대 그 찬란한 시절, 그리고 어긋난 관계 오쿠다 히데오 좋아하는 분들 많죠. 오쿠다 히데오가 1,2 라는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중학생들의 학교 폭력을 다룬 작품인데요. 유머러스하게 사회를 풍자해왔던 그가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중학생들의 세계를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중학교 남학생들의 세계를 읽으면서 저는 쌩뚱맞게(?)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이제 모든 게 엄마 시각으로 수렴됩니다. ㅎㅎ) 쉽게 가해자, 피해자로 나뉘어지지 않는 아이들의 세계, 그러나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잘 모르는 아이들. 그만큼 서툴기 때문에 상처주기 쉬운 어림, 그리고 여림. 제 중학교 시절도 떠올랐습니다. 이상하게 고등학교 시절만큼 중학교 시절의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는데요. 추측컨대 아마 친구를 사귀는 것도, 공부를 하는 부담감도 어느 하나 쉽.. 더보기
아리아나 허핑턴이 말하는 <제3의 성공> 누런돼지 관리자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 문화부로 발령받았습니다. 이제 학술 담당 기자가 되었네요. (출판 담당 2진이기도 합니다.) 복직 이틀째 기자회견을 다녀왔습니다. 허핑턴포스트 미디어그룹의 아리아나 허핑턴 회장 겸 편집인의 출간 기자회견이었는데요. 그녀의 14번째 책입니다. 한국에는 만이 번역돼 있는데요. 이번 은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출간됐습니다. 미국 외에서 먼저 출간된 것은 그녀의 책 중 처음이라네요. 그녀는 이번 책에서 '성공'을 다시 정의하자고 얘기합니다. 바쁜 삶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귀기울여 들을 얘기가 많았습니다.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포스트 미디어그룹 회장 겸 편집인 (김영사 제공) *아리아나 허핑턴은 누구? 그녀는 1950년 그리스 아테네 언론인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16세 .. 더보기
존재가 빛이 나는 순간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입니다. 어떤 오후를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느지막이 일어나 '누런돼지'가 마감하는 날이라 아침을 차려주고 커피도 끓여줬습니다. (ㅎㅎ 이렇게 말하면 제가 밥을 더 잘 챙겨주는 것 같지만 사실 반대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죠ㅋㅋ) 그리고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경향신문 '인터랙티브팀'이 낸 책인데요. 지난해 이 팀에서 경향신문에서 '알파레이디 리더십' 강연을 진행했고 그 강연을 묶어낸 책입니다. 첫 장이 손미나 전 KBS 아나운서가 한 강연 부분이었어요. 큰 기대 없이 책을 넘겼는데 그녀의 문장이 마음에 쏙쏙 들어와 이렇게 블로그까지 열어 글을 씁니다. "아나운서에서 여행작가로 변신한 손미나"라는 제목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에게 현실은 언제나 부족한 듯, 불안한 .. 더보기
[2030콘서트]‘우리편’이라는 괴물 /최태섭(경희대 박사과정·문화이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2052103215&code=990000 경향신문 12월 6일자. “쫄지마 씨바!”라는 말이 최고의 유행어로 자리 잡은 요즘이다. 그런데 나는 시대에 뒤떨어지게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어떤 두려움들을 떨쳐낼 수가 없다. 물론 이 두려움의 대상이 집권여당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지금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다름 아닌 ‘우리편’이다. 하나의 소동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진보성향임을 전혀 감추지 않는 영화평론가인 허지웅이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영화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수많은 사람이 욕설을 동반해 유감을 표명하며 ‘언팔로어의 심판’을 날렸고, 그가 (나.. 더보기
[최장집칼럼]다시, 변화의 중심에 선 젊은 세대 /경향신문 11월 29일자 대학생들이 주도했던 1980년대의 민주화운동으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지금, 또다시 젊은 세대가 한국정치 변화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도 잘 안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그들이 최근 들어 투표도 열심히 하고 복지와 분배 이슈를 지지하는 투표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현실 안주에 빠져있던 정치권과 정당체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효과를 불러왔고,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커다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오늘의 젊은 세대들은 왜 다시 적극적 시민으로 등장하게 되었나? 일시적인 현상인가 아닌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면 이들 젊은 세대가 보여주고 있는 불만과 요구의 정치적 표출은 한국의 정당체제에 어떤 바람직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든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더보기
[옴부즈만] 151명의 얼굴, 타성을 깬 1면/남재일 경북대 교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272131435&code=990340 24일자 1면에 151개의 명함판 사진이 실렸다. 한·미 FTA 비준안을 찬성한 국회의원들의 얼굴이다. 기사는 한 줄도 없다. 평소 같으면 그날의 주요 소식을 알리는 활자로 가득해야 할 지면에 느닷없이 사진을 들이민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 사진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전날 7개면에 걸친 경향의 한·미 FTA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국민의 경제주권을 날치기로 넘긴 사람들이니 기억하고 선거에서 참조하자”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정치행위의 책임을 공적 주체인 정당이 아니고 인격체인 의원 개개인으로 돌리는 이런 새로운 시도가 저널리즘.. 더보기